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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감세안, 美 상원 이어 하원 통과 “약달러 우려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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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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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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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주도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가결
트럼프 1기 감세 영구화, 메디케이드 축소
전기차·태양광 직격탄, 재정적자 우려도
마이크 존슨 미국 하원의장(가운데)이 3일(현지시간) '크고 아름다운 하나의 법안(OBBBA)'이 하원에서 재의결된 후 서명하고 있다/사진=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X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집권 2기 국정 의제를 담은 이른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OBBBA)이 미 연방 의회 문턱을 최종적으로 넘었다. 상하원을 모두 통과한 이 법안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공약을 대부분 관철시킨 것으로, 대통령의 서명 후 공식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감세·지출 삭감 패키지, 하원서 근소한 차이로 통과

3일(이하 현지시간) 하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상원에서 수정된 내용을 반영해 OBBBA를 찬성 218표, 반대 214표로 통과시켰다. 공화당 의원 220명 중 토머스 매시 의원(켄터키)과 브라이언 피츠패트릭(펜실베이니아) 의원이 반대표를 던지며 민주당(212명)에 가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오후 5시 백악관에서 서명식을 가질 예정이다.

하원 내 통과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공화당 내 재정 매파에 해당하는 '프리덤 코커스' 소속 의원들은 부채가 크게 늘어나는 점, 메디케이드(저소득층 건강보험) 삭감 폭이 작다는 점 등에 불만을 표시했다. 반대로 온건파 의원들은 메디케이드 삭감이 주민들에게 미칠 영향을 우려했다. 하원 규칙위원회가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하는 '규칙'(rule)을 만드는 데만 지난 1일 밤부터 2일 새벽까지 12시간 넘게 걸렸고, 규칙위원회 내 표결도 찬성 7표, 반대 6표로 간신히 의결됐다.

이 규칙을 본회의에서 표결하는 과정은 더 어려웠다. '절차 표결'로 불리는 이 투표는 2일 밤 시작됐을 때 민주당 소속 의원 전원의 반대 속에 공화당 내에서 반대가 5표나 나오고, 8명은 투표를 하지 않고 버텼다. 하지만 이날 새벽 3시30분께 절차 표결이 찬성 219표, 반대 213표로 가결되기까지 6시간의 투표 진행 시간 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등 공화당 지도부가 반대파들을 설득하는 데 주력했다. 이후 토론이 시작되자 민주당 하킴 제프리스(뉴욕) 원내대표가 야당 대표 권한으로 법안에 대한 반대 연설을 하면서 최종 투표는 더 지연됐다. 8시간 45분이나 연설한 제프리스 원내대표는 2022년 케빈 매카시 전 원내대표(공화당)의 연설 기록(8시간 32분)을 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X

머스크 "트럼프 감세안, 정치적 자살행위"

OBBB는 세금을 대폭 감면하는 대신 복지 지출을 줄이고 국방과 이민 단속 예산을 늘리는 것이 골자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에 시행한 감세법을 연장하고, 팁과 초과근무 수당에 대한 세금 공제 등을 신설해 기업과 고소득층에 유리한 조세 혜택을 제공한다. 반면 저소득층을 위한 메디케이드와 식료품 지원 예산은 9,300억 달러(약 1,270조원) 삭감될 예정이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시절 도입된 친환경 인센티브 상당수도 폐지된다.

신재생에너지 지원도 축소된다. 최종안에서는 일부 강경한 조항이 빠졌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향후 신재생에너지 지원에서 점차 손을 떼겠다는 방침을 시사했다. 전기차 세액공제는 오는 9월 30일부터 폐지될 예정이다.아울러 법안에는 5조 달러(약 6,831조원) 규모의 국가부채 한도 증액도 포함돼 있어, 향후 미국의 국가부채가 40조 달러(약 5경4,650조원)를 넘어설 가능성이 커졌다. 시장은 이로 인해 향후 10년간 4조 달러(약 5,465조원)에 달하는 추가 부채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법안을 두고 "엄청난 비용 폭탄"이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빚고 있다. 그는 자신의 X(옛 트위터)에 “미국에서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파괴하고 우리나라에 막대한 전략적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며 “완전히 미친 짓이고 파괴적이다. 정치적 자살 행위”라고 재차 비판했다.

뿐만 아니라 법안 찬성자를 맹비난하는가 하면 신당 창당 카드도 꺼내 들었다. 머스크 CEO는 "선거 기간엔 정부 지출을 줄이라고 말해 놓고 갑자기 사상 최대폭의 재정 적자 증가에 찬성하는 모든 의원은 부끄러움에 목을 매달아야 한다"며 여당인 공화당을 직격했다. 그러면서 "정신 나간 감세안이 통과하면 그 바로 다음 날 '아메리카당(America Party)'이 창당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달러 50년 만에 최악 상황

경제학자들도 약달러에 대한 우려를 연일 쏟아내고 있다. 미국 달러 가치는 올해 상반기(1~6월)에 50년 만에 최대 폭 하락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지난달 30일 96.89로 마감, 작년 마지막 거래일(108.49)보다 10.7% 넘게 떨어졌다. 상반기 기준으로 달러 가치가 이렇게나 떨어진 것은 달러를 금으로 교환해 주는 브레턴우즈 체제가 종료된 지난 1973년 상반기(-14.8%) 이후 5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달러가 1973년 이후 최악의 시작을 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만 하더라도 무역 전쟁으로 미국 이외 국가들이 타격을 입고 미국으로 투자가 몰리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트럼프 집권 후 오락가락 관세 부과, 막대한 감세 정책 등이 추진되면서 최고의 안전 자산으로 추앙받던 미국 달러를 향한 믿음에 균열이 시작됐다.

특히 향후 10년간 막대한 재정 적자를 불러올 대규모 감세안이 통과되면서 달러 약세 현상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미국의 빚 부담이 커지면 그만큼 달러에 대한 신뢰도 떨어진다. 이에 3일 대만 외환시장에선 미국 달러를 팔고 대만 달러를 사려는 투자자가 몰리면서 대만 달러 가치가 장중 2.5% 급등하기도 했다. ING의 외환 전략가 프란체스코 페졸레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달러가 트럼프 2기 변덕스러운 정책의 희생양이 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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