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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권 들어온 위안화 평가 절하, 한국 포함 주변국 타격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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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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亞 시장 불안정성 극대화 가능성↑
원화 가치 동반 하락 우려 커져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 1년 만에 최저 수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을 앞두고 중국 위안화 가치가 폭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높은 관세에 대한 충격에 중국 내 자본 유출까지 맞물리며 위안화 가치 하락이 가팔라질 것이란 주장이다. 수출 시장에서 중국과 경쟁하고 있는 한국 또한 위안화 평가절하의 영향권에 놓였다.

“위안화 가치, 달러 대비 최대 50% 하락 가능성”

12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로빈 브룩스 브루킹스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트럼프가 공약한 대로 중국산 수입품에 60% 관세를 부과하면 위안화 가치는 달러 대비 50%가량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는 미국이 대중 관세를 올리는 만큼 위안화 가치도 이에 연동돼 하락하는 양상을 보여 왔다는 점을 들었다.

실제로 트럼프 1기 행정부가 2018년 5월 중국산 수입품 중 절반가량에 25%의 추가 관세 부과를 선언했을 당시 위안화는 달러 대비 10% 하락했다. 추가 관세 적용 직전 달러당 6.3위안 수준이던 위안·달러 환율은 그해 12월 6.9위안까지 치솟았다. 다만 이같은 환율은 이듬해 2월 미 정부가 대중 관세 부과를 연기하며 6.67위안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안정을 되찾았다.

시장에서는 내년 1월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관세율을 현행 60%보다 높은 수준으로 부과할 경우 중국 내 자본 유출을 가속해 위안화 평가 절하 시기가 더 앞당겨질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화폐 가치가 하락한 시장에서는 기대 수익률이 낮아져 투자자들이 대거 이탈하는 움직임을 보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2015~2016년 중국의 대규모 자본유출을 꼽을 수 있다. 당시 중국은 증시 급락 및 경제 성장 둔화 등으로 대규모 자본 유출을 피하지 못했고, 중국 정부는 1조 달러(약 1,406조원)에 달하는 외화보유액을 환율 방어에 소모한 바 있다.

중국 내 금 거래 폭증, 구리 재고 누적 현상 또한 위안화 평가절하가 임박했다는 전망에 힘을 싣는 요소다. 통상 각국의 중앙은행은 자국 화폐의 가치가 떨어질수록 달러로 금이나 구리를 매입하기 어렵기 때문에 화폐가치 하락에 앞서 이를 미리 비축하는 경향을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에 의하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올해 4월까지 18개월 연속 금을 순매수했다.

문제는 위안화 하락이 주변국 및 신흥국 통화, 원자재 가격까지 끌어내려 시장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브룩스 연구원은 “위안화 거래량이 많은 아시아 시장에 큰 타격이 예상되며, 달러 상승으로 인한 신흥국의 구매력 저하가 원자재 가격 약세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시장의 불안정성이 극대화할 수 있는 만큼 신흥국 정부에 완전한 변동환율제를 시행하고, 예산을 신중하게 편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동반 투자 많을수록 동반 하락도 불가피

한국 역시 위안화 평가절하의 영향권에 놓였다. 중국과 경쟁하는 국내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경상수지 흑자 기조에도 악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기록적인 ‘슈퍼 엔저’ 현상이 지속 중인 일본과의 비교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 분석에 따르면 세계 시장에서 한·일 두 나라의 수출 경합도(2023년 기준)는 0.458이다. 석유제품 경합도가 0.827로 가장 높고, 자동차·부품(0.658), 선박(0.653), 기계류(0.576) 등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특정 시장에서 양국 간의 경쟁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인 수출 경합도는 1에 가까울수록 경쟁이 치열하다는 의미로, 통상 0.5%를 넘어서면 높은 수준으로 평가한다. 다시 말해 엔화의 가치가 하락할수록 우리 수출 경쟁력도 함께 떨어진다는 얘기다.

여기에 원화 가치가 동반 하락할 경우 국내 금융 시장 전반으로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글로벌 외환 투자자들은 위험 회피를 위해 원화와 주변국 통화에 동시 투자(프록시 헤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따라 원화 가치가 동반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또한 지난 4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원화 가치가 주변국 통화에 프록시(대용) 되다 보니 우리 펀더멘털에 비해 과도하게 평가 절하되는 측면이 있지 않은지를 유심히 살피고 있다”고 경계한 바 있다.

하락 랠리 들어선 유로화

유럽에서는 이미 화폐 가치 하락이 현실화한 모습이다. 미국이 보편관세를 도입할 경우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수출 경제가 타격을 받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유로화 가치 급락으로 이어진 것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국제 외환시장에서 유로·달러 환율은 12일 한때 1유로당 1.0595달러까지 떨어지며 지난해 11월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다만 전문가 사이에선 시장이 과도하게 경계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보편관세와 관련한 트럼프 당선인의 강경 공약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게 이들의 견해다. 제러미 시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트럼프 당선인이 주식시장을 경제 정책 성공의 척도로 보는 만큼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책은 자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병서 중국국제금융연구소장 또한 “중국이 트럼프 행정부의 환율 절상 요구에 대비해 위안화를 미리 절하시킬 순 있다”면서도 “대중 관세 등은 추측성 분석에 불과할 뿐, 현시점에서는 확정된 것이 없다”며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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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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