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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해외 부동산펀드' 버티면 나아지나, 선순위가 손 떼면 손실이어도 부동산 팔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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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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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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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부동산펀드 바닥 모를 추락
부동산 부실 현실화에 95개 중 27개 손실
자산운용사들 만기 연장하며 버티기

미국과 유럽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서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의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만기가 도래한 해외 부동산 펀드의 손실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자산운용사들은 손실 확정을 막기 위해 만기 연장으로 버티기에 돌입했지만, 무조건적인 만기 연장은 부실을 이연하는 것일 뿐이란 지적이 나온다.

해외 부동산펀드 3분의 1은 마이너스 수익률

27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해외 부동산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8.31%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3개월 수익도 –0.97%에 그쳤다. 이는 연초 이후 코스피 수익률(–5.67%)보다도 더 부진한 성적이다. 미국 S&P(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은 같은 기간 25.76%나 올랐다.

해외 부동산펀드는 2018~2019년을 기점으로 인기를 얻었다. 저금리가 지속되자 갈 곳을 잃은 시중 자금이 해외 부동산펀드로 유입된 것이다. 해외 부동산에 투자해 임대료 수익을 얻고, 향후 자산가치가 상승하면 매각 차익도 노릴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혔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설정액 10억원 이상 해외 부동산펀드 95개 중 27개의 최근 1년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가장 손실이 큰 펀드는 키움히어로즈유럽오피스부동산펀드로, 올해만 -70%대 손실을 나타냈다. 지난 8월 자산 가격을 재평가해 펀드 기준가에 반영한 결과 981.92원 수준이던 기준가가 279.75원 수준으로 급락했다. 해당 펀드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오피스 빌딩인 퀸즈타워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2019년 매입 당시 1억2,973만 유로(약 1,985억원) 수준이던 퀸즈타워 자산가치는 8,520만 유로(약 1,300억원)로 34% 고꾸라진 상태다.

美 금리 인하 기대, '만기 연장' 버티기 돌입

문제는 만기다. 만기가 충분히 남아 있으면 금리 인하 기대감에 기댄 채 가치 상승을 기다려 볼 수 있지만, 여전히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펀드들이 대부분이다. 해외 부동산펀드의 만기는 통상 5~7년 정도로 2017~2019년에 설정한 펀드들의 만기가 도래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채무불이행(디폴트)이 발생한 이지스자산운용과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의 펀드 역시 각각 2018년과 2019년에 설정된 펀드들이다.

이에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은 펀드 만기를 연장하며 버티기에 돌입했다. 당장 손실을 확정하기보다는 금리 인하 이후 부동산 경기가 살아날 때까지 버티기에 들어간다는 계산이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지난 8월 말 수익자총회를 열고 내년 2월 만기 예정이던 키움히어로즈유럽오피스부동산펀드의 만기를 5년 더 연장했다.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도 한국투자뉴욕오피스부동산1호의 만기를 내년 7월에서 2030년 7월로 미뤘다.

다만 대출을 많이 낀 경우 차환 리스크가 있어 만기 연장도 녹록치 만은 않다. 대출금 리파이낸싱으로 기존보다 금리가 2~3배 오르면서 수익성이 더 악화할 수 있어서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달비용 상승으로 인한 손실이 누적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실제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11호의 경우 최근 리파이낸싱을 통해 대출금리가 기존 3.34%에서 6.64%로 상승했다. 게다가 손실이 발생한 해외 부동산펀드 대부분은 만기를 기존보다 4~5년 연장한 상태다. 펀드 가입자들의 투자금도 그 기간만큼 묶이게 된다.

선순위가 EOD 선언하면 답 없어

만기를 연장했어도 기한이익상실(EOD, 만기 전 조기회수) 사유가 발생하면 손쓸 수 없이 손실을 확정해야 한다는 점도 문제다. 해외 부동산펀드는 대부분 자산운용사가 국내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은 후 현지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아 빌딩 등을 사는 구조다. 현지 금융기관은 대출 형태로 부동산에 투자하게 되는데, 이때 해당 건물을 담보로 잡는다. 이 같은 현지 금융기관이 선순위 투자자다.

2,000억원짜리 미국 빌딩에 투자한다고 가정할 경우, A운용사는 국내 투자자로부터 1,000억원을 모은 후 미국의 은행에서 1,000억원을 대출받는다. 레버리지를 일으켜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빌딩 가격이 오를 때는 문제가 없으나, 가격이 내리면 얘기가 달라진다. 빌딩의 가치가 녹기 시작해 담보인정비율(LTV)이 일정 수준을 초과하면 미국 은행은 대출 만기 전이라도 자금 회수 절차를 밟는다. 이렇게 되면 운용사는 가치가 떨어진 빌딩을 팔아서라도 대출을 갚아야 한다. 선순위 투자자는 탈출하고 후순위인 국내 투자자들이 손실을 몽땅 떠안게 되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최근 국내 금융사들의 투자자산 부실 확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들이 투자한 해외 부동산 80% 이상이 최근 부실화가 진행된 북미 지역과 유럽에 쏠려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국내 금융사의 해외 부동산투자액 34조7,000억원 가운데 2조6,100억원(7.5%)에서 EOD 사유가 발생했다. 금융사의 해외 부동산 EOD 발생 규모는 지난해 말 2조4,100억원에서 올해 3월 말 2조5,000억원으로 불어난 데 이어 6월 말까지 증가세를 이어온 셈이다.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의 펀드 ‘한국투자벨기에코어오피스부동산투자신탁2호(파생형)’가 선순위 투자자로부터 자산 강제 처분 결과를 통보받아 후순위 투자자가 900억원 전액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큰 것도 이 때문이다. 일부 펀드들은 수익자총회를 열고 펀드의 만기를 연장하며 자산이 비싸게 팔릴 날만을 기다리고 있지만, 선순위가 손을 떼겠다고 선언하면 모든 것이 무의미해진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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