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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 등 첨단칩·반도체 장비 등, 대중국 수출 규제 바이든 행정부의 세 번째 수출 규제로 '가장 강력' HBM 생산업체 CXMT에 장비 수출은 허용해 논란
미국이 중국의 첨단 반도체 산업을 겨냥해 새로운 고강도 수출규제안을 발표했다. 중국의 대표 반도체 기업인 SMIC와 화웨이의 공급망을 겨냥한 조치로 해석된다. 하지만 화웨이의 일부 생산기지가 제제 대상에서 제외된 데다, CXMT에 대한 장비 공급이 허용되면서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억누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AI 개발 핵심인 HBM의 대중국 수출 금지 조치
3일(현지 시각)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 개정안'을 발표하고 "오는 31일부터 인공지능(AI) 개발의 핵심 품목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의 중국 수출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번 통제는 메모리 대역폭 밀도가 1㎟당 초당 2기가바이트(GB) 이상인 제품을 대상으로 하며 이는 현재 생산되는 모든 HBM 스택을 포함한다. 이와 함께 미국산 소프트웨어·장비·기술 사용 여부에 따라 해외 생산품에도 수출 통제를 적용하는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을 적용한다. FDPR은 미국의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국제 특허 체제를 활용한 강력한 제도다.
수출 제한 대상으로는 140여 개의 중국 기업이 추가됐다. 중국 반도체 기업 중에는 중국 최대 파운드리 기업 SMIC와 화웨이의 공급망에 해당하는 기업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최대 반도체 장비업체 중 하나로 꼽히는 나우라테크놀로지그룹도 수출 제한 목록에 포함됐다.
이번 조치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발표한 세 번째 대중국 반도체 수출규제 조치로 2022년 10월과 2023년 5월에도 대중국 수출 규제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이번 조치는 중국이 첨단 기술 자립을 포기하도록 하기 위한 조 바이든 행정부의 조치를 집대성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中 화웨이 생산시설 일부는 제재 대상에서 제외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새로운 규제안에 허점이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 관계자는 "최신 규제가 중국의 반도체 육성을 방해할 수 있지만, 화웨이 등 중국 기업들이 악용할 수 있는 허점도 남겼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AI 가속기에 탑재되는 구형 버전 HBM은 중국 기업이 계속 사용할 수 있고 화웨이와 관련한 모든 반도체 제조 시설이 수출 규제 명단에 포함된 것은 아니다"라며 "중국 내 가장 유력한 HBM 생산업체인 CXMT에 대한 장비 판매도 허용됐다"고 짚었다.
실제로 화웨이의 경우 반도체 생산기지 일부는 이번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화웨이의 생산기지 중 수출 제한 대상 목록에 포함되지 않은 제조 공장이 몇 개 있느냐는 질문에 미국 정부 관계자는 '이번 규제는 첨단 칩 생산에 대한 통제에 집중돼 있다'고만 답했다"고 보도했다. 화웨이가 자체적으로 짓고 있는 반도체 생산기지가 아니라 화웨이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칩과 AI 가속기 시리즈를 제조하고 있는 SMIC를 규제하는 데 집중한 결과로 풀이된다.
중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CXMT에 대한 장비 수출 규제가 포함되지 않은 점도 의문을 남겼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CXMT는 오는 2026년 미국 마이크론을 제치고 D램 출하량 기준 업계 3위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CXMT는 규제 대상에 오른 HBM 제품의 구형 모델(HBM2)을 이미 양산하고 있다. 마이크론 등 미국 기업의 HBM 대중국 수출이 금지된 반면 중국 내에서 차세대 HBM 개발에 가장 앞서 있는 기업이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다소 모순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전자, 美 규제에 HBM·D램 모두 ‘먹구름’
업계는 CMXT가 수출 제한 명단에서 빠진 것은 미국 반도체 장비 기업의 입김 때문으로 보고 있다. 그간 세계 3대 반도체 장비사로 꼽히는 미국 램리서치와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MAT)는 CXMT 등 중국의 대형 고객사를 잃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일방적인 대중 제재를 반대해 왔다.
그러나 2016년 설립된 CXMT는 범용 D램인 DDR(더블데이터레이트)4를 시장 가격보다 30%가량 저렴한 가격에 쏟아내며 D램 공급 과잉을 주도하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에 범용 제품을 수출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다. 미국의 새로운 대중국 수출 규제를 비껴간 CXMT는 내년에도 중국 상하이에 신규 D램 제조공장을 건설해 생산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 협력사들과 구체적인 장비 공급 논의를 진행 중이며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인 설비투자에 나설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삼성증권은 "미국이 원론적으로 CXMT의 저가 D램 기술이 국가 안보를 위협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당장 내년에는 규제가 없을 가능성이 높아 국내 메모리 경쟁사에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FDPR의 적용으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도 이번 수출 통제를 받게 된 점도 부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HBM은 한국의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미국의 마이크론이 생산하고 있다. 이들 중 삼성전자만이 HBM을 중국에 수출하고 있어 이번 조치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현재 HBM 전량을 미국에 수출 중이며, 생산량이 미국 시장의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이번 통제로 당장의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