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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대 이례적 채용, 강 회장 입김? “회장 중심 지배구조 심화” 비판도 비전문 인력 배치, 내부 통제는 실패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선거 캠프 출신 보은 인사로 농협 안팎이 시끄러운 모습이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처음 제기된 강 회장의 낙하산 인사 논란은 연말 정기 인사를 앞두고 그 불길을 키우고 있다. 시장에서는 금융기관의 부당한 지배구조와 취약한 내부 통제가 각종 금융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흘러온다.
노조 “고위직 인사 49명 강 회장 캠프와 관련”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 노동조합은 최근 성명을 내고 강 회장의 보은 인사와 관련한 농협 내부의 혼란을 알렸다. 노조는 “금융감독원의 지적에도 농협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 농협생명 대표 등 임기 만료 예정인 자리에 대한 간섭과 개입이 이뤄지고 있다”고 짚으며 “심지어 이미 ‘낙하산’을 탄 사람들은 더 좋은 자리를 달라고 요구하고, 아직 타지 못한 자들은 자리를 마련해줄 것을 요청하는 바람에 비서실과 농협재단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 회장의 보은 인사는 지난달 1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농협중앙회 국정감사에서 처음 제기됐다. 이 자리에서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강 회장의 농협중앙회 회장 선거를 도운 김병원 전 농협중앙회장이 농협대 초빙교원으로 채용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농협대는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초빙교원을 임명하지 않았는데, 강 회장 취임 직후 이례적으로 채용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윤 의원은 “지난 2021년 위탁선거법 위반 혐의로 당선무효형을 받은 김 전 회장을 초빙교원으로 채용했다는 점에서 농협대가 강 회장의 선거를 도운 보은 인사를 위한 안식처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강 회장 취임 이후 농협중앙회와 계열사, 심지어 농협대에도 낙하산 인사를 채용하면서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가 더욱 심화하는 모습”이라고 일갈했다. 이에 대해 강 회장은 “꼭 캠프 출신이라기보다 선거 기간 저와 마음을 나눈 분들”이라며 “선거 때 음으로 양으로 도와준 분들”이라고 답변했다.
노조는 김 전 회장의 농협대 채용 외에도 49명에 달하는 가까운 고위직 인사가 모두 강 회장 선거 캠프와 관련된 퇴직자라는 점을 지적했다. 윤 의원실에 따르면 2022년 퇴임한 지준섭 전 NH농협무역 대표는 중앙회장 선거에서 강 회장을 도운 뒤 중앙회 부회장으로 복귀했으며, 같은 해 퇴임한 여영현 전 농협네트웍스 대표도 강 회장 선출 이후 상호금융 대표이사가 됐다. 또 김창수 남해화학 대표(전 농협중앙회 지역본부장), 조영철 농협에코아그로 대표(전 농협홍삼 대표), 박서홍 농협경제대표이사(전 농협경제지주 상무) 등도 퇴임 후 강 회장 체제에서 재취업에 성공했다. 이들 모두 중앙회장 선거 기간 강 회장을 도왔다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연내 임기가 만료되는 금융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선출에도 강 회장의 입김이 작용할지 주목하는 모양새다. 다음 달 임기 만료를 앞둔 금융계열사 CEO로는 이석용 농협은행장, 윤해진 농협생명 대표, 서옥원 NH농협캐피탈 대표 등이 있다. 한 농협 내부 고위 인사는 “강 회장이 24~25대 중앙회장 선거를 연달아 치르면서 챙겨야 할 사람이 많은 것으로 안다”며 “특히 김 전 회장 측근들의 지원을 받으면서 퇴직한 OB(Old Boy·올드보이)들의 채용이 계속되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NH투자증권 대표 선임엔 ‘집안싸움’
보은 인사를 둘러싼 농협 내부의 갈등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가장 최근의 사례로는 지난 3월 NH투자증권 대표 선임 과정에서 벌어진 ‘집안싸움’을 꼽을 수 있다. 당시 강 회장은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을 추천했다. 하지만 농협금융지주가 반발하고 나섰다. 34년간 ‘농협맨’으로 근무한 유 전 회장은 상호금융과 기획 분야에선 전문가지만, 증권 업력이 없어 전문성이 떨어진단 지적이다. 대주주 격인 중앙회와 지주사인 농협금융의 집안싸움은 농협금융의 승리로 끝이 났지만, 이후로도 잡음은 끊이지 않았다. 한 농협 계열사 관계자는 “그 후로도 달라진 게 없다”며 “승진하려면 이제 캠프에서 일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인사 관련 논란이 끊이지 않는 배경으로는 농협의 ‘깜깜이식 인사’가 감사를 받지 않는 사각지대에 있다는 점이 꼽힌다. 농협법상 중앙회장은 비상근 명예직으로 공식적인 인사권이 없다. 주요 계열사 대표 등은 조합장과 농업인단체, 학계 인사 등으로 이뤄진 인사추천위원회에서 추천 후 이사회에서 결정하는 형식을 거친다. 하지만 이사회에는 회장이 포함되고, 각 부문 대표이사와 전무이사(부회장), 회장과 가까운 지역농협 조합장 등으로 구성돼 있다. 사실상 ‘회장 친정팀’으로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 감사에서도 농협 인사권은 예외다. 농식품부는 앞서 지난 7월 농협에 대해 현장 감사를 진행했는데, 인사 문제는 농협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측면에서 감사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놨다. 당시 농식품부 관계자는 “정부가 농협에 위탁한 건에 대해 농협이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줬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내부 보은 인사 등은 업무상 관리 감독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전문성 검증 없는 손쉬운 이동, 내부 통제 취약
문제는 이처럼 부당한 지배구조하에서는 내부 통제가 취약해져 각종 금융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농협은행에서는 올해 2월 109억4,733만 원 규모의 배임 사고가 발생했는데, 금융당국의 검사 결과 영업점 직원이 불법 행위에 가담한 정황이 확인됐다. 당시 금감원은 농협중앙회 출신의 ‘낙하산 직원’이 관할 지점 내부 통제를 총괄해 온 탓에 은행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 비금융 사업을 맡아온 중앙회 임직원이 전문성 검증 없이 금융 부문으로 손쉽게 이동해 내부 통제가 취약해졌다는 의미다.
이후 4월에는 금융감독원이 NH농협금융지주와 NH농협은행에 대한 정기검사에 착수했다. 당시 금감원은 “지주회사법, 은행법 등이 정한 대주주(농협중앙회) 관련 사항과 지배구조법에 명시된 내용을 살펴볼 방침”이라며 농협중앙회를 정점에 두고 농협금융지주 및 농협은행으로 이어지는 특수한 지배구조의 문제점을 들여다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복현 금감원장 또한 “(농협은)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이 구분돼 있지만, 위험도 명확히 구분되고 있느냐에 대해선 고민해 봐야 한다”고 짚으며 “자칫 잘못 운영되면 금산분리 원칙이나 지배구조법 규율체계가 흔들릴 수 있어 챙겨봐야 한다는 판단”이라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