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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美 최다 판매 모델 가격 조정 트럼프 IRA 폐지 공약에 따른 대응 미국산 전기 SUV 출시일도 미뤄
일본 도요타가 미국에서 판매량이 가장 높은 전기자동차 가격을 내리기로 결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전기차 세액공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자 이에 대응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도요타, BZ4X 모델 가격 인하 결정
18일(현지시간) 미국 투자전문 매체 배런스에 따르면 도요타는 2025년산 BZ4X 모델의 시작가를 약 3만7,000달러(약 5,360만원)로 책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24년산에 비해 14% 인하된 수준이다. 배런스는 “전기차 가격이 다시 하락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트럼프 당선인의 전기차 정책에 대해 예상하는 바에 따른 반응일 가능성이 높다”며 “투자자들은 새해에 이러한 상황이 전기차 판매와 자동차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BZ4X 는 도요타 전기차 중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모델이다. 일본에서 생산되는 BZ4X는 미국에서 제조되지 않았기 때문에 미 연방정부의 세액공제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리스 차량의 경우 최대 7,500달러(약 1,086만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올해 1~3분기 미국 내 BZ4X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09% 증가한 1만3,577대를 기록했다. 단, 이는 미국 전기차 시장의 약 1.4%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테슬라의 모델Y 판매량은 약 28만5,000대로 미국 전기차 시장의 약 30%를 차지했다. 같은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약 9% 증가한 약 100만 대로 집계됐다.
美 생산 첫 전기차 생산 일정 연기도
전문가들은 도요타의 이번 조치를 두고 완성차 업체들이 미국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가격 인하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분석한다. 도요타는 가격 인하에 앞서 미국에서 처음으로 자사 전기차를 생산하는 계획을 연기하기도 했다. 글로벌 시장을 덮친 전기차 수요 둔화(캐즘) 여파로 전략 수정에 나선 것이다.
도요타가 생산을 연기한 차량은 3열 좌석을 갖춘 SUV 형태의 배터리 구동 전기차(BEV)로, 당초 2025년 하반기에 출시될 예정이었지만 1년 늦춰졌다. 이에 따라 미 인디애나주 프린스턴 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했던 도요타의 두 번째 미국산 전기차 SUV도 생산 계획이 2026년 하반기로 연기됐다. 2030년까지 북미에서 생산하려던 렉서스 전기 SUV의 경우 관련 계획을 사실상 폐기하고 전량 일본에서 수출하기로 가닥을 잡은 상태다.
GM·포드도 출시 계획 늦추기로
앞서 2026년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150만 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웠던 도요타는 완성차 시장 2위인 미국에서 전기차 생산 시설을 만들기 위해 지난 2월 켄터키 공장에 13억 달러(약 1조8,800억원)를, 4월에는 인디애나 공장에 14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에는 노스캐롤라이나주에 건설 중인 배터리 공장에 80억 달러(약 11조6,000억원)의 추가 투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당시 전기차 캐즘에 따라 다른 업체들이 투자액을 줄이는 등 완급 조절에 나선 상황에서도 도요타는 반대 결정을 내렸던 것이다. 대다수 완성차 업체들이 숨 고르기에 나선 와중에 도요타가 투자를 대폭 늘린 건 북미에서 전기차 시장이 궁극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이 또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미국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은 2022년 전년 대비 58% 증가했던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이 올해는 9%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JD파워도 올해 미국 내 전기차 침투율을 기존 예측치인 12%에서 지난 8월 9%로 하향 조정했다. 이에 다른 현지 업체들도 올해 들어 전기차 생산·개발 일정을 연기하고 있다. 포드는 지난 8월 비용 절감을 위해 3열 전기차 SUV 개발을 중단했고, GM은 지난 7월 뷰익 브랜드의 첫 전기차 미국 출시 계획을 2026년 중반으로 1년 연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