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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0명 참가 예상, 전 직원 60% 파업 동참 시간외수당 체불 해소·특별성과급 250% 지급 등 요구 원흉은 총액인건비 제도, 공공부문 임금체계 개편 촉구도
IBK기업은행 노동조합이 임금 차별·수당 체불 등을 이유로 사상 첫 총파업을 실시한다. 전체 임직원의 60% 이상이 이번 파업에 동참할 것으로 보이면서 전국 모든 지점에서 불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단독 첫 파업, 8,000명 참여 전망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 노조는 이날 총파업을 공식 예고했다. 앞서 12일 열린 쟁의 행위 찬반 투표에는 조합원 88%가 참여하고 그중 95%인 6,241명이 찬성했다. 이날 파업에는 전체 조합원 9,485명 중 팀장급 이상 직원을 제외한 약 8000여명 가량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은행 임직원 수가 약 1만3,000명인 것을 고려하면 전체 임직원의 절반이 훌쩍 넘는 약 61%가 이번 파업에 동참하게 된다.
김형선 기업은행지부 위원장은 “이날 모든 조합원이 기업은행 본점 앞에 집결해 정부청사까지 가두행진하고 마무리 집회를 벌일 예정”이라며 “정부와 은행이 노동자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2·3차 총파업을 통해 은행업무를 마비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총파업으로 인한 기업은행의 업무 차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업은행 노조는 총파업 시 고객 불편을 고려해 각 은행 점포에 현재 상황을 설명하는 안내문을 발송·부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기업은행 사측도 지난주 사내 인트라넷에 ‘총파업 당일 원활한 업무 수행을 위한 비조합원의 연차 사용 자제 요청’을 공지했다. 지점장과 팀장급 등 비조합원들의 근무로 영업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에게 사전에 안내를 진행하고 비노조 인력을 영업점에 배치하는 등 고객 불편 최소화를 위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 "공공기관 이유로 임금 차별"
노조는 현재 기업은행이 공공기관이라는 이유로 시중은행 직원보다 30% 적은 임금을 주고, 정부의 총인건비 제한 탓에 1인당 약 600만원에 이르는 시간외근무 수당은 아예 지급하지도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국민(1억1,910만원), 신한(1억956만원), 하나(1억1,628만원), 우리(1억979만원) 등 4대 시중은행의 작년 말 기준 평균 연봉은 1억1,368만원으로 기업은행(8,528만원)보다 33.3%(2,840만원) 많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 3년간 기획재정부가 1조1,0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가져갔지만, 직원들에게 지급된 특별성과급은 0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노조는 사측과 9월부터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을 진행해 왔지만 결렬됐다. 사측이 노조의 요구사항에 대해 "정부승인이 먼저"라며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으로 분류된 기업은행은 기재부의 ‘공무원 임금 가이드라인’이 적용되는데, 임금과 복리후생비 등 인건비로 쓸 수 있는 연간 총액을 미리 정해두고 그 범위에서만 인건비를 지출하는 구조(총인건비 제도)다. 하지만 기업은행 측은 올해 임단협에서 노조가 요구한 임금 인상률(2.8%)이 공무원 가이드라인(2.5%)을 웃도는 만큼 수용이 어렵다고 했다. 이익배분제와 보상 휴가 전액 현금 지급 역시 마찬가지다.
기재부 "기은은 금융위 통제 대상"
노조도 “기업은행은 기재부와 금융위원회 승인 없이 사측 권한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 거의 없다”며 임금 문제를 노사가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음을 인정했다. 결국 임단협을 위해 실질적인 결정권을 가진 기재부가 협상테이블로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재부의 지침에 따라 형성된 임금 구조가 직원들의 사기를 저하하고 나아가 기업은행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는 만큼 근본적인 구조 개편을 촉구하고 있다.
실제 이 같은 임금 격차는 궁극적으로 기업은행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기업은행 내부에서는 시중은행과 비교해 임금·복지 수준이 떨어지다 보니 인력 확보에 어려움이 크다는 성토가 나오는 분위기다.
하지만 기재부는 기타 공공기관인 기업은행에 대한 직접적인 권한을 행사하고 있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노조와 경영진이 협의해서 추진하면 막을 수 있는 건 없다"며 "특히나 기업은행은 기타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기재부가 아닌 금융위가 직접적인 컨트롤을 하는데, 기재부 때문에 노사 대화가 안 된다는 건 맞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감사원 감사에 따르면 기재부가 낸 지침을 기타 공공기관도 준용하라고 말하고 있다"며 "기재부는 관련 안건을 자꾸 금융위에 넘기고 있는데, 기타 공공기관이라도 사실상 기재부가 허락을 해줘야 금융위가 결정하는 사항이라는 건 변함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은행뿐만 아니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전체 국책 금융기관들이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며 "공공기관 총파업의 도화선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연대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