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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분양가 ㎡당 1,428만원
인천·경기와 비교해도 2배 수준
건축 규제 강화에 추가 상승 전망
지난달 서울 민간 아파트의 3.3㎡(평)당 분양가가 4,720만원을 넘어서면서 1년 만에 38% 이상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 원자재 가격 및 인건비 상승이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서울을 중심으로 시장을 뒤덮은 부동산 거품이 한층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9월 이후 줄곧 오름세
16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민간 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 서울 민간 아파트의 최근 1년간 ㎡당 평균 분양가격은 1,428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1,420만3,000원) 대비 0.54% 오른 수준으로, 전년 동월(1,034만7,000원)과 비교하면 1년 사이 38.01% 오른 수치다. 3.3㎡당 값으로 환산하면 4,720만7,000원으로 전월(4,695만2,000원)과 비교해 25만5,000원 올랐다.
서울 민간 아파트 분양가격은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공사비 인상에 따른 여파로 지난해 2월부터 꾸준히 오름세를 거듭해 왔다. 지난 5월과 8월에는 두 차례 소폭 하락하기도 했으나, 이내 반등해 결국 4,700만원대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HUG의 민간아파트 분양가격은 공표 직전 12개월 동안 분양보증서가 발급된 민간 분양사업장의 주택 가운데 상가와 오피스텔, 조합원 분양주택을 제외한 일반 분양주택을 기준으로 산출한 평균 가격이다.
서울과 인천, 경기를 포함한 수도권 지역 3.3㎡당 분양가는 2,906만1,000원으로 전월 대비 0.20% 내렸다. 다만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20.43% 올랐다. 인천과 경기 지역의 3.3㎡당 분양가는 각각 1,864만1,000원과 2,133만6,000원으로 서울 평균 분양가의 절반 미만에 그쳤다.
5대 광역시 및 세종시는 3.3㎡당 1,972만6,000원으로 전월 대비 0.78% 올랐다. 또 기타 지방은 3.3㎡당 1,493만2,000원으로 0.06% 올랐다. 이들 모두 전월 동월 대비 각각 16.31% 2.00% 상승했다. 이를 반영한 전국 민간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격은 1,907만8,000원으로 전월 대비 0.22% 상승했으며, 지난해와 비교해서는 11.36% 올랐다.
서울에 집 사려면 급여 37.5% 대출 상환에 써야
전문가들은 수도권 중에서도 서울 아파트가 유독 가파른 가격 상승세를 그리고 있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 및 인건비 상승은 전국적 현상인데, 유독 특정 지역에서만 그 여파가 크게 나타나는 것은 ‘거품’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주택금융연구원에 의하면 올해 2분기 서울의 주택구입부담지수는 147.9로 전국 평균(61.1)을 크게 웃돈 것은 물론 인접한 경기(80.4)보다도 훨씬 높았다.
주택구입부담지수란 중간 소득인 가구가 주택담보대출 표준 금리에 따른 대출을 받아 중간 가격의 주택을 구입할 때 상환에 대한 부담이 얼마나 큰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금리와 집값, 소득을 모두 고려한 수치로 단순히 소득 대비 집값을 나타내는 가격소득비율(PIR)보다 유의미한 지표로 판단된다.
해당 지수가 100이라면, 근로자가 주담대 상환액으로 소득의 약 25%를 부담한다는 뜻이다. 서울의 주택구입부담지수는 2022년 3분기 245.9를 찍은 후 단계적 하락했지만, 여전히 150 선에 머물고 있다. 서울에 집을 장만한 근로자들이 급여의 37.5%가량을 대출 상환에 쏟아붓고 있다는 의미다.
분양가 상승 불가피, 소비자 선택권 제한 우려도
문제는 부동산 가격 거품이 향후 더 부풀 수도 있다는 점이다. 원자재 가격이 여전히 오름세를 거듭 중인 데다, 각종 건축 규제까지 강화되며 분양가 상승을 암시한 탓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주거용 건물의 건설공사비지수는 129.76으로 전월 대비 0.79% 올랐다. 지난해(128.33)와 비교해서는 1.11%, 2022년(124.21)과 비교해서는 4.46% 증가한 것으로, 오름세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유동성 증가, 환율 급등, 자원 외교주의 등 여러 요인이 맞물린 결과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중동 갈등 심화 등 갈수록 늘어나는 국제정세 불안은 원자재 가격의 주된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나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에 따른 원·달러 환율 상승과 관세 강화도 공사비 상승을 부추길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내년에는 각종 시공 기준까지 높아지면서 분양가 상승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대표적 시공 기준 상향으로는 내년 6월부터 30가구 이상 단지에 의무화되는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을 꼽을 수 있다. 해당 제도는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건물을 지을 때 단열·환기 성능을 높이고,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정도를 총 5단계로 평가한다. 대한건축학회에 따르면 제로에너지 건축물 최소 등급인 5등급을 충족하려면 공사비는 기존 대비 26~35%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해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의 새 건축 규제에 발맞추려면 그만큼 인력과 자재 투입을 늘려야 하고, 기술 개발을 위한 비용도 확대할 수밖에 없다”며 “공사비 상승과 규제 추가 영향으로 내년에도 분양가를 더 올리는 게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주택 품질을 높이고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정부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지나친 규제는 오히려 주택 공급 발목을 잡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며 “적정한 수준의 규제와 더불어 인센티브 확대에 대한 논의도 함께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