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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PF 산업 구조 선진화 나선 정부 “시행사 자기자본비율 20%까지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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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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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등 ‘부동산 PF 제도 개선방안’ 마련
시행사→건설사→금융사 리스크 전이 취약
해외 주요국, 최대 40% 자기자본비율 요구

정부가 평균 5%에 불과한 시행사의 자기자본비율을 2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등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산업 구조 선진화 기반 다지기에 나섰다. 각종 인센티브를 통해 자본 확충을 지원하고, 현물출자를 장려하는 방식으로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다진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건설사의 책임준공을 돕고 수수료 등 불합리한 시장 관행을 개선해 부동산 PF 시장의 공정 질서를 확립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PF 안정성 높이고, 주택공급 활성화

정부는 14일 오전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 의결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부동산 PF 제도 개선방안’을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 부처 합동으로 발표했다. 이번 제도 개선 방안은 PF의 안정성을 높이는 동시에 주택공급을 활성화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정부는 그간 연구용역을 비롯해 시행, 시공, 금융 등 관련 분야별 현장 의견수렴을 거쳐 이번 방안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내용은 ▲현물출자를 통한 안정적 사업구조 마련 ▲인센티브 등을 통한 자본 확충 지원 ▲리스크 관리 강화를 통한 자본 확충 유도 ▲금융 건전성 규제 체계 합리화 및 안정적 수준의 자기자본 확충 기반 마련 등이다.

먼저 현물출자는 그간 고금리 대출로 토지를 매입해 금리 인상 등 대외변수에 취약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던 만큼 토지주가 토지 또는 건물을 현물출자해 주주로 참여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PF사업에 현물출자 시 출자자의 이익실현시점을 고려해 양도차익 과세나 납부를 유예할 계획이다. 현물출자 방식의 개발 활성화를 위해서는 선도 사업 후보지를 공모하고, 최종 후보지에 대해서는 건축물용도, 용적률 등 개발규제가 대폭 완화된 각종 컨설팅을 진행한다.

또 장기임대주택 등 정책사업 추진에 토지주가 현물출자할 경우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매입확약을 통해 사업성을 보완하고, 공공기관이 시행사 또는 자산관리회사로 참여해 책임준공을 돕는다. 정부는 이를 통해 시행사의 자기자본비율이 20~40% 수준까지 상향될 것으로 내다봤다. 자기자본비율이 높아지면 브릿지 대출을 받지 않아도 돼 사업비 절감에 따른 분양가 인하와 사업 안정성 제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자본 확충 지원을 위해 인센티브도 적극 활용한다. 지금까지는 PF 보증심사 시 일정 수준의 자기자금(토지비의 10% 또는 총사업비의 2% 이상)을 요건으로 해 왔으나, 해당 비율이 높아도 별도의 인센티브가 없어 업계의 적극적인 노력을 기대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자기자금 비율이 높아 보증 리스크가 적은 사업장에 대해서는 PF 보증료를 할인해 줄 계획이다.

PF대출 시 사업성 평가도 강화한다. 시행사 및 시공사의 담보나 신용보다는 PF 대상 사업의 수익성과 안정성 등을 객관적으로 평가한 후 대출하는 식이다. 이를 위해 PF 사업성 평가 기준과 수수료 원칙 등 절차를 마련하고, 객관적 평가를 수행하는 전문평가기관 인증과 대출 시 평가기관 사업성 평가를 의무화한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개선 방안에 따라 PF 사업에 현물출자 방식이 안착하고, 금융사의 자본투자가 확대될 것”이라며 “자기자본비율이 높아지고 금융비용이 낮아지는 등 리스크 감소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저자본·고보증 구조, 시장 환경 변화에 취약

부동산 PF는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에서 발생하는 미래의 현금흐름(수익성)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기법으로,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부동산 PF 규모는 230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해외 주요국은 시행사가 금융사 등 지분투자자를 유치해 30∼40% 자기자본을 확보한 후 토지 매입에 나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본 도쿄의 대형상업시설인 롯폰기힐스와 아키하바라 UDX는 자기자본을 각각 37%, 36% 투입하고 개발한 사례다. 호주의 경우 2008년 금융위기 이전에는 자기자본비율이 20% 이하인 사업장에 대한 대출이 승인된 경우도 있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은행들이 25~40% 수준을 대출의 조건으로 요구했고, 2022년 이후에는 건전성이 더욱 강조되면서 40%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시행사가 5% 이내 자기자본으로 토지 매입 단계부터 고금리 대출을 받아 사업을 진행하는 사례가 주를 이룬다. 금융사는 저자본 리스크를 보완하기 위해 PF 대출을 내줄 때 사업성을 평가하기보다는 건설사나 신탁사 등 제삼자의 보증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저자본·고보증 구조는 부동산 경기 위축이나 사업 여건 악화 등 시장의 환경 변화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시행사에서 건설사로, 다시 건설사에서 금융사로 리스크가 옮겨가기 쉬운 구조인 것이다.

부정적 외부효과, 제도적 개입 필수

이 같은 국내 부동산 시장 내 PF 문제는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십수 년 전부터 이어져 온 것이다. 30여 개 저축은행이 뱅크런으로 무너지면서 10만 명 이상의 고객이 손실을 입은 2011년 저축은행 위기가 PF 부실에서 비롯됐으며, 2019년에는 증권사가 PF 사업에 제공한 대규모 채무보증이 문제가 됐다. 가장 최근에는 2022년 레고랜드 사태가 불거지면서 채권시장에 찬바람을 몰고 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PF 시행을 위해 필요한 자기자본비율을 주요국 수준으로 높이고 건설사 등 제3자의 보증은 폐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원칙적으로 자본구조는 기업이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사업성 평가 미흡이나 및 리스크 확대 등 부정적 외부효과가 존재해 제도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자기자본비율이 낮을수록 금융회사가 PF 대출을 공급할 때 더 많은 대손충당금을 쌓도록 하는 간접규제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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