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수정
오비맥주, 신세계L&B서 제주소주 인수
제주소주 생산용지·설비·지하수 이용권 등 양도
중류주로 수출 시장 확대, 카스와 글로벌 동반 진출도
최근 신세계 제주소주를 인수합병한 오비맥주의 모기업 AB인베브가 증류소주를 제조해 소주 시장에 진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K푸드 열풍 흐름을 타고 기존 희석식 소주와 함께 전통 증류식 K소주로 해외 시장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AB인베브, 증류주 제조 기술자 영입 검토
12일 업계에 따르면 AB인베브는 최근 국내 주류 업계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증류주를 제조할 수 있는 기술자를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증류식 소주 사업에 대해 AB인베브 관계자는 "이제 막 인수합병을 했기 때문에 100% 확실하게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도 "최근 회사가 '프리미엄 제품'에 힘을 주고 있기 때문에 희석식뿐만 아니라 증류식 소주도 경쟁력 있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는 맞다"고 말했다.
앞서 AB인베브는 11일 신세계그룹 주류 계열사인 신세계L&B가 운영하는 제주소주를 인수, 이를 통해 AB인베브는 제주소주 생산 용지와 설비, 지하수 이용권 등을 양도받았다. 2011년 제주도 향토기업으로 출발한 제주소주는 수출에 집중하며 글로벌 시장 내 K소주의 판로를 확대해 온 브랜드로, 2016년 이마트에 인수(매각가 190억원)된 뒤 이듬해 올레소주를 ‘푸른밤’으로 리뉴얼해 판매했다.
하지만 푸른밤은 하이트진로 ‘참이슬’, 롯데칠성음료 ‘처음처럼’ 등에 밀려 시장 점유율 확대에 어려움을 겪다 2021년 3월 국내 소주 시장에서 철수했다. 4년간 이마트는 유상증자를 통해 제주소주에 570억원을 투입했지만, 흑자전환에 실패했고 결국 2021년 신세계L&B에 제주소주를 넘겼다. 이후 제주소주는 국내 소주 사업을 중단하고 소주 위탁생산(ODM)과 과일소주 수출 중심으로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소주 수출액 1억 달러 재돌파
세계 최대 맥주회사인 AB인베브가 한국 시장에서 소주에 눈을 돌린 것은 주력 제품인 맥주를 비롯한 전체 주류시장의 성장세가 향후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국내 주류 출고량은 최근 수년간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다. 2017년 397만 KL(킬로리터)였던 출고량은 2021년 351만 KL로 떨어졌으며 코로나19 효과로 이듬해 반등했지만 이전 수준을 회복하진 못하고 있다.
이는 근본적으로 회식 및 음주 문화의 변화, 건강을 중요시하는 라이프스타일의 확립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다가올 인구절벽으로 절대적인 주류 소비층이 줄어들 것이 확실시되자 국내외를 막론하고 주류 회사들은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객단가를 높이는 데 힘쓰고 있다.
AB인베브는 이번 인수를 통해 국내 소주 시장 공략이 아닌 수출 전진기지로 활용할 구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시장에서 K-푸드의 열풍으로 소주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점을 고려해 오비맥주의 카스 수출과 시너지 효과를 끌어내기 위한 전략이라는 평가다.
실제 관세청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소주 수출액은 1억141만 달러(약 1,360억원)로 전년 대비 8.6% 증가했다. 소주 수출액이 1억 달러를 넘어선 건 2013년 이후 10년 만이다. 주정에 과일 향이나 향신료 등을 넣어 '리큐르(리큐어)'로 분류되는 과일소주까지 포함하면 실제 수출 규모는 더욱 크다. 소주 수출액은 베트남(793만 달러), 필리핀(446만 달러)의 증가세가 컸다. 두 나라의 수출액은 전년 대비 각각 17.5%, 120.4% 치솟았다. 이 외에도 대만, 말레이시아, 태국 등 대체로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글로벌 '소주 인지도'도 급상승
글로벌 시장에서 인지도도 상승하는 추세다. 한식진흥원이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중국 베이징, 베트남 호찌민, 미국 뉴욕 등 해외 주요 18개 도시에 거주 중인 20~59세 현지인 9,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3 해외 한식 소비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외국인들이 가장 잘 알고 있는 한국의 술은 소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41.1%가 한국의 대표 주류로 소주를 꼽았고 이어 맥주(31.6%), 과실주(22.8%), 청주(17.9%), 탁주(14.5%) 순이었다. 특히 동남아시아의 소주 인지도가 62.7%로 타 권역 대비 높은 수치를 보였다. 맥주에 대한 인지도는 동북아시아가 38.1%로 가장 높았다.
최근 2년간 외국인이 가장 많이 섭취해 본 한국 주류도 소주가 47.9%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맥주가 36.2%로 2위에 이름을 올렸고 과실주(24.1%), 청주(18.1%), 탁주(13.2%) 등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한국 주류의 섭취 이유로는 '맛있어서'(35.1%)라는 답변이 1위를 차지했다. 그 밖의 이유론 '주변에 추천을 받아서'(16.0%), '한국 드라마, 영화 등에서 접해봐서'(15.5%), '향이 좋아서'(11.6%), '도수가 낮아서'(8.4%) 순이었다. 또 외국인 중 절반 이상이 향후 한국 주류를 섭취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한국 주류를 섭취할 의향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57.7%가 '의향이 있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