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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 7조, 삼성 메모리는 5조~6조 수준
범용 D램 수요 하락세, HBM은 AI 산업 영향으로 강세 유지
SK는 엔비디아에 HBM3E 8단 납품 시작, 삼성은 퀄테스트 통과도 지지부진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의 영업이익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스마트폰 수요 악화 등 영향으로 삼성전자의 주력 제품인 범용 D램 가격이 하락한 가운데 고대역폭메모리(HBM)는 여전히 수요가 견조하기 때문이다. HBM은 SK하이닉스의 주력 사업 부문으로 꼽힌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영업익 '역전' 가능성 제기
26일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올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연결기준 6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 대비 26.2% 증가한 수준이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의 영업이익이 5조~6조원 수준으로 추산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3분기 들어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의 아성을 넘어설 가능성이 제기된 셈이다.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 대비 높은 성장성을 보인 배경엔 재고자산이 있다. SK하이닉스의 반기보고서를 보면 2분기 기준 재고자산은 13조3,549억원으로 1분기 때와 견줘 5,000억원가량 줄었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반등하면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며 재고를 줄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업황 호재에도 오히려 재고자산이 늘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분기 재고자산은 32조3,308억원으로 1분기(32조318억원) 대비 3,000억원가량 증가했다. 회계상 재고평가 충당금(재고 가격이 취득원가보다 낮아질 경우를 대비해 미리 하락분을 반영하는 금액)이 4조원 늘어나면서 재고자산이 덩달아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실적 저조한 범용 D램, HBM 수요는 여전히 견조
범용 D램 시장이 악화한 점도 양 사의 명운을 갈랐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DR4 8Gb 1Gx8 D램의 지난 8월 평균 고정거래 가격은 전월 대비 2.38% 하락한 2.05달러로 집계됐다. 시장조사업체인 옴디아는 내년 범용 D램 성장률이 12%로 올해에 견줘 57%가량 둔화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이처럼 범용 D램에 부정적인 지표가 거듭 나오는 건 스마트폰과 PC 등 소비용 IT 기기에 탑재되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IT 수요 침체가 이어지며 고객사 메모리 반도체 재고가 쌓인 탓에 공급량이 예상치를 밑돌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AI 서버 기업들과 달리 스마트폰과 PC 업체들은 지난해 3분기부터 메모리 재고 축적을 지속했다"며 "3분기 신제품 출시에도 수요가 예상을 하회하고 있어 하반기 메모리를 비롯한 부품 구매에 보수적인 전략을 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범용 D램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로선 실적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면 SK하이닉스는 범용 D램 악재에 대한 타격이 크지 않았다. SK하이닉스의 D램 응용처별 매출 비중을 보면 서버용 D램이 40% 이상, AI와 고성능컴퓨팅(HPC)에 활용되는 그래픽용 D램이 약 20%다. 범용 D램에 대한 의존도가 그만큼 낮다는 의미다. 더군다나 그래픽용 D램과 HBM을 포함한 그래픽용 D램은 AI 서버에 주로 탑재되는 만큼 수요 자체가 견고하다. 같은 환경에서도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 대비 높은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과적으로 범용 D램을 중심으로 발생한 악재가 오히려 SK하이닉스의 주력 제품인 HBM의 시장 강세를 부각하는 효과를 낸 셈이다.
HBM 시장 지배력으로 삼성 앞서, SK하이닉스 강세 이어질 듯
SK하이닉스의 HBM 부문 시장 지배력이 삼성전자를 앞서고 있는 만큼, 업계에선 SK하이닉스의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 SK하이닉스는 이전부터 AI 반도체 시장의 '큰 손'으로 꼽히는 엔비디아에 4세대 HBM인 HBM3를 독점 공급해 온 바 있고, 지난 3월엔 메모리 업체 중 최초로 5세대 HBM인 HBM3E 8단 제품도 납품하기 시작했다. 또 HBM3E 12단 제품은 올해 3분기 양산에 돌입해 4분기 본격 출하할 예정이며 6세대인 HBM4는 내년 하반기 12단 제품부터 공급할 계획이다. 이미 견고한 HBM 부문 청사진이 마련돼 있단 의미다.
반면 삼성전자는 5세대 HBM 퀄테스트에 통과하지 못한 탓에 엔비디아에 대한 HBM 제품 공급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있다. 당초 업계에선 늦어도 8월까진 삼성전자의 HBM3E 8단 제품의 퀄테스트 통과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왔으나 현재까지도 무소식인 상황이다. 그나마 최근 4세대 HBM3가 퀄테스트를 통과해 중국 판매용 AI 가속기에 일부 공급된 것으로 알려지긴 했지만, 물량 자체가 적은 만큼 실적 향상에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이렇다 보니 시장에선 하반기 삼성전자의 HBM3E 양산 여부가 실적 희비를 가를 최후의 변수가 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HBM 기술력 및 생산량을 급격히 늘리면 HBM 제품의 가격은 다소 하락할 수밖에 없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선 기대 수요 물량과 제품 가격 모두 우하향하면서 실적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일각에선 회의적인 목소리도 적잖이 쏟아진다. HBM 부문에서 후발주자 격인 삼성전자가 퀄테스트 통과 등 산적한 과제를 단숨에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한편으론 이미 SK하이닉스의 접근을 상당 부분 허용한 만큼 다시 격차를 벌리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있다. 실제 양 사의 상반기 영업이익을 보면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는 8조3,600억원, SK하이닉스는 8조3,545억원으로 그 격차가 55억원에 불과하다. 결국 여러 지표를 고려하면 당장은 SK하이닉스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