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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전체 매출 79.1조, 영업익 9.18조
매출은 늘었지만 수익성 악화
반도체 부문 영업익 4조원 밑돌아
삼성전자가 올 3분기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올렸다.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 제품의 수요가 견조하고, 디바이스경험(DX) 부문에서도 플래그십 스마트폰 판매가 호조세를 보이며 역대급 매출을 달성한 것이다. 다만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에 못미치는 모습이다. PC와 모바일 수요 회복 지연에 따른 재고 조정과 중국산 범용 D램 물량 확대로 가격 하락 압박이 커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DS 3분기 매출 29.27조, 영업익 3.86조
31일 삼성전자는 3분기 연결기준 실적 매출 79조1,000억원, 영업이익 9조1,800억원을 달성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35%, 277.37% 성장한 수치다. 지난해 최악의 부진을 겪은 반도체 업황이 개선됐고, 전략 스마트폰과 TV 판매가 호조를 나타내며 실적을 견인했다.
DS 부문 매출은 29조2,7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8%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3조7,5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지난해 같은 기간에서 흑자 전환한 3조8,600억원이다. 인공지능(AI)과 HBM,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서버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 증가로 전분기와 비교해 매출이 3% 개선됐다. 반면 영업이익은 환율 영향과 성과급 충당금 등 일회성 비용 증가로 전분기의 6조4,500억원 대비 40% 줄었다. 시스템LSI사업부는 시스템온칩(SoC)과 디스플레이구동칩(DDI) 판매가 늘었지만 일회성 비용으로 이익이 하락한 영향이다. 파운드리사업부 역시 전방 수요 부진으로 고전했다.
DX 부문은 매출 44조9,900억원, 영업이익 3조3,7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와 견줘 2%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9.7% 줄었다. 모바일경험(MX)사업부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웨어러블 신제품 판매로 이익률 10% 이상을 달성했지만, 네트워크사업부는 통신사업자 투자 축소와 비수기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는 네오 QLE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대형 TV 판매 호조와 서비스 매출 확대로 전년 동기 대비 성장이 두드러졌다. 생활가전사업부는 '비스포크 AI' 중심의 판매 증가로 실적이 개선됐다.
삼성 DS 부문 영업익, SK하이닉스의 절반 수준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은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 크게 상반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4일 3분기 경영실적 설명회에서 매출 17조5,700억원, 영업이익 7조3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 18조400억원, 영업이익 6조7,600억원이던 컨센서스를 모두 상회한 수치다.
특히 삼성전자 매출은 가전·모바일폰 등이 포함된 DX 부문과 반도체인 DS 부문이 양분하고 있는데, 삼성전자의 직전 2분기 실적을 보면 총매출 74조700억원 중 DS 부문이 38.6%(28조5,600억원)를 차지했다. 총영업이익도 10조4,400억원 중 DS 부문이 61.8%(6조4,500억원)나 됐다. 이 비율을 삼성전자 3분기 실적에 대입해 보면 DS 부문 매출과 영업이익 추정치는 각각 30조4,940억원, 5조6,238억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이 또한 메모리 반도체 사업만 하는 SK하이닉스에 비해 턱없이 낮다. 영업이익률만 보면 삼성전자 DS 부문은 18.4%로 40.0%인 SK하이닉스의 2분의 1 수준이다.
삼성전자 DS 부문 부진의 원인으로는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 정체가 지목된다. DS 부문은 저장장치 D램과 낸드플래시가 속한 메모리,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 사업 등이 포함된 비메모리로 나뉘는데 이 중 메모리 반도체가 DS 부문 전체 매출의 60~70%를 담당한다. 하지만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PC용 D램과 모바일용 낸드플래시 가격은 전월 대비 각각 17.1%, 11.4% 감소했다.
이에 비해 SK하이닉스는 HBM를 앞세워 호실적을 냈다. HBM은 방대한 데이터 처리에 특화된 D램으로 일반 D램보다 3~5배 비싼 걸로 알려졌다. 특히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생산·처리해야 하는 AI 시대에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선두주자인 엔비디아에 최신형 HBM을 독점 공급하고 있다. 이 역시 현재 엔비디아의 품질 검증을 받는 삼성전자와 대조된다.
삼성전자 신용융자잔고 1조495억, 빚투 증가
이런 가운데 국내 증시에서는 삼성전자 주가가 5만원대 횡보를 멈출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달에만 14거래일이나 6만선을 하회했고, 최근 기준으로 11거래일 연속 5만원대에 머물렀다. 외국인의 매도 공세에 연일 ‘52주 신저가’ 기록을 세우며 5만5,700원까지 주저앉기도 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연일 하락하자 개인투자자들은 공격적으로 저점 매수에 나섰다. 그 결과 전날 종가 기준 삼성전자 신용융자잔고는 1조495억원으로 불어났다. 삼성전자 신용융자잔고가 1조원대에 올라선 것은 지난 11일(1조156억원)이 처음이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전체 신용잔고 규모가 10조1,000억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10분의 1이 삼성전자에 몰려있는 셈이다.
신용융자잔고는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린 뒤 아직 갚지 않은 금액이다. 투자자들은 현재 주가가 저점으로 판단되고, 향후 반등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할 때 '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서는 경향이 있다. 주가가 하락하는 시점에 싸게 사서 추후 비싸게 팔겠다는 수요가 크다는 의미다.
앞서 삼성전자 신용잔고 규모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벌어진 '동학개미운동'이 한창이던 2021년 8월 20일 9,418억원까지 올라섰던 적이 있다. 이후 지난해 7월 18일 2,421억원까지 쪼그라들었던 삼성전자 신용잔고금액은 올 들어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고, 지난 8일(9,515억원) 기준으로 과거 최고치를 넘어섰다.
개인 투자자들이 순매수에 나선 데는 삼성전자 주가가 펀더멘털(기초체력)보다 과도하게 저평가됐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배 수준까지 내려왔다. PBR이 낮을수록 주식 가치가 저평가됐다는 뜻인데, 통상 성장기업은 PBR이 높은 데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의 PBR도 2배를 웃도는 것을 감안하면 주가가 상당히 낮게 평가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5일에는 삼성전자 주가가 5만5,000원대까지 떨어지면서 올해 실적 추정치 기준 주당순자산가치(BPS·5만6,413원)마저 밑돌았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기업의 전체 청산가치에도 못 미칠 정도로 주가가 급락했다는 얘기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가 이미 PBR 1배 수준까지 하락한 상황인 만큼 추가 하락 가능성이 제한적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3분기 영업이익은 일회성 비용으로 인해 주춤했지만, 4분기까지 실적 개선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부진했던 낸드 수익성도 가격 반등으로 빠르게 정상화 중"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영업이익이 개선되는 구간에 진입했으나 최근 주가는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를 지나치게 반영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