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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옥석 가리기’ 막바지, 대형화 논의도 급물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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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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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만의 저축은행 경영실태평가
평가 등급 4등급 이하 적기시정조치
부동산 대출 쏠림 현상 ‘심각’, 대안은?

금융당국의 저축은행 경영실태평가가 막바지에 돌입했다. 이르면 이달 내 그 결과가 공개될 예정인 가운데, 업계에서는 최대 5개 저축은행이 시장에서 퇴출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부실 저축은행 매각 및 인수합병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는 모양새다. 여기에 예금자보호한도 상향까지 맞물리며 저축은행 업계는 대대적인 재편을 목전에 두고 있다.

자산 순위 10위권 이내 대형 저축은행도 대상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 당국은 이르면 이달 말 일부 저축은행에 대한 적기시정조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앞서 당국은 경영 실태 평가를 통해 올 3월 말 기준 자산 건전성이 취약한 저축은행 3곳을 적발, 개선 노력을 점검한 후 조치하겠다며 판단을 유보한 바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일부 저축은행의 건전성 지표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비교적 낮은 수준의 적기시정조치를 통해 경영 개선을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호저축은행업감독규정에 의하면 금융당국의 경영실태평가 종합평가등급이 3등급이거나 자산건전성, 자본적정성 평가등급이 4등급(취약) 이하일 경우 적기시정조치 권고 대상으로 분류한다. 조치 수준은 경영개선권고와 경영개선요구, 경영개선명령 등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최고 수위인 경영개선명령을 받으면 최대 6개월 영업정지와 함께 매각 절차를 밟아야 한다. 다만 적기시정조치 대상 저축은행은 경영정상화 계획 제출 시 최대 3개월까지 조치 유예가 가능하며, 금융위원회는 해당 경영개선계획서를 기반으로 최종 조치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당국이 적기시정조치를 검토 중인 저축은행 가운데는 자산 순위 기준 10위권 이내의 대형 저축은행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곳은 금융 당국이 대주주 면담을 진행해 증자를 통한 자체 건전성 개선을 주문해둔 상황이며, 다른 한 곳은 자본 확충 여력이 부족해 자체 경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워 적기시정조치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저축은행에 대한 경영실태평가는 지난 2011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 이후 13년 만의 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 따른 연체율 증가세가 가팔라진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말 6.55%였던 저축은행 연체율은 올해 6월 말 8.36%까지 급등했고, 9월 말에는 8%대 중반 수준으로 올라섰다. 이번 경영실태평가는 과거처럼 자본적정성만 보는 게 아니라 자산건전성까지 판단 기준으로 삼는 만큼 긍정적 평가를 받기가 한층 까다로워졌다는 게 업계 전반의 반응이다.

저축은행 대형화, 선제적 규제 완화 필요성↑

업계에서는 이번 전체 경영실태평가를 통해 79개 저축은행 중 4~5개 저축은행이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주를 이룬다. 이와 함께 저축은행 대형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단순한 부실 정리 차원을 넘어 부동산 대출에 집중된 쏠림 현상을 최소화하고, 중저신용자 대상 서민금융 공급 활성화를 위해서는 저축은행 대형화가 필수라는 주장이다.

문제는 금융당국의 합병 규제 완화가 선행되지 않을 경우 저축은행 대형화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저축은행의 매각은 대주주 적격성 심사 요건이 까다로워 적합한 인수자를 찾기 어렵고, 다른 권역으로 영업 구역을 확대하는 등의 합병이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이 때문에 경영능력과 자본력을 갖춘 저축은행도 인수전에 쉽게 나설 수 없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한 저축은행 임원은 “합병 규제가 완화되면 자본력 있는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이나 상위권 저축은행은 적극적으로 인수전에 나설 수 있다”며 “이번 금융당국의 경영실태조사로 부실 저축은행을 걸러내고, 적기시정조치 대상이 되는 저축은행은 몸값 하락이 예상되는 만큼 선제적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인수합병 규제 완화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부실 저축은행 정리 목적에 더해 산업 재편 측면까지 고려할 수밖에 없어 신중하다는 입장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30일 기자 간담회에서 “저축은행은 시중은행이나 지역금융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위치 선정을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하는 걸로 알고 있다”며 “그런 차원에서 저축은행을 어떻게 대형화할지, 인수합병을 통한 방향으로 갈지 같은 부분을 검토해야 할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규모 머니 무브, 득이거나 독이거나

이런 가운데 저축은행은 또 하나의 변화를 앞두고 있다. 예금자보호한도가 23년 만에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확대되면서 대규모 ‘머니 무브’가 가시화한 것이다. 그간 5,000만원씩 여러 은행에 쪼개 저축하던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찾아 저축은행으로 옮겨갈 준비에 나섰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예금자보호 한도를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릴 경우 저축은행 예금이 현재보다 16~25%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저축은행 업계의 셈법은 복잡해지는 모양새다. 대규모 자금 이동이 저축은행에 순기능만 가져오는 것은 아닌 탓이다. 먼저 저축은행으로 단기간 많은 자금이 이동할 경우 자본 대비 예금의 규모가 급증해 저축은행의 자기자본(BIS)비율 하락이 불가피하다. 총자산 중 자기자본이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BIS비율은 은행 등의 안정성을 평가하는 지표로 활용되며, 국제결제은행은 이를 최소 8% 이상으로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저축은행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자금 능력이 좋은 대형 회사만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 이유다.

높은 예보료율 또한 저축은행에는 부담이다. 부동산 PF 등 부실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예보료 증가는 그 부담이 더 막중하다는 지적이다. 현행 예금자보호법상 저축은행은 예금 잔액 대비 0.4%를 예보료로 납입하는데, 이는 은행(0.08%)이나 증권사·보험사(0.15%)와 비교해 최대 5배 높은 수준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당국에 예보료율 인하를 거듭 건의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며 “예금자보호한도가 상향되면 예보료도 따라 증가해 저축은행 입장에선 금리 인상을 제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건전성 관리로 여·수신 영업을 적극적으로 늘리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머니 무브도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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