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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건설, 7월 1,500억원 공모채 발행 예정, 롯데케미칼 신용 보증 無
조달 금리 1% 상승 예상, 롯데케미칼 적자 누적에 추가 보증 어려워
롯데그룹 전반적인 영업 현금 흐름 악화에 시장 우려도 커지는 중
롯데케미칼이 자회사 롯데건설의 공모채 발행 지원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속적인 실적 악화에 따른 결정으로 해석된다. 이에 롯데건설은 롯데케미칼의 도움 없이 회사채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생존 투쟁' 중 롯데케미칼, 롯데건설 지원 포기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이달 최대 2,000억원 규모의 공모채를 발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1년 6개월물(1,200억원), 2년물(300억원) 등으로 나눠 합계 1,500억원 발행을 목표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그간 신용 보증에 나섰던 롯데케미칼은 이번에 참여하지 않는다.
그간 롯데건설은 자체 신용등급인 A+보다 더 나은 조건에서 채권을 발행할 수 있었다. 모회사인 롯데케미칼의 신용 등급이 AA였던 덕분이다. 지난 2월 2,000억원의 공모채를 발행할 당시 롯데케미칼이 신용 보강을 한 덕분에 AA급인 연 4%대 금리로 공모가 진행됐다. 그러나 최근 신용평가 3사가 롯데케미칼의 등급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꿔 달면서 롯데케미칼의 신용보증은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 됐다. 지난 2022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2년 넘게 영업 적자가 이어진 데다, 중국 업체들의 화학 시장 침투로 수급 여건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5월 열린 2024년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최근 석유화학 산업이 매우 어렵다. 중국의 대규모 설비 증설과 글로벌 수요 부진이 계속되고 있고, 원가 역시 계속 상승하고 있다"며 "이런 사업 환경 속에서 명확한 전략적 방향을 설정하고 사업 포트폴리오 대전환을 통해 기업 지속 가능성을 제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과거 수익의 핵심이었던 범용 석유화학 중심의 사업을 축소하고, 신성장 사업인 2차전지 소재 및 수소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전기차 수요 급감에 따라 2차전지에 대한 시장 수요가 저조한 데다, 수소 사업 역시 당분간 혐금 흐름을 내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본다. 롯데케미칼이 과거 먹거리 사업에서 현금 흐름을 만들어 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신산업도 당분간 영업 현금 흐름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란 지적이다.
롯데케미칼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5조861억원, 영업손실은 1,353억원으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소폭(0.9%) 증가했지만, 영업적자폭은 지난해 1분기(53억원) 대비 큰 폭으로 늘었다. 여기에 말레이시아 시장에 상장된 자회사 LC타이탄의 가치가 상장 당시 4조원에서 최근 7,000억원대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누적 손실에 대한 우려도 가중되고 있다. 실제로 LC타이탄은 지난 2022년 2,952억원, 2023년 2,541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 중이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들은 LC타이탄을 비롯한 주요 알짜 자산 매각 없이 롯데케미칼의 실적 반전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케미칼 지원 없는 공모채, 이자율 1% 상승 전망
롯데케미칼의 지원 없이 롯데건설이 자체 신용등급만으로 회사채를 발행할 경우, 조달 금리는 지난 2월 4% 대비 약 1% 정도 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기관투자자들에게 1년 6개월물, 2년물의 희망 금리밴드를 각각 5.0~5.6%, 5.1~5.8%로 제시했으나 수요가 부족해 일반 투자자들의 희망 수요까지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다. 롯데건설이 지난 2월 2조원을 수혈해 대구 남구 대명동 등에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긴급 자금을 공급하기는 했으나, 여전히 자금에 대한 압박이 롯데건설의 재무 상황을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들은 롯데건설이 이번 자금난을 극복한다고 해도 단기 차입금 만기가 계속 돌아온다는 점에서 향후 자금 압박을 이겨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한다.
특히 이번 공모채 발행에 롯데케미칼의 지원이 없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롯데그룹 전체에 대한 시장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과거 껌, 과자 등의 소매품 위주의 기업이 롯데케미칼의 굴기 덕분에 굴지의 중화학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만큼, '맏형' 격인 롯데케미칼의 장기 영업적자가 롯데그룹 전체의 현금 흐름을 더욱 압박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과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형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던 당시에 일본 롯데의 이사진이 신동빈 회장의 손을 들어준 이유 중 하나가 롯데케미칼의 고속 성장이었다는 점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지난 2022년부터 2023년까지 그룹 전체에서 롯데건설에 연이어 자금 지원에 나설 때만 해도 부동산 PF 침체로 인한 '쉬어가기'로 바라봤으나,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에서조차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그룹 전체가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빠른 시일 내 자금난 극복은 어려울 것
한국신용평가도 롯데케미칼 신용도 변화 여부가 롯데지주의 신용도를 좌우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이유로 지주사 등급 전망 바꾸면서 롯데건설 외에 롯데캐피탈, 롯데렌탈 등의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강등했다. 대기업 자회사들은 자금 압박에 직면하더라도 지주회사와 모기업들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에 상대적으로 높은 등급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중간 지주회사 격인 롯데케미칼이 위기에 처하면서 신용 등급이 동반 하락할 위험에 처한 것이다.
지난 2021년만 해도 롯데건설의 지분 합계 86.86%를 갖고 있는 롯데케미칼(43.79%)과 호텔롯데(43.07%)가 롯데건설 상장을 통해 1조원 이상의 자본 이익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고금리 장기화와 부동산 PF 시장 악화로 롯데건설에 2022년 하반기부터 연이어 긴급 수혈 자금이 투입되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그룹 전체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던 상황이다. 여기에 석유화학 업황 악화로 롯데케미칼마저 지난 3년 사이 총차입금이 3조3,000억원에서 9조6,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영업적자가 3년째 개선되고 있지 않은 만큼, 이제 자회사 지원보다 롯데케미칼 자체의 생존에도 시장의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