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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개정안' 두고 부딪힌 여야, 정부는 자본시장법 개정에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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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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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 야당 상법 개정안에 '반기'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상장 법인 대상 '핀셋 규제' 추진
전문가들 "장기적으로는 상법 개정 불가피해"

정부가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상법 개정안'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재계가 소액주주로부터의 소송 남발과 해외 투기 자본 공격 등을 우려하며 상법 개정에 반발하는 가운데, 정부 역시 개정안이 시장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상법 개정 대신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핀셋 규제'를 시행하겠다는 계획이다.

與 "민주당 상법 개정안, 업계 부담 커"

27일 재계 등에 따르면, 최근 정부·여당은 야당의 상법 개정안에 대한 직접적인 반대 의견을 표명하고 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은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 대책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의 상법 개정안에 대해 "적용 대상이 상장, 비상장 회사 가리지 않기 때문에 업계에서 느끼는 부담이 클 것 같다"고 평가했다. 또 "보호·공평 의무까지 신설돼서 업계가 느끼는 여러 부담을 고려했을 때, 상장법인에 한해 적용할 수 있는 자본시장법으로 대안을 제시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간사인 박수영 의원은 원내 대책 회의에서 "우리나라 16개 주요 기업의 사장들이 모여서 '기업 죽이기를 멈춰달라'는 제목의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며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나왔던 사장단 공동성명이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은 민주당의 상법 개정안이 메르스만큼이나 치명적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21일 삼성,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국내 16개 대기업 사장단은 이달 21일 “기업을 해외 투기 자본의 먹잇감으로 만들 것”이라며 상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내용의 긴급성명을 낸 바 있다.

박 의원은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까지 확대하면 일단 듣기에는 좋지만, 기업은 소액 주주들에 의한 상시 소송 리스크와 외국계 행동주의펀드의 공격으로 경영권 위험에 노출된다"며 "민주당의 상법 개정안은 빈대를 잡자고 초가삼간을 불태우는 것이고, 행동주의 펀드를 거쳐서 우리 국부가 유출되는 결과로 귀결될 우려가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은 반기업 정서를 없애고 우리 기업을 살리는 길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 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상법 대신 자본시장법 개정 검토

여야 충돌의 불씨가 된 야당의 상법 개정안은 상장사의 집중투표제 도입을 의무화하고, 분리선출 감사위원을 현행 1명에서 2명으로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다. 집중투표제는 주식 1주당 선임하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이며, 감사위원 분리선출은 감사위원을 뽑을 때 대주주 의결권을 3%로 묶어두는 제도다. 두 제도는 이사회 이사를 선출할 때 소액주주와 행동주의 펀드의 영향력을 높이는 효과를 낸다.

재계는 이 같은 상법 개정안이 기업 경영을 옥죌 수 있다고 본다. 야당의 구상대로 상법이 개정될 경우 행동주의 펀드와 소액주주가 기업 이사를 상대로 배임·사기죄 소송을 남발할 수 있으며, '주주충실의무’ 조항을 바탕으로 회사의 정상적 경영 활동에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이 같은 독소 조항을 담은 상법 개정안이 통과하면 국내 10대 상장사 가운데 4곳의 이사회가 외국계 투기 자본에 장악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 역시 야당 상법 개정안의 부정적 파급력이 작지 않을 것으로 판단,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대안으로 2,600개 상장 법인에 ‘핀셋 규제’를 적용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에는 기업의 물적분할 이후 신설 자회사를 상장하는 경우 심사를 강화하는 기간을 종전 5년에서 무기한으로 늘리고, 상장사 합병 과정 시 합병비율을 시가(주가)가 아닌 자산가치와 수익가치 등을 반영한 공정가액으로 산출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정부는 상장사가 합병을 결의할 시 이사회의 합병 관련 의견서를 공시하도록 하고, 기업이 물적분할 후 자회사를 상장하는 과정에서 모회사 주주(대주주는 제외)에게 공모 신주의 20%를 우선 배정하도록 의무화할 예정이다.

상법 개정 필요성 주장하는 전문가들

상법 개정안을 두고 찬반 논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자본시장법을 우선 개정한 뒤 장기적으로 상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26일 더불어민주당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 태스크포스(TF)가 주최한 '상법 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이윤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상법 개정안이 모호하기 때문에 재계의 반발이 심하다"며 "실제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규제가 시행령 차원에서 강화되고 있고, 소액주주들의 액션도 증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일반주주 보호를 위해서는 자본시장법 개정이 우선 빠르게 이뤄져야 하고 이후 중장기적 관점에서 대원칙을 상법에 명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법 개정이 이뤄지고 나서 실제 판례에 어떻게 적용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법조계, 재계, 학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 참가한 여타 전문가들 역시 상법 개정은 장기적으로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기업 회장들은 일반 주주를 염두에 두고 경영을 하지 않고 있고, 이사회도 주주를 위한 의사결정을 하지 않는다"며 "그렇기 때문에 상법 개정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승일 전국사무금융노조 신한투자증권 지부장도 "상법 개정은 자본시장에서 기본을 갖추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에 대해서 왈가불가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상법 개정이 무조건 실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TF 단장인 오기형 의원은 "상법 개정이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라며 "다양한 의견들을 듣고 논의 내용을 국회에서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더불어민주당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 TF는 오는 28일 한국거래소, 29일에는 경제단체의 의견을 청취한 후 다음 주 중에 상법 개정안 관련 찬반 공개토론을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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