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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트렌드 역행하는 플랫폼법 “시행돼도 해외 기업엔 적용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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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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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법, 글로벌 기업엔 무용지물 될 것
국내 기업만 옥죄는 규제 ‘역차별’ 가능성 커
EU 규제 벤치마킹햇지만 시장 상황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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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사진=공정거래위원회

국내에서 플랫폼 규제 법이 시행되더라도 글로벌 빅테크에는 무용지물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유럽연합(EU)이 최근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를 상대로 본격적인 규제 칼날을 들이대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이 같은 수위의 규제 적용이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다.

'플랫폼법' 글로벌 빅테크에는 무소용

2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시장 상황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권한 등을 고려할 때 공정위가 제정 중인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은 글로벌 빅테크는 비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국내 시장 규모가 EU 등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글로벌 기업의 전체 매출 중 국내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한 탓에 글로벌 기업은 '시장 철수'라는 선택지를 쉽게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게임 전용 인터넷 개인 방송 서비스 트위치(Twitch)는 망 사용료 부담을 이유로 올해 초 국내에서 철수했다. 메타 또한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이용자 등급을 받지 않고 게임을 서비스한다며 문제를 제기하자 게임 서비스를 국내에서 중단한 바 있다. 다른 업종의 국내 기업에 대한 보복 제재 우려도 나온다. EU의 경우 미국에 진출해 영향력을 행사할만한 기업이 없지만, 우리나라는 대미 수출 기업이 다수 존재한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겉으로 보이는 공정경쟁법 외에도 미국은 안보와 관련된 법을 발의해 반도체나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에 제재를 언제든 가할 수 있다”며 “괜히 구글이나 MS를 잡으려다가 삼성전자나 현대차까지 보복 제재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되려 규제 역차별 낳을 수도

국회에서도 플랫폼법이 국내 기업들의 발만 묶는 ‘규제 역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2월 국회입법조사처는 해외 사업자의 연매출 산정 문제로 인해 국내 플랫폼 사업자만 역차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해외 기업이 플랫폼법의 규제를 빠져나가는 동안 국내 기업의 성장성이 저해되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구글,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와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기업 모두를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법 적용 대상)’로 지정한다는 방침이지만, 문제는 법 적용의 실효성이다. 해외 기업들이 규제의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국내 토종기업만 규제의 그늘에서 성장성이 제한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한 해외 플랫폼 사업자의 경우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의 요건 중 하나인 ‘GDP(국내총생산)의 일정 비율을 기준으로 하는 연매출액’의 산정이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실제로 구글코리아는 지난해 한국에서 매출 3,652억원에 영업이익 233억원을 올렸다고 공시했으나 업계와 학계에서는 1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강형구 한양대 교수가 작년 10월 한국재무관리학회 학술 세미나에서 발표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실적 기준 구글코리아의 실제 매출액은 최대 10조5,000억원, 납부해야 할 법인세 규모는 최대 4,42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공정위는 회계장부에 매출액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는 해외 플랫폼 사업자들은 직권으로 확인한 뒤 국내 영업을 못하도록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공정위의 집행이 가능한지 여부에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국외 사업자를 조사하기 위해선 경쟁당국 간 협의가 필요하지만 불발될 가능성 등 여러가지 장벽이 있는 데다, 협조를 받는다 할지라도 집행에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어서다. 조사 및 제재에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은 플랫폼 기업에 있어 악재다.

게다가 플랫폼법이 아니더라도 이미 제정된 국내법으로도 글로벌 빅테크들을 규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대표적으로 ‘인앱결제 방지법’의 경우 플레이스토어를 운영하는 구글과 앱스토어를 운영하는 애플 양사 모두 편법으로 국내 규제 장치들을 빠져 나가고 있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가 사실조사를 통해 지난해 10월 구글과 애플에 과징금 680억원 부과를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진행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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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국내 기업에 족쇄 채우는 꼴

플랫폼법을 근거로 해외 빅테크들을 사전규제 하는 데 대한 반발도 극복해야 한다. 특히 미국 재계는 한국의 플랫폼법 제정에 지속적으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국상공회의소는 지난 1월 찰스 프리먼 아시아 담당 부회장 명의의 성명에서 “한국 정부가 외국 기업을 임의로 겨냥해 규제하는 접근방식은 한국과 미국 사이 무역합의를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플랫폼 규제를 서둘러 통과시키려는 한국 정부에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플랫폼법 규제 대상이 애플, 구글, 아마존, 메타 등과 같은 미국 대표 IT 기업을 겨냥하고 있는 만큼, 미국 정부와 교감 없이 제도를 추진했다가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관계자는 "현재 한국을 둘러싼 시장 환경을 고려했을 때 규제를 더하기 보다는 우리 산업을 진흥하는 정책을 우선시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최근 일본이 자국 산업 육성 차원에서 네이버의 일본 라인야후 경영권을 강제로 빼앗으려고 한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등 세계 각국이 자국 산업 보호와 육성에 혈안인 데 비해 우리 정부는 지나치게 규제 위주로 정책을 추진하려 한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실제로 최근 일본의 행정지도로 촉발된 라인사태는 플랫폼 기업에 대한 국가 정책의 방향을 보여준다. 표면적으로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일본 내 네이버의 영향력을 줄이고 자국 기업과 데이터 주권을 보호하려는 의도가 지배적이다. 미국도 지난해 발의된 빅테크 규제법안 중 5개를 폐기하고 '틱톡 금지법'을 시행하며 자국 플랫폼 기업 보호로 돌아섰다. 이는 중국 플랫폼 기업들의 약진과 AI 기술 패권 경쟁에서의 위기감 때문이다. 중국 역시 최근 플랫폼 기업의 발전과 국제 경쟁력 확보를 선언하며, 플랫폼 기반 AI 경쟁력이 국력이라는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이처럼 전 세계가 자국 보호를 가리키는 가운데 우리나라만 자국 밀어내기를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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