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수정
장기 금리 1.2%대 진입 가능성↑
日銀, 임금·물가 행태 반영 고심
엔저 가속에 힘 얻는 금리 인상론
내년 일본 채권시장에서 장기금리가 완만한 상승세를 그릴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지난 7월 인상을 끝으로 금리를 동결해 온 일본은행은 향후 추가 인상 시점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고수했지만, 시장에서는 기록적인 엔저 현상이 경제 선순환을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내년 1월 금리 인상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1.1% 밑도는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
26일(현지시각)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일본 안팎의 경제학자 사이에서는 내년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이 최소 두 차례가 될 것이며, 이에 따라 국채 장기금리가 올해 넘지 못한 1.1% 선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장기금리의 지표가 되는 일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27일 현재 1.088%를 나타내고 있다. 앞서 일본은행은 지난 3월 마이너스 금리 해제와 수익률 곡선 제어(장단기금리 조작, YCC) 폐지를 결정한 바 있다. 이어 금리 인상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 국채 장기 금리는 5월 1.1%에 잠시 머물렀다. 다만 이후로는 몇 차례의 돌파 시도에도 1.1%를 하회하고 있다.
오쿠무라 노미노 SMBC 닛코증권 연구원은 “내년 두 차례의 금리 인상이 가시화되면, 장기 금리의 거처는 적어도 1.2%대에 올라설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이 글로벌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경우 그 시기가 다소 늦춰지겠지만, 춘투(봄철 임금 협상)이 강세를 보인다면 도리어 앞당길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스즈키 마코토 오카산증권 선임연구원 또한 장기 금리 상승 가능성에 힘을 보탰다. 그는 “ 내년 3월까지 예상되는 0.5%로의 정책금리 인상과 다음 추가 금리 인상을 고려하면 장기금리는 1.1%의 벽을 뚫고 1.5%까지도 넘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정책금리가 1%에 도달한다면,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금리 인상과 관련해 일본은행은 신중한 입장이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25일 게이단렌(經團連·일본경제단체연합회) 행사에 참석해 내년 경제 전망에 대해 “선순환이 한층 강해질 것”이라면서도 “추가 금리 인상은 임금 인상 움직임 등을 파악한 후 판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향후 금리 인상 시기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무려 17년간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해 온 일본은행은 지난 3월 정책금리를 0~0.1%로 올리며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었다. 이어 7월에는 기존 0~0.1%던 금리를 0.25%로 추가 인상했다. 이후 9월과 10월, 12월 열린 세 차례의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는 정책금리를 3회 연속 동결하며 0.25%를 유지 중이다.
빠른 경기 회복보다 ‘경기 지탱’에 방점
앞서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올해 마지막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들기도 했다. 일본 경제가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임금 상승과 함께 물가 또한 2년 넘게 일본은행의 목표치인 2%를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을 위한 조건이 충분히 갖춰졌다는 게 금리 인상론자들의 공통된 평가였다.
하지만 일본은행은 19일 회의에서 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경제 성장세는 확인했으나 여전히 각종 리스크가 산적해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해외 경제 활동과 물가 동향, 원자재 가격 동향, 국내 기업의 임금 및 물가 설정 행태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게 일본은행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현지 매체 교도통신은 “(일본은행은)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을 놓고 불투명감이 높은 미국 경제와 2025년 춘투 임금인상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낮은 금리로 경기를 지탱하면서 향후의 금리 인상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의미다.
기록적 엔저에 수입 물가 오름세
시장의 관심은 이제 내년 1월 금리 인상 여부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일본은행이 이달 금리를 동결하면서 엔화 가치가 다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분석기관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전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157.40엔 선을 나타냈다. 미국과 일본의 12월 기준금리 결정 직전인 이달 17일 153엔 대 초반을 기록했던 것과 대비되는 수치다. 이런 현상의 배경에는 미·일 금리차가 있다. 미국은 기준금리를 빠르게 내리지 못하고, 반대로 일본은 기준금리를 올리지 못하면서 한동안 상당한 격차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것이다. 시장 참여자들의 투자 심리를 자극하지 못하는 만큼 엔화의 가치 하락은 당연한 수순이다.
지난 7월 일본은행이 시장의 예상을 깨고 단기 정책금리를 전격 인상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나친 엔저가 물가와 임금이 함께 오르는 선순환을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다. 당시 우에다 총재는 “일본은행이 목표로 하는 2% 물가 상승률 실현이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진단하며 “엔화 약세로 인해 수입 물가가 오름세로 나타내고 있어 가파른 물가 상승에 주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금리 인상 배경을 밝혔다.
그는 이어 “역사적인 엔화 약세로 물가가 예상치 이상 상승하면, 침체가 계속되는 개인 소비를 더 끌어내릴 수 있다”고 짚으며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2%의 물가 목표를 실현하려면 추가적인 금리 인상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도 내년 1월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