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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경제 올해 2.8% 성장 전망 신흥국 시장 이탈한 자금 줄줄이 미국으로 급감하는 투자에 비상 걸린 中, 시장 빗장 열었다
주요국들의 경제 성장 전망이 줄줄이 하향 조정되는 가운데, 미국이 내년까지 '나 홀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이 제기됐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를 전후해 신흥국에서 자금이 줄줄이 이탈하고, 미국 시장에 글로벌 자금이 집중되며 국가별 성장 격차가 눈에 띄게 확대되는 양상이다.
IMF "美, 평균 웃도는 성장 기록할 것"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IMF는 지난 10월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8%로 제시했다. 이는 같은 기간 선진국 평균 성장 전망치(1.8%)를 큰 폭으로 상회하는 수치다. 내년 미국 성장률 전망치(2.2%) 역시 선진국 평균 전망(1.8%)을 웃돈다.
반면 다른 주요국 경제에는 짙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IMF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내년엔 4.5%, 2029년엔 3.3%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은 부동산 침체 장기화로 인한 내수 부진과 청년 실업률 증가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유럽 경제를 이끌던 독일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천연가스 수급난, 중국 전기차의 저가 공세 등의 영향으로 부진에 빠졌다. 독일 정부는 지난달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2%로 낮췄다.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할 경우 독일은 지난해(-0.1%)에 이어 2년 연속 역성장을 기록하게 된다.
엔화 약세로 수입 물가가 상승하며 홍역을 치르고 있는 일본 역시 올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 들 것으로 전망된다. IMF는 일본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0.3%에 그칠 것이라 내다봤다. 한국은행은 최근 ‘일본 민간소비 부진 배경 및 전망’ 보고서에서 “고물가로 실질임금이 하락하고 소비심리가 악화한 가운데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국민부담률 상승 등 구조적 요인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美로 몰리는 글로벌 자금
미국이 '나 홀로 성장'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은 미국 대선을 전후해 미국으로 글로벌 자금이 급격히 쏠리고 있기 때문.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미국으로 오는 모든 수입품에 10%의 보편 관세를 매기고, 중국산 수입품에는 60%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2025년 만료되는 '감세와 일자리법(TCJA)' 역시 연장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시장은 이 같은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들이 차후 금리 인상을 부추길 것이라고 기대하며 미국 내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반면 신흥국에서는 꾸준히 자금이 이탈하는 추세다. 로이터통신이 국제금융연구소의(IFF) 데이터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 10월 신흥국의 주식 시장에서 255억 달러(약 35조6,05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2020년 3월 이후 최대 규모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아시아 신흥국에서 68억 달러(약 9조4,946억원)가 순유출됐고, 유럽 신흥시장에선 52억 달러(약 7조2,606억원), 라틴아메리카에선 36억 달러(약 5조245억원)가 각각 빠져나갔다.
특히 중국 시장이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달 중국 증시에서는 자그마치 90억 달러(약 12조5,622억원) 규모 자금이 이탈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9월 말과 11월에 발표한 경기 부양책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투자자들이 등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조나단 포툰 IFF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의 목표 완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의 신뢰는 여전히 낮다"며 "성장 우려와 규제 불확실성이 중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계속 억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투자 유치에 힘 쏟는 中
침체 위기가 본격화하자 중국은 투자 유치를 위해 '대외 개방' 카드를 꺼내 들었다. 중국은 이달부터 '외국인 투자 진입 특별 관련 조치(外商投资准入特别管理措施, 네거티브 리스트)'를 갱신해 시행하고 있다. 네거티브 리스트는 중국 정부가 외국 기업의 시장 진입을 제한하기 위해 2018년부터 도입한 제도로, 일부 특정 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제도다.
2018년 발표된 최초의 네거티브 리스트에는 당초 48개에 달하는 관리 업종이 포함돼 있었다. 이후 중국 정부는 2021년 31개로 관리 업종 수를 조정했으며, 이번 네거티브 리스트 갱신을 통해 관리 업종을 재차 29개까지 축소했다. 특히 새로운 네거티브 리스트 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중국 제조업 부문에 대한 외국인 투자 접근 제한이 완전히 해제됐다. 중국 제조업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와 내국인 투자자가 동등한 대우를 받게 된다는 의미다.
중국이 이처럼 투자 유치를 확대하기 위해 애쓰는 것은 최근 들어 중국 내 외국인 직접투자(FDI) 규모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상무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대중국 FDI는 6,406억 위안(약 125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4% 감소했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한 시장 전문가는 "중국에서 이탈한 투자 자금이 '트럼프 랠리'의 영향을 받아 미국으로 속속 흘러 들어가고 있다"며 "앞으로도 중국을 중심으로 몇 년간 시장 조정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며, 조정기 최대 수혜국은 미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