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 Home
  • FE분석
  • 기본소득의 명과 암, 세계 석학들 "현금 주니 노동 줄고 삶의 질 개선 효과는 미미"
기본소득의 명과 암, 세계 석학들 "현금 주니 노동 줄고 삶의 질 개선 효과는 미미"
Picture

Member for

10 months
Real name
김세화
Position
연구원
Bio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세상의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국내외 이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토대로 독자 여러분께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겠습니다.

수정

최근 민생지원금 지급 계기로 기본소득 논의 재점화 
오픈리서치 실험에서는 근로 의욕 줄고 소득 낮아져
핀란드 실험에서는 수혜자 대부분 실업 상태로 남아

기본소득제 등 정부의 현금 지원 정책이 저소득층의 생활 안정과 국가의 불평등 개선 등에 미치는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등 전 세계에서 진행된 기본소득 실험에서 단기적으로는 수혜자의 생활 안정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전반적인 삶의 질 차원에서는 노동 참여율 하락, 근로 소득 감소, 스트레스 증가 등의 부작용이 확인됐다. 한국에서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민생지원금 지급과 맞물려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재점화되고 있으나, 50조원이 넘는 재원 확보와 정책 효과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기본소득, 모든 사람에게 아주 적은 금액만 줄 수 있어

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년 세계경제학자대회(ESWC 2025)'에서 '기본소득 등 현금 지원 정책이 저소득층의 빈곤 해소 등에 효과적이지 않다'는 연구 결과들이 소개됐다.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서울시 디딤돌 소득 시범사업의 단기 효과를 분석한 결과 소득 지원을 받은 가구의 총소득과 소비 지출이 증가했지만, 고용률은 대조군과 비교해 10~12%포인트 감소하고 노동 소득도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교수는 "소득 지원이 사회 안전망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효과는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의 '디딤돌 소득'은 기준 중위소득 85%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기준소득 대비 부족한 가계소득 일정분을 채워주는 '선별적 소득 보장 정책'으로 기본소득과는 보편성 측면에서 차별화된다. 서울대 연구팀이 두 제도를 전국적으로 확장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디딤돌 소득은 지니계수를 0.30에서 0.26으로 낮춰 불평등 개선에 효과가 있었지만, 자본 축적이 줄어 국내총생산(GDP)이 감소했다. 반면 기본소득의 경우, 빈곤 개선의 효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사람에게 아주 적은 금액만 줄 수 있어 빈곤 해소에는 효과적이지 않다는 분석이다.

기본소득이 노동시장 참여율을 떨어뜨려 지원금을 제외한 노동 소득을 오히려 줄이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이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제안한 기본소득 실험으로 미국 일리노이주와 텍사스주의 저소득층 1,000명을 대상으로 3년간 매달 1,000달러를 조건 없이 지급하고, 비교군 2,000명에게는 매달 50달러만 지급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실험 결과를 보면, 실험군의 연간 총소득은 비교군보다 2,000달러 적었고 노동시장 참여율은 3.9%포인트 낮았다. 근로시간은 주당 1~2시간씩 감소한 반면 여가시간을 크게 늘어났다.

패트릭 크라우스 데이터 디렉터 등 오픈리서치 연구진은 "당초 재정적으로 여유가 생긴 이들이 더 좋은 일자리를 탐색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과는 달랐다"며 "근로 의욕이 줄었고 고용의 질은 나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연간 소득 감소, 스트레스 등 전반적인 삶의 질 개선 효과도 뚜렷하지 않았고, 노동 공급의 감소분이 교육 투자를 비롯해 다른 생산적 활동으로 전환되지도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 프로젝트를 제안한 올트먼 CEO 역시 해당 실험을 통해 기본소득의 부정적인 측면을 확인하면서 입장을 바꿨다고 덧붙였다.

70여 개국 기본소득 실험, 정책 효과에선 한계 명확해

이번에 소개된 연구 결과들은 대부분 특정 지역의 소수 인원을 대상으로 한 실험으로, 현재 엄격한 의미에서 기본소득을 시행하는 국가는 없다. 미국 스탠퍼드대 기본소득 실험실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핀란드, 캐나다, 브라질, 독일, 스페인, 이란, 케냐, 스코틀랜드 등 세계 70여 개국이 과거 기본소득 실험을 진행했거나 실험을 계획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중 캐나다는 1970년대 매니토바주에서 세계 최초로 기본소득 실험을 진행했다. 핀란드는 2017년부터 2년간 실험을 진행했는데 기본소득을 받은 실업자 대부분이 여전히 실업 상태로 남아 있었다는 점에서 이 실험은 실패로 간주됐다.

가장 최근에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포함해 2020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진행된 독일경제연구소(DIW)의 '기본소득 파일럿 프로젝트가 주목을 받았다. 18세 이상 성인 1,500명에게 월 1,200유로를 지급하고 1,300명의 대조군과 비교 방식으로 실험이 진행됐다. 아직 최종 결과가 공식 발표되지 않았으나,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수혜자들의 노동시장 이탈이나 노동시간 감소가 두드러지지 않았고, 직업훈련·교육 참여가 미세하게 증가하는 등 일부 긍정적인 효과가 관찰됐다. 다만, 막대한 재정 부담과 고용 효과까지 고려할 때 단기간 내 정책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기본소득을 제도화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지난 2016년 스위스에서는 성인 1인당 매달 2,500스위스프랑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안이 국민투표에 부쳐졌으나, 찬성 23%·반대 77%로 부결됐다. 이듬해인 2017년에는 프랑스에서 스위스와 유사한 기본소득안이 집권 사회민주당의 대통령 후보였던 브누아 아몽에 의해 제안됐다. 18세 이상 시민에게 매달 750유로를 지원하겠다는 공약으로, 당시 우파 진영에서는 재원 확보의 어려움과 노동 의욕 저하를 이유로 강하게 반대했다. 결국 2017년 대선에서는 중도 성향의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며 기본소득 논의는 중단됐다.

현재로서는 미국 알래스카주가 '영구기금배당(Permanent Fund Dividend)'이라는 이름으로 시행 중인 기본소득제가 보편성·무조건성·정기성 등의 필수 기준을 충족하는 유일한 모델이다. 알래스카주는 1976년 '주의 자원은 주민의 소유'라고 명시한 주 헌법에 따라 석유 등 천연자원 수입 일부를 알래스카 영구기금을 조성하고, 1982년부터 기금 수익금 일부를 주 거주기간 1년 이상인 모든 주민에게 매년 지급하고 있다. 다만 알래스카 모델의 경우,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급여가 아니라 천연자원을 기반으로 한 '배당'의 개념으로 다른 국가의 상황에 곧바로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51조원 필요한 기본소득, 증세로 인한 국민 부담 가중

한국에서는 1997년 외환 위기를 계기로 사회복지 강화, 근로장려세제(EITC) 도입 논의 등과 함께 빈곤 및 불평등 해소 방안의 하나로 기본소득 담론이 등장했다. 이어 2010년대에 들어서는 공정 자동화에 따른 일자리 감소 우려가 커지면서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이 확대됐다.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 "예산 절감으로 기본소득 100만원을 지급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고, 2020년 이후에는 기본소득당 등 분배 정의 실현을 강조한 정당이 등장하면서 공론화됐다.

최근 정부가 민생지원금 15만원을 지급하면서 기본소득 논쟁이 재점화됐다. 20일 발표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는 2030년까지 농어촌 기본소득으로 6조2,000억원을 투입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이를 두고 무차별적 복지가 가져올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가 제기된다. 기본소득은 겉보기엔 평등해 보이지만, 저소득층에는 부족하고 고소득층은 불필요하기 때문이다. 민생지원금도 단기적으로는 소비 촉진 효과가 있으나, 특정 업종 쏠림과 물가 자극으로 결국 국민 부담을 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재원 확보 역시 논란거리다. 국민 모두에게 연 100만원을 지급하려면 51조원이 필요하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농촌기본소득에만 연평균 17조4,000억원이 소요된다. 여기에 고용보험 확대, 공공주택 공급 등 기본사회 정책까지 더하면 재원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결국 대규모 증세로 인한 국민 부담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기존 복지제도와의 중복, 수혜 사각지대 해소, 복지체졔의 전환에 따른 행정 부담 등 보이지 않는 비용을 감안하면 정책 효율성은 낮을 것이라는 지적이 뒤따른다.

Picture

Member for

10 months
Real name
김세화
Position
연구원
Bio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세상의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국내외 이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토대로 독자 여러분께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