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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위 SK하이닉스 34.4%, 3위 마이크론 22.2% 트럼프 복귀에 中 기업 저가 물량 공세 가능성 4분기도 과잉공급으로 가격 하락 우려 여전해
삼성전자가 3분기 D램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2위와 3위는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테크놀로지로 2010년부터 이어져 온 3강 체제가 유지됐다. HBM 시장의 성장과 D램 계약 가격 인상에 3사의 매출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다만, 내년 1월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이 구형 반도체 물량을 대거 시장에 출하하며 저가 공세를 펼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4분기 이후 D램 가격이 다시 내림세로 돌아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3강 체제'
26일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랜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삼성전자의 D램 매출이 직전 분기 대비 9% 증가한 107억 달러(약 14조9,700억원)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89억500만 달러(약 12조4,5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직전 분기 대비 13.1% 증가했다. 이로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3분기 글로벌 D램 시장에서 각각 41.1%, 34.4%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1위와 2위에 올랐다. 3위는 미국의 마이크론으로 직전 분기 대비 28.3% 증가한 57억8,000만 달러(8조800억원)를 기록했다.
트랜드포스는 4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점유율을 각각 42.9%, 34.5%, 19.6%로 추산하며 3분기와 같은 순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1.8%포인트, 0.1%포인트씩 점유율이 상승할 것으로 보이며 마이크론은 1.6%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다. 반면 글로벌 점유율 4위에 오른 대만 D램 업체 난야는 DDR4시장에서 중국 업체와의 경쟁이 심화한 데다 정전 사고의 여파로 손실이 발생하면서 3분기 매출와 이익이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랜드포스는 "최근 서버와 PC D램 계약 가격 인상이 삼성전자의 D램 매출을 끌어올렸다"며 "하반기 LPDDR4와 DDR4와 같은 구형 D램 제고 소진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2위 SK하이닉스는 D램 가격 인상에 더해 고대역폭메모리(HBM) 5세대 제품 HBM3E의 출하량 증가가 매출 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트랜드포스는 분석했다. 3위 마이크론 역시 HBM3E의 출하량 성장이 매출을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
D램의 평균판매단가(ASP)는 전 분기 대비 상승세를 이어갔다. 계약 가격은 8%에서 13%로 올랐는데 HBM이 기존 D램 생산을 대체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편 3분기 글로벌 D램 산업 매출은 260억2,000만 달러(약 36조3,900억원)로 직전 분기 대비 13.6% 증가했다. 트랜드포스는 "3분기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 재고 감소와 중국 D램 공급업체 용량 확장에도 불구하고 데이터센터에서 DDR5와 HBM 수요가 증가했다"며 "4분기에는 주요 기업의 D램 생산 출하량이 직전 분기보다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CXMT 등 中 기업, 생산능력 늘리며 3강 위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1위와 2위를 수성하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이 3강 체제가 유지됐지만 전문가들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위기 요인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최근 업계 전망에 빨간불이 켜진 배경에는 중국의 공격적인 생산량 확대가 있다. 저렴한 중국산 D램이 시장에 풀리면서 가격 하락을 촉발해 업계의 전반적인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트랜드포스도 3분기 ASP가 상승했지만 4분기에는 중국 업체들의 저렴한 D램 생산량이 늘면서 ASP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내년 1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미국의 '중국 때리기'가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중국발 저가 메모리 반도체 물량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중국 반도체 업계는 구형 메모리 생산을 공격적으로 늘리는 동시에 적자를 감수하며 물량 밀어내기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대만 IT매체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현재 시장에서 유통되는 중국 메모리 업체의 소비자용 DDR4 가격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글로벌 3대 D램 업체 제품의 절반 수준으로 중국 업체의 DDR4는 중고 제품보다도 약 5% 저렴하게 팔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2년 안에 중국 대표 D램 기업 창신메모리(CXMT)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뒤쫓아 업계 3위로 올라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 D램 제조사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스(CXMT)는 D램 생산능력을 2022년 월 7만장 수준에서 지난해 월 12만장, 올해 월 20만장으로 가파르게 늘리고 있다. 베이징과 허페이에 확장 중인 공장이 완공되면 내년 연말까지 월 30만장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CXMT의 글로벌 생산능력 비중도 2022년 4%에서 올해 연말 12%에 이르고 내년에는 15%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3강으로 꼽히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의 D램 생산 비중은 각각 37%, 25%, 17% 수준으로 CXMT가 3위 마이크론의 턱밑까지 추격했다. 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CXMT가 2026년쯤 미국 마이크론을 제치고 세계 D램 점유율 3위 자리를 꿰찰 것으로 내다봤다. 또 2018년 미국의 제재를 받았던 중국 D램 업체 푸젠진화도 DDR4를 주력으로 양산하며 생산능력을 월 10만장 이상으로 늘리고 있다.
최근 HBM 시장에서도 공급 과잉 가능성 제기
최근에는 구형 반도체뿐만 아니라 HBM 시장에서도 공급 과잉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 9월 외국계 투자은행 BNP파리바가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과잉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마이크론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아웃퍼폼)에서 매도(언더퍼폼)로 낮췄다. 중립(네츄럴)을 거치지 않고 한 번에 두 단계 낮춘 결정인데 최근 AI(인공지능) 거품론 등 수요 위축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설비 투자가 지나치게 빠르게 늘고 있다는 주장이다.
BNP파리바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3곳의 HBM 생산능력은 웨이퍼 투입량 기준 월 31만5,000장으로, 내년에는 40만장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BNP파리바가 분석한 내년 HBM 수요인 16만8,000장을 두 배 웃도는 수준이다. HBM 공급과잉이 현실화하면 내년 D램 가격은 예상보다 더 급격하게 내릴 수 있고 이 경우 피해는 업계 3위인 마이크론이 제일 클 것이란 게 BNP파리바의 분석이다. 다만 BNP파리바의 예상이 현실화한다면 사업 구조가 유사한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SK하이닉스 등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이번 전망이 지나치게 비관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실적 발표 콘퍼런스 등을 통해 올해 HBM 물량이 완판됐다는 입장을 밝혔고, 내년 물량도 상당 부분 고객사에 할당됐다고 밝혔다. HBM은 고객사의 요청을 받아 D램 공급업체가 생산능력을 할당하는 방식으로 거래한다. 고객사가 일정 공급량을 보장해달라고 요청하기 때문에, 대량 생산 후 판매하는 범용 D램 제품과는 방식이 다르다. 업체들도 제품 생산과 설비 투자도 고객과 협의 후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공급 과잉 우려가 적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