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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열 직후 기업가치 재조정 국면
고속 성장 이면엔 투자·비용 부담
수익 포기 전략에 지속 가능성 의문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 개발사 오픈AI를 이끄는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AI 투자 열풍을 ‘거품’이라고 규정하며 과열된 시장 심리에 경고음을 울렸다. 그는 일부 기업 가치가 비정상적으로 치솟았다고 지적하면서도 AI가 인터넷 상용화에 비견될 만큼 큰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오픈AI의 적자 행진 앞으로도 한동안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면서 이 같은 낙관론은 좀처럼 힘을 얻지 못하는 모양새다.
내부자 평가에 시장 즉각 반응
21일 업계에 따르면 올트먼 CEO는 최근 미국 IT 전문 매체 더버지(The Verge)와 인터뷰에서 “최근 투자자들은 AI에 지나치게 흥분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전 세계 빅테크 기업과 스타트업들이 대규모 자금을 AI 분야에 투입하면서 기업 가치가 단기간에 지나치게 부풀었단 지적이다. 올트먼 CEO는 “거품이 생길 때는 많은 사람이 진실의 한 조각에 지나치게 흥분하는 경우가 많다”며 “일부 기업의 가치는 정신 나간 수준”이라고 일갈했다.
다만 올트먼 CEO는 지금과 같은 과열 양상에 우려를 표하면서도 AI의 중요도는 여전히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현대인의 삶에 가장 큰 변화를 불러온 인터넷의 상용화를 예로 들며 “‘투자자들이 AI에 대해 전반적으로 과도하게 들떠있는 단계인가?’라고 묻는다면, 내 생각은 긍정”이라면서도 “하지만 ‘AI가 오랜 시간 동안 가장 중요한 사건인가?’란 질문에도 긍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AI의 중요도를 강조한 올트먼 CEO의 발언에도 투자자들은 매도 행렬에 나섰다. 해당 인터뷰가 보도된 19일 뉴욕 증시에서 시가총액 1위인 엔비디아는 3.5% 하락한 상태에서 장을 마쳤으며, AMD(-5.4%)와 브로드컴(-3.6%), 슈퍼마이크로컴퓨터(-5.7%), 코어위브(-4.04%) 등 다수의 AI 및 AI 칩 관련 기업들이 주가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시장에서는 올트먼 CEO의 경고성 발언을 단순한 과장이 아닌 투자 과열을 직접 체감한 내부자의 평가로 받아들인 셈이다.
투자자 자금 회수까지 먼 길
오픈AI의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흑자 전환은 먼 미래의 과제로 남아 있다는 점도 이 같은 해석에 힘을 싣는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3월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오픈AI의 올해 매출이 127억 달러(약 19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는 지난해 37억 달러(약 5조2,000억원)였던 연매출의 3배를 웃도는 수준으로, 매우 기록적인 성장 속도다. 그러나 업계는 오픈AI가 본격적인 흑자를 내는 시점은 최소 2029년 이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전망은 오픈AI가 성장 과정에서 서버 유지와 인건비, 데이터 확보에 들어가는 비용 등 막대한 부담을 떠안았기 때문이다. 초거대 모델을 학습·운영하기 위한 컴퓨팅 자원이 매출 증가보다 더 빠른 속도로 비용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게 업계 전반의 시각이다. 여기에 클라우드 서비스 임차료와 GPU 확보 경쟁 등에서 발생하는 추가 비용도 손익 구조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매년 구독자 수와 매출을 몇 배씩 늘려 가는데도 오픈AI의 흑자 전환 시점이 4년 이상 뒤로 밀린 이유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을 ‘고속 성장과 고비용 구조가 동시에 나타나는 비정상적 사례’로 정의했다. 기업 가치가 빠르게 불어나고 있지만, 실제 현금 흐름에서는 비용이 매출을 초과하는 구조가 고착했다는 분석이다. 나아가 오픈AI가 계속해서 적자를 감내하는 것은 시장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선택이지만, 장기적으로는 투자자들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요소로도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성장과 수익성 사이 균형점 찾기
실제로 오픈AI는 최신 모델인 GPT-5 개발 과정에서마저 연산 자원과 전력 소모 부담이 성능 조정의 핵심 요인으로 작동했다고 밝혔다. 모델 파라미터 수와 컨텍스트 길이가 늘어날수록 GPU 사용량과 메모리 요구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이 때문에 학습과 추론 단계 모두에서 비용 압박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이에 더해 안정적 학습을 유지하기 위한 장애 복구 시스템과 효율적 스케줄링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비용이 발생했다. 결국 오픈AI는 일부 기능을 줄이고 보수적 설정을 택하는 식으로 최신 모델을 출시했다.
이와 같은 현실은 오픈AI의 경영 전략과도 직결된다. 올트먼 CEO는 이달 초 CNBC와의 인터뷰에서 “회사의 성장을 위해선 학습·연산 인프라 투자에 우선순위를 둬야 하고, 그로 인해 수익 달성이 늦어지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라며 적자 감수 전략을 공식화했다. 시장 지배력 확대가 당장의 수익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그는 “아직 상장 기업이 아니기에 공개 시장의 압박에서 자유로운 만큼 AI 학습과 연산 투자에 계속 돈을 쏟아부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장 참여자들은 이러한 전략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표했다. 성능을 다소 낮추더라도 안정적인 서비스 품질이 유지되면 단기 매출 확보는 가능하지만, 장기적으로 초대형 추론 수요가 일상화되면 인프라 비용이 기업 재무를 압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단위 추론 비용 절감, 요금제 세분화, 기업 고객 대상 장기 계약, 모델 경량화, 데이터 파이프라인 자동화 같은 대안들이 논의 중이다. 이러한 전략이 기업의 성장세를 유지하는 동시에 수익성 개선으로 연결될 수 있느냐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된 만큼, 적절한 균형점을 찾지 못할 경우 오픈AI를 둘러싼 신뢰도 하락 역시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