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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시장 점유율 확대하는 中, 선단 공정 경쟁에는 출사표 못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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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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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성숙 공정 반도체 시장서 두각 드러내
"EUV 없이는 어려워" 첨단 반도체 개발 난항
대중국 반도체 규제 일부분 해제한 美, 속내는

향후 5년간 중국의 글로벌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 용량 점유율이 대폭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중국이 성숙 공정(레거시) 반도체를 중심으로 '물량 공세'를 펼치며 시장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대중국 최첨단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공급이 여전히 차단돼 있는 만큼, 중국이 단기간 내에 선단 공정 경쟁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中 반도체의 핵심 경쟁력

2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시장 조사 업체 욜 그룹(Yole Group)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전 세계 파운드리 용량 점유율은 2024년 21%에서 2030년 말 30%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욜 그룹은 "중국 본토가 빠르게 (반도체 시장의) 중심 플레이어가 되고 있다"며 "미국이 칩과 인공지능(AI) 같은 핵심 분야에서 중국의 발전을 억제하기 위해 기술 전쟁을 시작한 이후, 자급자족하는 국내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중국의 집중적 노력이 변화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시장 점유율 성장세는 성숙 공정 반도체 부문에서 특히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수년간 이어진 미국 정부의 대중 반도체 제재로 중국 기업들이 첨단 칩이 아닌 범용 칩 생산에 힘을 싣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 IDC는 올해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전 세계 성숙 공정 칩 생산 능력 중 28%를 차지할 것이며, 오는 2027년에는 이 비중이 39%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성숙 공정 반도체 생산 능력을 확보한 중국은 저가 물량 공세를 이어가며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미국의 웨이퍼 기판 제조 기업인 울프스피드가 약 1,500달러에 판매하는 6인치 탄화규소(SiC) 웨이퍼 한 장을 중국 기업들은 개당 500달러 이하에 쏟아낸다. 중국의 창신메모리(CXMT)는 구형 D램인 'DDR4'를 시장 평균가 대비 반값에 판매하기도 했다.

장비 수출 규제로 한계 봉착

이처럼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시장 영향력을 급속도로 확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부의 '지원사격'이 있다. 중국 정부는 약 10년 전 발표한 ‘메이드 인 차이나 2025’ 정책의 일환으로 반도체 산업 육성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2025년까지 반도체 시장에서 70%, 2030년까지 100% 자급률을 달성해 다른 국가에 기술을 의존하지 않는 체계를 갖추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중국은 지금껏 국가 차원에서 운영하는 산업 펀드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자국 반도체 기업과 협력사들을 지원했고, 이는 관련 생태계의 가파른 성장으로 이어졌다.

다만 중국은 대만 TSMC 등이 주도하는 최첨단 반도체 경쟁에는 아직 출사표를 던지지 못하고 있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제조 기업 ASML의 크리스토프 푸케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몇 년 동안 SMIC와 화웨이가 반도체 부문에서 이룬 발전은 꽤 인상적이지만, 이들은 인텔, TSMC, 삼성과 같은 업계 거인들보다 10~15년 뒤처져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중국 반도체 업체들은 업계 선두 주자들의 공정 기술을 비용 효율적으로 따라잡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는 중국 회사들이 최첨단 EUV 노광장비에 접근할 수 없기 때문이다. EUV 노광장비 공급망을 독점하고 있는 ASML은 미국의 제재로 중국 파운드리에 EUV 노광장비를 판매하지 않고 있다.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업이 자체 노광장비 개발에 힘을 쏟고 있으나, 실질적으로 관련 생태계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10~15년에 달하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자체 EUV 노광장비 개발이 본격화할 때쯤이면 ASML을 등에 업은 서구 기업들은 한층 고도화한 반도체 제조 장비를 사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사실상 반도체 업계 선두 주자들과 중국 반도체 기업들 사이에는 좀처럼 '좁힐 수 없는' 격차가 존재하는 셈이다.

"미워도 핵심 고객" 수출 통제 누그러뜨린 美

다만 중국 반도체 시장의 발전 가능성이 완전히 차단된 것은 아니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가 점진적으로 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닛케이아시아 보도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스는 지난 3일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으로부터 전자 설계 자동화(EDA) 도구 수출 제한을 해제한다는 통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케이던스는 "미국 수출법에 따라 영향을 받는 고객에게 소프트웨어·기술에 대한 액세스를 복원하는 과정에 있다"고 닛케이아시아에 말했다.

EDA 소프트웨어의 또 다른 선도 공급 업체인 시놉시스도 같은 날 성명을 통해 "최근 중국에서 제한된 제품에 대한 액세스를 복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또 다른 최고 공급 업체 지멘스 역시 닛케이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고객에 대한 EDA 소프트웨어·기술 수출 제한이 더는 시행되지 않는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중국 고객에 대한 판매·지원을 재개했다"고 전했다. EDA 소프트웨어는 고급 AI 칩 설계에 필수적인 도구로, 반도체 산업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트럼프 행정부는 앞서 지난 5월 중국 반도체 산업을 단속하기 위해 자국산 EDA 소프트웨어의 대중국 수출을 금지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대중국 규제 완화가 '최대한의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계산적 행보라는 평이 나온다. 한 시장 관계자는 "어차피 중국이 미국 핵심 반도체 기업들을 기술력으로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굳이 견제할 필요가 없다면, 규제를 완화해 판매할 수 있는 것은 판매하는 것이 이득"이라고 짚었다. 이어 "중국과의 거래가 끊기면 미국 반도체 산업도 버티지 못하는 것은 매한가지"라고 덧붙였다. 실제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램 리서치 등 미국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들은 대중국 수출 통제 수위가 높아질 때마다 매출에 유의미한 타격을 입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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