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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값 상승 등 시장 혼란 가중한 임대차보호법, 정부여당서 '법안 폐지' 논의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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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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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가격 왜곡하는 임대차보호법, 법안 시행 이후 전셋값·변동성 높아졌다
여당서 '법안 폐지' 움직임 확산했지만, "여소야대 국면에 실제 폐지는 힘들 듯"
헌법재판소는 임대차보호법에 '합헌' 결정 "법적 절차상 문제 없어"
Pronunciation UP PE 20240628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골자로 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새로 계약하는 전셋값을 10% 내외로 상승시켰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민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법안이 시장 가격을 왜곡하고 있단 것이다. 이에 정치권에선 임대차보호법 폐지 논의가 시작됐지만, 정책이 실제 폐지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로 남았다. 앞서 헌법재판소가 임대차보호법이 합헌이란 판단을 내린 바 있기 때문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전셋값 평균 9~11% 올렸다

27일 발간된 '재정포럼 6월호'에서 송경호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모형을 바탕으로 임대차보호법 개정이 전셋값에 미친 영향을 실증 분석한 결과 전셋값 상승이 뚜렷했다"고 밝혔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2020년 7월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개정·시행됐다. 계약갱신청구권은 기존 2년이던 임대차 기간을 '2+2'로 늘려 4년 거주를 보장한단 것이고, 전월세상한제는 재계약 시 임대료 상승 폭을 직전의 5%로 제한한단 내용이다.

송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임대차보호법 개정 이후 2020년 12월까지 신규 계약의 전셋값은 평균 9~11%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월세 거래량은 평균 25% 감소했다. 임대 거래 중 전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2020년 상반기 67%에서 법 개정 이후 5.58%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된 시점을 기준으로 보면 발표 시점 이후 거래량 감소율은 11%로 내려갔다. 법 시행 이전 미리 임대계약을 하려는 유인이 작용하면서 거래량 증감 폭이 일순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임대차보호법 개정은 전셋값 변동성도 키웠다. 매매 가격의 변동이 전셋값의 변동에 미치는 영향을 전셋값 변동성으로 보고 분석한 결과 임대차보호법 개정 이후 변동성은 17∼21% 커졌다. 계약 기간이 장기화한 데 따라 예상되는 가격 상승분을 최초 계약 가격에 선반영해 임대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는 문제가 발생했단 게 송 부연구위원의 설명이다. 여기에 계약 기간 장기화로 임대 가격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과 임대 편익이 감소해 전세 매물이 급감하는 부작용 나타났다. 부동산 규제가 시장 가격을 왜곡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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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5월 13일 출입기자단과의 차담회 자리에서 임대차보호법 폐지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사진=국토교통부

거듭되는 부작용에 정부여당, "임대차보호법 폐지해야"

이처럼 각종 부작용이 가시화하다 보니 최근 정치권에선 정부여당을 중심으로 임대차보호법 폐지를 논의하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앞서 지난 5월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세종 국토부 기자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문재인 정부 당시 만들어진 임대차 2법은 폐지가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임대차 2법으로 신규 전세 매물이 나오지 않는 등 문제가 생겼다. 임대차 2법이 현재 전세시장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라며 "임대차 2법 관련 사안들을 법 시행 이전으로 원상복구하는 게 옳다"고 역설했다.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임대차법 폐지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이 나온다. 임대료 인상이 제한된 갱신 계약과 제한이 없는 신규 계약이 동시에 이뤄지면서 같은 아파트에 전셋값이 이중, 삼중으로 형성되는 등 시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탓이다. 일례로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84㎡ 17층은 2021년 7월 보증금 8억6,100만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지만, 같은 날 15층은 13억7,000만원에, 직전 달인 6월엔 13층이 11억5,000만원에 세입자를 들였다. 정책 혼란으로 인해 같은 면적, 비슷한 층의 아파트임에도 가격대가 8억·11억·13억원으로 나뉜 것이다. 정책 폐지를 통한 '시장 정상화'가 시급하단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임대차보호법 합헌 결정 내린 헌재, "법적인 문제는 없다"

다만 일각에선 폐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미 시행한 지 4년이 흘러 시장에 안착한 임대차보호법을 성급히 폐지하려 하면 오히려 전셋값이 가파르게 오를 수 있단 것이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전임 정부의 주요 정책 중 하나인 임대차보호법을 폐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임대차보호법에 여러 부작용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당장 해당 법안을 폐지하더라도 전세시장이 안정되리란 보장은 없다"며 "갑자기 법 시행 이전으로 시장을 되돌리면, 오히려 혼란이 가중될 수도 있다. 아직 전면 폐지를 논의할 시기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정부가 부동산 법안을 정치적으로 활용한단 인식이 확산하면서 시장 불안정성이 높아질 수 있단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임대차보호법에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폐지 가능성이 더욱 낮아졌단 평가도 나온다. 앞서 지난 2월 헌재는 주택임대차보호법 6조의 3(계약갱신청구권), 7조 2항(전월세상한제), 7조의 2(전월세전환율), 임대차보호법 부칙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임차인 주거 안정이란 입법 목적이 정당하고, 해당 법안을 통해 임차인의 주거 안정이 실제 이뤄질 수 있단 점에서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단 이유에서다. 결과적으로 임대차보호법에 법적인 문제가 없음을 헌재가 재확인해 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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