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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활성화한다더니 돈줄 죄는 정부, ‘기습 규제’에 정비사업도 날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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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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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수정

이주비 대출도 6억 제한, 건설사 재무부담 ‘직격탄’
재건축 참여 시사 추가 이주비 지원 늘어날 듯
 6·27 대출 규제로 건설경기 회복 안갯속

금융당국의 전례 없는 초고강도 대출 규제가 주택 시장은 물론, 정비사업까지 강타하고 있다. 다주택자에 대한 이주비 대출이 금지되면서 건설사들의 신용보강으로 이주비 대출을 조달하는 구조로 진행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설사의 신용보강으로 이주비 대출을 조달하면 그만큼 건설사의 채무 부담이 늘어난다. 서울 한남 재개발 사업 등은 이주비 대출 규모가 조단위인데, 대출 규제로 인해 건설사의 채무 부담도 조단위로 늘어나는 셈이다. 정부의 대출 규제가 정비사업의 속도를 떨어뜨려 주택 공급을 지연하는 동시에 건설 경기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 “이주비 대출 규제 변화 없다” 재확인

4일 정부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이주비 대출과 관련해 국회 등에서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받았지만 현재까지 이주비 대책에 대한 입장을 바꿀 계획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금융위원회 주재로 열린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도 이주비 대책 관련한 발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주비 대출을 통한 투기 수요가 생길 가능성이 있어 이를 예외를 둘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 관계자는 “이주비 대출에 대해 논의를 했지만 달라질 것은 없다”며 “이날 가계부채점검회의는 제도 이행 상황을 점검하는 차원으로, 이주비 대책 내용은 발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주비 대출은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조합원들이 새로운 주택을 건설하는 기간 필요한 주택으로 이주하기 위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받는 대출이다. 통상 조합원들은 멸실되는 기존 주택 대신 전세로 거주할 주택을 찾거나 기존 주택의 주택담보대출을 상환하는 데 이주비 대출을 활용한다. 기존 주택에 거주하던 세입자의 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해 이주비 대출을 이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난달 27일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 방안에 이주비 대출을 1주택자 기준 6억원으로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정비사업장은 혼란을 겪고 있다. 다주택자의 경우 실행할 수 있는 이주비 대출은 0원으로 줄었다.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사업장은 예외가 적용됐지만, 이 단계를 눈앞에 둔 한남2구역, 개포주공5·6·7단지, 노량진1구역 등의 사업장은 이번 대출 규제로 인해 이주비 대출을 활용할 수 없게 됐다.

고금리 담보신탁·추가 이주비 활용 검토

당장 이주비 대출 한도가 줄어든 만큼 부족한 비용을 조달하기 위한 담보신탁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현재 용산구 한남2구역 재개발 조합은 이번 6·27 대출규제 시행에 따른 대안으로 담보신탁을 검토 중이다. 담보신탁은 부동산 소유자가 소유권을 신탁사에 이전하고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리는 금융기법으로, 보통 2금융권이 대주단으로 참여하며 금리가 7% 수준으로 높다. 한 조합 관계자는 “일단 올해 9월 중 이주비 대출 금리가 낮은 금융사를 선정하는 게 가장 급선무”라며 “이와 별개로 담보신탁 등 다른 대안에 대한 법률 검토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일부 사업장은 건설사가 제공하는 추가 이주비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주비는 기본 이주비와 추가이주비로 구분되는데, 추가 이주비는 건설사가 조합에 사입촉진비 명목으로 지원하는 부분이라 이번 대출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통상 기본 이주비로 이주가 어려울 경우 시공사는 조합원에게 추가 이주비를 제공한다.

한남2구역 시공사인 대우건설도 수주 당시 △조합원 이주비 주택담보대출비율(LTV) 150% △최저 이주비 가구당 10억원 △이주비 상환 1년 유예 등을 제시했다. 서울 강남3구, 용산구 등 투기과열지구의 기본 LTV 50%와 비교해 높은 수치다. 강남 재건축 단지의 경우 LTV 50%면 10억원 이상 이주비 대출이 나온다. 이번 6억원 한도의 영향이 큰 이유다.

다만 추가 이주비는 금리가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보다 높아 이를 빌리는 조합원들의 부담이 커진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시공사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에 이주비 대출 지원이 허용되나, 무상 지원이나 시중은행 대출 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이주비를 빌려주는 것은 금지된다. 최근 일부 사업장의 추가 이주비 금리는 6%대인 상황이어서 조합원들은 금융기관에서 빌리는 이주비보다 이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재건축 수주전, ‘현금 싸움’에 갈릴 것

문제는 이 과정에서 시공사의 재무 여력에 따라 제안할 수 있는 조건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높은 금리를 감내하더라도 부족한 이주비를 무조건 추가 이주비로 충당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사업성이 높은 사업장은 건설사에서는 LTV 100% 이상의 이주비를 지원하겠다고 나섰지만, 그렇지 않은 사업장은 추가 이주비를 마냥 늘려주기도 부담스럽다. 여기에 잔금 대출, 조건부 전세자금대출도 제한되면서 향후 현금 여력이 있는 이들은 제외하고는 정비사업에 참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변화는 정비사업의 양극화를 가속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대출 제한으로 인해 이주비까지 건설사가 부담해야 하는 구조가 정착될 것”이라며 “자금력이 있는 대형 건설사 위주로 사업 수주가 집중되고 중견 건설사는 아예 입찰에 나서지 않으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 "흔히 '톱티어'라고 부르는 대형 건설사들의 신용도를 다수의 중견 건설사들이 이길 수가 있겠느냐"며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톱티어만 살아남는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각에선 이 같은 자금력 경쟁이 ‘승자의 저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무리한 자금조달을 통해 사업권을 따내도 회사의 재무 건전성을 해쳐 유동성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추가 이주비 지원이 강제된 상황에선 연달아 수주전에서 승리하는 것이 오히려 중장기 리스크가 될 수 있다”며 “자금 여건에 따라 건실한 기업조차 흔들릴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가계대출 규제책이 중견 건설사에 이어 대형 건설사의 불필요한 채무 부담까지 가중시키며 추가 부실을 양산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대건설도 조단위 이주비대출 부담 등으로 사업비보증까지 받는데, 6·27 가계대출 대책 이후 관처받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장들은 건설사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며 "주택공급 억제에 이어 건설사 자금난까지 이어지는 부작용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뜩이나 국내 건설사들의 재무 건전성은 이미 공사비 상승 등으로 인해 악화하는 중이다. 분양평가 전문회사 리얼하우스가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등 아파트 브랜드를 가진 34개 상장 건설사의 금융감독원 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평균 부채비율은 203%로 2023년(137%) 대비 66%포인트나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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