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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 건자재 사업부 매각설 “사실무근”에도 유동성 위기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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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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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자재 사업부, 첨단소재 매출의 8% 지탱
유통 네트워크 활용해 질적·양적 성장 노린다
전방위적 경영 효율화, 위기 극복은 ‘미지수’

롯데케미칼의 유동성 위기설이 갈수록 그 강도를 높이는 가운데, 이번에는 건축자재 사업부 매각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회사는 즉각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화학 분야를 제외한 비핵심 사업을 분리 매각하는 방안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시장에서는 롯데케미칼이 특정 사업부 매각과는 무관하게 지금까지처럼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평가도 나온다.

유일한 우수 실적 ‘첨단소재’ 분야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날 한 경제매체는 롯데케미칼이 국내 주요 투자은행(IB)을 통해 건축자재 사업부 매각을 타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국내외 대형 사모펀드(PEF)와 전략적투자자(SI) 등이 해당 사업부 인수에 관심을 보였다는 전언이다.

업계에서는 롯데케미칼이 재무적 어려움을 덜어내기 위해 기존 화학업종과 연관성이 낮으면서도 시장에서 빨리 인수자를 찾을 수 있는 사업을 분리 매각하려는 것으로 풀이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케미칼은 이날 오전 공시를 내고 “회사의 건자재 사업 매각설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회사채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해 그룹 차원의 유동성 위기설로 확대된 바 있다. 지난달 21일 롯데그룹은 “롯데케미칼에서 회사채 재무 특약을 위반했지만, 회사채 원리금 상환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문제가 발생한 회사채는 2조450원어치로, 롯데케미칼 전체 회사채(2조2,920억원어치)의 90%에 육박한다.

롯데케미칼은 현재 ▲기초화학 ▲첨단소재 ▲정밀화학 ▲전지소재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들 사업별 매출 비중은 순서대로 68%, 26%, 7.9%, 4.9%다. 매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기초화학 분야지만, 해당 분야는 중국 공급 과잉과 시황 부진이 맞물리며 2분기에만 1,39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번 매각설의 주인공으로 건자재 사업부가 거론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건자재 사업부가 속한 첨단소재의 올해 2분기 매출은 1조1,344억원, 영업이익은 757억원을 달성하며 유일하게 안정적인 실적을 지속 중이다. 이 가운데 건자재 사업 매출은 첨단소재 매출의 8%(2023년 매출 기준)에 불과하지만, 판매 단가가 일정 수준 보장돼 있어 꾸준한 수익을 올리는 사업으로 꼽힌다. 시장 참여자들이 보기에 ‘가장 팔릴 만한’ 사업인 셈이다.

전남 여수에 위치한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공장에서 이스톤 제품이 이동하는 모습/사진=롯데케미칼

글로벌 유력 공급사 인수→B2C로 적극적 확장

1993년 설립된 롯데케미칼 건자재 사업부는 KCC글라스, LG하우시스, 현대L&C 등 ‘3강 체제’가 뚜렷한 국내 건자재 시장에서 꾸준히 존재감을 키워 왔다. 화학사답게 원료를 자체 조달해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한 덕분이다. 2019년에는 튀르키예 이스톤 제조사 벨렌코(Belenco)를 1,250억원에 인수하며 본격 사업 확장에 나서기도 했다. 튀르키예 서부에 위치한 마니사 OIZ 공업단지에 2동의 생산 시설을 둔 벨렌코는 자국 이스톤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이자, 북미에도 제품을 수출하는 글로벌 유력 공급사다. 롯데케미칼 건자재 사업부는 벨렌코 인수 후 추가 투자로 기존 9만 매 수준이던 이스톤 연간 생산 능력을 44만 매까지 확대했다.

최근에는 건자재 사업을 기존 B2B(기업 간 거래) 중심에서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로 확대한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유통계 전반에 뻗어 있는 롯데그룹만의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시장 점유율 확대를 비롯한 질적, 양적 성장을 동시에 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경기도 이천에 새로운 쇼룸을 오픈하며 “신제품 출시 및 신규 쇼룸 운영을 통해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롯데케미칼 건자재의 훌륭한 품질과 디자인을 알릴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기초화학 부진에 실적 ‘깜깜’

하지만 이와 같은 청사진도 빛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롯데케미칼의 실적 하락 및 자금 압박이 심해지면서 모든 사업부가 경영 효율화 대상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롯데케미칼은 올 3분기 연결 기준 매출로 5조2,002억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적자는 4,136억원에 달했다. 올해 누적 적자 규모는 6,600억원에 달한다. 앞서 언급했듯 기초화학 부문의 부진이 적자 확대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환율 하락으로 인한 스프레드 축소, 수요 회복 지연, 자회사 보수 및 운임비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 롯데케미칼 기초화학 부문은 3분기에만 3,65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롯데케미칼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저수익 자산 매각과 원가 절감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여수와 대산 공장을 중심으로 운영 효율화를 진행하고, 기존 사업은 대대적인 구조 개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기초화학 생산 부문은 원가 절감과 수익성 확보를 위해 공장 단위의 운영 효율화를 지속적으로 추진 중”이라며 “크래커 가동률 조정에 따라 다운스트림 일부 라인의 가동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롯데케미칼은 여수 1~3공장 중 2공장의 일부 생산 공정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시장에서는 롯데케미칼이 지금까지처럼 그룹의 캐시 카우 역할을 감당하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전망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는 “캐시카우 역할을 해 온 화학 부문이 구조적으로 흔들리면서 그룹 전체의 위기론으로 커진 양상”이라며 “당장 롯데그룹이 무너지지는 않겠지만, 이른 시일 내 다른 캐시카우를 육성하지 못한다면 장기적으로는 미래를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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