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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 지연' 큐텐이 깨트린 간편결제 시장 신뢰, 이커머스 생태계도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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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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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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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화현 위메프 대표, 25일 새벽 본사 찾아 사과 
위메프 재무팀이 수기로 내용 받아 환불 진행 중
양사 미정산금만 1,000억, 제2의 '머지포인트'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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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메프와 티맵 본사 전경/사진=각 사

위메프·티몬 정산 지연 사태에 피해자 수백명이 본사로 대거 몰려들어 항의한 가운데 위메프 대표가 직접 나서 사과했다. 다만 자금 상황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존재해 판매자와 소비자들의 불안을 해소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이 남은 상황이다. 큐텐의 또 다른 계열사 인터파크쇼핑에서도 판매자들이 대거 철수하는가 하면, 규모가 작은 신생 이커머스에는 정산이 가능한지 확인하는 판매자 문의도 빗발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위메프와 티몬의 정산 지연 사태가 ‘제2의 머지사태’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커지는 모습이다.

위메프 대표 "환불자금 충분히 준비, 미정산금은 큐텐서 확보 중"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께 류화현 위메프 대표는 “소비자 환불자금을 충분히 준비해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며 “티몬과 위메프를 합쳐 판매사에 돌려줘야 할 미정산 대금은 큐텐 차원에서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는 전날 저녁부터 환불을 요구하는 고객 200여 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류 대표는 “전날부터 PG사(결제대행업체)들이 갑자기 승인·환불을 막으면서 상황이 급격히 악화됐다”며 “조금 전 여행 카테고리 계약을 맺은 KCP 대표와 통화해 고객들이 피해가 많다고 호소했고, 시스템을 정상화하겠다는 확답을 받았다. 아침부터 여행 상품 구매 고객들에게는 결제 취소가 제대로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KCP에서 개별 승인 취소가 가능한 시스템 등을 개발해야 하는 상황이라 바로는 어렵고, 시간이 좀 걸릴 수는 있다”며 “아침이 되면 고객들에게 해당 내용을 공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행 외 상품에 대해서도 PG사와 얘기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판매자 정산대금'과 관련해 "지난주까지 위메프 정산 지연금은 400억원이었는데 현재 티몬과 위메프를 합친 미정산금은 1,000억원 정도"라며 "정산 대금은 큐텐 차원에서 확보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음 깊이 사죄드린다. 소비자 피해가 없도록 보상할 거고, 소상공인·자영업자 피해 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류 대표는 이번 사태를 예상했냐는 질문에 “일주일 정도 정산 지연이 있었는데,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며 “그룹에서 이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자 모든 수단을 동원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장에 모인 고객들이 큐텐그룹을 이끄는 구영배 대표의 사과와 해결 방안 제시를 요구한 데 대해서는 "조만간 (구 대표가) 입장을 밝히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비자 피해가 없도록 한다는 게 첫 번째 원칙인데, 갑자기 카드 취소가 막혀서 불편을 안겼다”며 “모두 저희의 불찰이다. 해결할 때까지 이 자리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류 대표는 판매자들의 정산 지연도 “해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메프는 소비자들을 상대로 환불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결제자 이름과 연락처, 예약번호, 상품명, 환불요청 수량, 예금주 이름과 계좌번호를 종이에 적게 한 뒤 순차로 환불금을 입금해 주는 식이다. 같은 날 신사동에 위치한 티몬 사무실에도 일부 소비자들이 항의 방문했지만 티몬은 건물을 폐쇄한 상태다.

‘머지포인트 악몽’ 재연되나

큐텐그룹은 큐텐, 위시플러스, 위메프, 티몬 등에 입점한 판매자들에게 대금 정산을 지연했고, 이에 유동성 위기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문제는 큐텐이 판매자 대금 정산을 제때 해주지 못하면서 소상공인들이 부도 위기에 몰렸다는 점이다. 정산된 금액으로 또다시 제품을 구입하고 여러 유통채널에 판매해야 하는데, 이 같은 순환 구조가 막혀버린 것이다.

현재 위메프와 티몬이 정산하지 않은 판매대금은 5월분이라 6∼7월 판매대금 정산 여부는 더욱 불확실하다. 특히 일부 판매자의 경우 수십억원까지 대금 정산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고가의 디지털 가전이나 여행상품 등을 판매하는 판매자들의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상품 단가가 큰 만큼 여신 거래가 활성화돼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일파만파 커지자 일각에서는 환불대란으로 대규모 피해를 발생시켰던 '머지포인트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앞서 지난 2021년 주요 프랜차이즈에서 무제한 20% 할인 혜택을 내세운 머지포인트를 판매했던 머지플러스가 사용처를 대거 축소한 뒤에도 본사에 소비자들이 몰려 환불을 요구한 바 있다. 머지플러스는 일부에게만 환불해 준 뒤 대규모로 환불을 중단해 수천억 원대의 피해를 일으켰고, 지난해 10월 경영진 남매의 실형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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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N페이코의 상품권 충전 서비스 중단 공지/출처=NHN페이코

큐텐발 유동성 리스크, 간편결제사 확산 우려도

큐텐의 유동성 문제는 수백억원 규모의 정산금이 묶인 간편결제사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NHN페이코는 23일 정오부터 티몬캐시-페이코포인트 간 전환을 중단했다. 이어 같은 날 '상품권 충전 시스템'도 무기한 중단했다. 공식적인 사유는 '시스템 점검' 이지만, 티몬 사태가 원인일 것으로 사실상 추정된다.

티몬캐시는 티몬이 할인발행하는 일종의 포인트 시스템이다. 티몬은 이달 티몬캐시를 10%대 높은 할인율로 발행하며 상당 규모를 유동화했다. NHN페이코는 티몬캐시-페이코포인트 전환 한도를 200만원으로 상향하며 포인트 유통을 지원했다. 하지만 정산금이 무기한 지연되면서 서비스는 종료됐다.

이런 가운데 또 다른 뇌관도 등장했다. 문화상품권이다. 티몬이 연간 수천억원 단위로 판매한 상품권은 해피머니·컬쳐랜드 등 발행사 플랫폼을 통해 페이코로 이동한다. 고객들은 상품권을 현금화(Cash out)하는 루트로 페이코를 애용해 왔고, 페이코는 포인트-현금 환전 수수료로 4%씩 이익을 봤다. 이 때문에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 등 다른 간편결제 업체 대비 정산금 규모가 크게 불어났고, 정산 지연에 대한 리스크도 더욱 커졌다.

지급결제업계가 추정하는 티몬의 상품권 취급액은 연간 2조원 이상이다. 티몬 측은 상품권 거래규모에 대해 외부 공개하지 않지만, 상품권 공급업체와 인지세 등을 통해 역추산할 경우 티몬의 2022년 상품권 취급액은 8,000억원, 2023년 상반기 취급액만 1조3,000억원어치로 추정된다. 만약 재무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상품권 할인발행으로 누적된 적자만 1,000억원 이상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유동성 리스크가 커지면서 티몬과 위메프에서 이탈하는 판매자와 결제업자들이 확산하는 등 탈출 러시도 이어지고 있다. 일부 판매자는 고객에게 별도로 문자를 보내 결제를 취소할 것을 요청하는가 하면, PG의 경우 티몬에서 신용카드 결제 서비스 자체를 막아놓기도 했다. 결제업계 관계자는 “문제가 장기화될 경우 더욱 자금 경색이 심화, 자칫 충격파가 핀테크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정부가 서둘러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나투어·모두투어·노랑풍선·교원투어 등 주요 여행사들도 이들 플랫폼에 상품 공급을 중단했다. 이에 여행업계에선 소형 여행사의 도산 위험이 클 것이란 우려가 쏟아진다.

인터파크 티켓·투어부문(인터파크트리플)의 경우 야놀자가 인수해 이번 큐텐 사태와 관련이 없음에도 문의가 이어지자 “인터파크트리플은 큐텐이 인수한 인터파크커머스와 별개의 회사”라고 공식 입장문을 냈다. 큐텐 사태가 불거진 직후 G마켓엔 입점 판매자의 정산 확인 등에 대한 문의가 쇄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G마켓 관계자는 “입점한 판매자의 불안이 커지다 보니 판매자가 안심할 수 있도록 메시지 내는 등 내부적으로 여러 방안을 두고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늘의집 등 신생 이커머스 플랫폼에도 판매자 문의가 잇따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큐텐 사태가 국내 이커머스 전반의 신뢰도마저 떨어뜨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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