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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넥트웨이브 4,000억원대 리파이낸싱, 자진 상장폐지 눈앞
다소 노골적인 MBK의 행보, 노리는 건 '볼트온 전략'
홈플러스 매각에 집중, 커넥트웨이브 인수 후 온라인 부문 강화
이커머스 업체 커넥트웨이브의 자진 상장폐지가 가시화하는 분위기다. 포괄적 주식교환이 가결된 가운데 리파이낸싱까지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커넥트웨이브, 인수금융 리파이낸싱 추진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커넥트웨이브는 국내 증권사 한 곳을 주선사로 선정한 뒤 4,000억원대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을 추진하고 있다. 금리는 최저 연 5%대 후반으로 정해졌다. 커넥트웨이브는 가격 비교 서비스 플랫폼 '다나와' 등을 운영하는 업체로, 지난 2022년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6,000억원을 들여 다나와와 코리아센터를 인수한 뒤 두 회사를 합병해 출범했다.
커넥트웨이브는 특수목적법인(SPC) 한국이커머스홀딩스를 통해 지난 4월부터 두 차례에 걸쳐 잔여 지분에 대한 공개매수를 실시했다. 1차 공개매수에서 창업자이자 2대 주주인 김기록 의장이 70.49%의 지분을 확보했고, 이후 2차 공개매수까지 완료한 뒤 장내에서 지분을 꾸준히 사들여 총 82.3%의 지분을 손에 넣었다.
지난달 30일엔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포괄적 주식교환 안건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개정 상법 제360조의3 제3항 4호에 따라 지배주주는 지분 66.7% 이상을 확보할 시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통해 소수 주주의 지분을 사들일 수 있다. 이를 통해 지분율을 95% 이상으로 끌어올리면 즉시 이사회 결의를 거쳐 한국거래소에 자진 상장폐지를 신청할 수 있다. 이를 '교부금 주식교환 제도'라고 한다.
MBK파트너스 상장폐지 전략 가시화
커넥트웨이브 자진 상장폐지가 가시화하자 시장에선 MBK의 상장폐지 전략이 또 한 번 본격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MBK가 공개매수로 주식을 사들인 뒤 상장폐지를 타진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건 이미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커넥트웨이브가 공개매수를 공식적으로 발표하기 전 거래량이 폭증하고 주가가 튀어 오르는 현상이 연달아 발생한 것도 MBK의 향후 행보를 쉽게 예측할 수 있어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4월 26일 코스닥 시장에서 커넥트웨이브 주식 거래량은 약 193만 주를 기록, 전일 대비 40배 이상 폭증했다. 같은 날 주가도 전일 대비 18.85% 뛰어 1만3,100원에 마감했다. 이 시기는 커넥트웨이브가 주당 1만8,000원의 공개매수 계획을 공개하기 직전이었다.
이때 커넥트웨이브를 가장 잘 이용한 건 JP모건이었다. 26일 외국인들이 순매수한 커넥트웨이브 주식은 총 6만9,286주였는데, 이 중 JP모건을 통해 순매수된 물량은 4만5,754주에 달했다. 과거 커넥트웨이브에 대한 JP모건의 순매수세가 확인된 바 없음을 고려하면 JP모건이 MBK의 '패턴'을 이용했다는 추론을 해볼 수 있다. 이는 MBK의 행보가 그만큼 노골적이란 의미기도 하다.
홈플러스-커넥트웨이브 연계성 제고, 볼트온 전략 강화
이처럼 MBK가 쉽게 예상 가능한 상장폐지를 거듭 타진하는 건 '볼트온(Bolt-on) 전략'을 본격화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볼트온 전략은 유사 업체 혹은 연관 업종의 기업을 사들여 규모의 경제를 꾀하는 것을 뜻한다.
현재 MBK가 집중하고 있는 것은 홈플러스 매각이다. 홈플러스는 MBK의 커넥트웨이브 인수 이후 온라인 부문에서 성과를 낸 바 있다. 홈플러스 내부 데이터에 따르면 메가푸드마켓 주요 점포 리뉴얼 뒤 1년간 식품 매출은 전년 대비 최대 95% 성장했고, 홈플러스 온라인은 연평균 20% 성장해 3년 연속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이 같은 온라인 체질 개선 결과 홈플러스는 지난해 3월부터 11월까지 누적 1,30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전년 대비 손실 규모는 34.92% 줄이는 데 성공했다. 커넥트웨이브와 홈플러스를 묶어 매각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뒀단 의미다. 이번 상장폐지 과정 역시 홈플러스를 함께 매각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