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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물량 쏟아낸 줄 알았는데" 삼전 빼면 오히려 순매수 트럼프 당선으로 반도체 시장 변수 속출, 시장 우려 확산 부진한 HBM 경쟁력, 中 'D램 저가 공세' 등도 악재
국내 증시에서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압박은 크지 않다는 진단이 나왔다. 시장의 평가와 달리 한국 주식시장이 글로벌 증시와 비교해 크게 부진하지는 않았다는 평가다.
국내 증시에서 '삼성전자' 제외한다면?
25일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를 제외했을 때 외국인 투자자는 최근 국내 증시에서 순매수를 이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지난 8월 이후 국내 주식시장에서 17조7,000억원을 매도했으나,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보면 오히려 4,500억원 규모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달 5일 미국 대선 이후를 기준으로 보면 외국인 투자자는 약 2조2,000억원어치 주식을 매도했지만, 삼성전자를 빼면 5,300억원 순매수였다.
주가도 마찬가지 흐름을 보였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삼성전자 하락분을 빼고 보면, 코스피 지수는 연초 이후 2.2%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대만, 중국 본토, 일본, 대만 증시에 비해서는 부진하나 프랑스, 브라질, 멕시코보다는 양호하다”고 짚었다. 이어 “외국인 투자가들은 삼성전자 등 반도체를 제외하면 반도체, 자동차, 화학, 건설, 미디어 섹터에 대해서는 매도 우위이나 기계, 조선, 통신, 유틸리티 업종에 대해서는 매수 우위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뒤흔든 '트럼프 리스크'
삼성전자가 증시에서 유독 약세를 보이는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미국의 반도체 관세 도입 우려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이전부터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으로 인해 보조금이 부자 기업에 돌아가고 있다며 우리나라와 대만의 반도체 기업들을 비판해 왔다. 트럼프 2기 정권이 들어서면 조 바이든 행정부가 시행 중인 반도체 지원법이 수정·폐기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삼정 KPMG 경제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인이 반도체 지원법에 비판적인 입장을 밝혀 법안의 수정 가능성이 제기돼 국내 반도체 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미국 정부의 대중 제재가 강화되며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수출 부문에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는 "반도체 지원법을 통한 보조금 지원 규모 축소와 대중 수출 통제 동참 요구 증가로 대중 수출 부담이 확대될 것"이라며 "중국에서 생산되는 삼성전자 낸드플래시, SK하이닉스 D램에 대해서도 관세 부과 등 추가적인 불확실성이 상존한다"고 진단했다.
HBM·D램 나란히 부진
삼성전자가 반도체 시장 내 경쟁력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점도 주가 하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현시점 가장 큰 악재로 지목되는 것은 고대역폭메모리(HBM) 부문의 부진이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이례적으로 HBM3E 8단 제품의 주요 고객사 공급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언급했지만, 12단 제품과 HBM4 등 차세대 제품에서 경쟁사와의 시장 진입 시점에 여전히 격차가 존재한다"며 "주가 하방 리스크는 제한적이지만 단기간 내 추세 상승 논리는 아직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삼성전자로부터 HBM을 납품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만큼, 차후 시장 상황이 급변할 가능성이 있다. 황 CEO는 지난 23일(현지시각) 홍콩 과학기술대 명예박사 학위 수여식에서 인공지능(AI) 메모리 반도체 납품 승인을 위해 작업 중이며, 삼성전자의 5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3E) 8단과 12단 제품을 모두 공급받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주력 제품인 D램 시장 상황 역시 좋지 못하다. 삼성전자의 시장 입지가 중국 기업들의 '물량 공세'에 밀려 점차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D램 시장 1위 업체인 CXMT의 생산 능력(웨이퍼 기준)은 2년 전 월 7만 장에서 올해 말 20만 장 수준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베이징과 허페이에서 확장 중인 공장이 완공되면 생산 능력은 월 30만 장까지 상승하게 된다. 2018년 미국의 제재를 받았던 중국 D램 업체 푸젠진화도 구형 D램 제품 DDR4를 주력으로 양산하며 생산 능력을 월 10만 장 이상까지 늘리고 있다.
문제는 이들 업체의 D램 판매가가 지나치게 저렴하다는 점이다. 대만 IT 매체 디지타임스는 지난 18일(현지시각)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중국 메모리 업체의 소비자용 DDR4 가격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글로벌 3대 D램 업체 제품의 절반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저가 물량이 대규모로 시장에 쏟아져 나올 경우 전반적인 시장 가격은 하락하게 되고, 삼성전자 역시 실적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 8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중국 메모리 업체의 레거시(구형) 제품 공급 영향으로 실적이 하락했다”는 별도 설명 자료를 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