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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경제 '최대 리스크' 된 환율, 中 위안화 절하 가능성에 불확실성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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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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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트럼프 고관세 정책에 대비해 위안화 절하 검토
현재 가치보다 3.5% 떨어진 달러당 7.5위안 전망도
원화 등 아시아 통화 가치의 동반 하락 가능성 제기

중국 외환당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고율 관세 정책에 대비해 위안화 평가 절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환율'이 올해 한국 경제의 최대 리스크로 부상했다. 이미 원·달러 환율이 1,500원 턱밑까지 오른 상황에서 위안화 절하가 단행될 경우, 원화 가치가 동반 하락해 한국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다. 이와 함께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핵심 산업 기업의 수익성 악화와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인한 경기 둔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리스크에 中 위안화 가치 4% 이상 하락

2일 금융계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중국 고율 관세 정책에 대비해 위안화 평가절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해 선거 기간 자신이 백악관에 재입성하면 10~20%의 보편 관세와 함께 모든 중국산 제품에 6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대선 승리 이후에는 중국 제품에 대한 10% 추가 관세 부과도 예고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 그대로 관세가 부과된다면 중국산 제품에는 최대 70%의 추가 관세가 더 붙게 된다.

위안화는 지난해 9월 트럼프 당선 전망이 나오면서 달러 대비 가치가 4% 이상 하락했다. 지난해 말에는 심리적 저항선인 달러당 7.2위안 선이 무너지며 현재는 7.27위안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올해 말까지 위안화 가치가 달러당 7.73위안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CNBC는 13개 주요 투자은행(IB)의 전망치를 분석, 올해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분쟁이 격화되며 위안화 가치가 1달러당 7.51위안까지 추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04년 이후 최저치다.

과거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도 대중국 관세 정책에 의해 위안화 가치가 요동친 적이 있다. 당시 미 정부가 중국산 수입품 중 절반가량에 25% 추가 관세를 부과하자 위안화는 15개월 만에 달러당 6.2위안에서 7.1위안으로 15% 급락했다. 다만 위안화 평가절하는 환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적용해 온 중국 외환당국의 일반적 관행에서 벗어나는 만큼 즉각적인 절하 조치에는 신중할 것으로 보인다. 역내 위안화는 시장 변동 환율을 적용하지 않고 일일 고시 환율 기준 ±2% 변동 폭 내에서 조정되는 관리변동환율제에 따라 결정된다.

"위안화 절하 시, 아시아 지역 전염효과 가능성"

중국 정부가 위안화 절하 카드를 꺼내 든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105년 8월에도 중국 인민은행은 달러 대비 위안화 고시 환율을 나흘에 걸쳐 6.12위안에서 6.40위안으로 상향 조정했고, 위안화 가치는 4.4% 급락했다. 수출 부진을 개선해 경기를 부양하고 디플레이션 압력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로, 주요국을 비롯해 신흥국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당시 글로벌 IB들은 위안화 평가 절하로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받은 통화로 호주 달러화, 뉴질랜드 달러화, 대만 달러화, 싱가포르 달러화, 말레이시아 링깃화와 함께 한국 원화를 꼽았다. 한국은 주요 시장인 중국의 수출 회복과 함께 대중국 중간재 수출이 증가하는 등 일부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면서 위안화 평가 절하의 영향을 일정 부분 흡수할 수 있었지만, 금융시장의 불안과 수출 경쟁력 약화를 피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 의류, 섬유, 신발, 식음료품 등 노동집약적 산업에서는 중국과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한국 제품의 수출 경쟁력이 약화하는 현상이 나타났고, 위안화 동조화와 외국인 자본 이탈 등으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도 예상만큼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으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연내 위안화 평가 절하를 추진할 경우, 중국 위안화 가치가 흔들리면서 아시아 통화가치가 동반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미국 웰스파고의 외환 전문가인 브렌던 맥케나는 "중국이 통화 측면이나 경제적 측면에 압박을 받으면 아시아 지역에도 전염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11일 역외 위안화의 평가 절하를 고려 중이라는 로이터통신의 보도가 나오자, 뉴질랜드 달러는 2년 만에 가장 약세를 보였고 호주 달러는 2023년 11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원화 가치 하락에 CET1 관리 등 금융권도 비상

문제는 위안화 절하로 인한 원화 가치 하락은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한국은 지난해 11월 트럼프 당선 이후 킹달러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데다, 국내 정국 혼란으로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이미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 육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경우 보통주 자본(CET1) 비율 관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금융계에 따르면 원화 가치가 10원 떨어질 때 4대 금융지주의 CET1 비율은 0.01~0.03%포인트 하락한다. 원화 값이 떨어지면서 은행이 보유한 외화 자산의 원화 평가액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위험가중자산(RWA)도 증가하는 원리다.

금융사들의 재무 건전성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금융권에서는 1,500원 선이 무너질 경우 4대 금융지주 중 KB금융을 제외한 3사가 CET1 비율 13% 기준을 지키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CET1 비율 13%는 주요 금융지주가 코리아 밸류업지수에 편입될 때 목표로 삼았던 수치로, 이를 초과하는 잉여 자본은 올해 하반기에 자사주 매입·소각 자원으로 활용해 주주에게 환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당장 올해부터 목표 달성이 어려워진 것이다. 현재로써는 밸류업은 물론 금융당국이 정한 자본적정성 최소 기준 11.5% 사수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인수합병(M&A) 등 투자 활동에도 제동이 걸릴 우려가 있다. 일례로 동양·ABL생명 인수를 추진하는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CET1 비율이 암초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우리금융지주 CET1 비율은 11.96%로 환율 1,500원대 진입 시 11.5% 선이 위험해질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말 우리금융 종합검사 당시 자본 비율을 살펴본 것으로 전해지는데, CET1 비율이 기준에 못 미치면 경영실태 평가에서 3등급을 부여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동양생명을 자회사로 인수하는 심사 통과가 어려워질 수 있다.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까지 수익성 하락 우려

핵심부품을 달러로 구입하는 주요 기업도 수익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웨이퍼나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반도체 산업을 비롯해 스마트폰 등 가전 분야가 여기에 해당하는데,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미국 퀄컴에서 들여오는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가 대표적이다. MX사업부의 연간 AP 구매액은 2023년 기준 11조7,320억원에 이른다. 환율이 10% 오르면 1조원이 넘는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는 얘기다. 이에 삼성·LG·SK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은 고환율에 대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원화로 환산한 해외 투자비에 대한 부담도 늘어나게 된다. 특히 미국에 대규모 공장을 건설 중인 한국의 반도체·배터리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국에 수백억 달러를 들여 공장 건설에 나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의 반도체·배터리 기업들이 속도 조절에 나선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수입 원자재 비중이 크고 수출 비중이 작은 철강 업체 등도 환율 상승의 직격탄을 맞았다. 환율이 10% 오르면 현대제철은 3,000억원, 동국제강은 400억원가량 손실이 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기업의 경영 환경은 더욱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수출 중소기업 513개사를 대상으로 고환율 추세에 대한 경영환경 영향도를 조사한 결과 '수입 원자잿값 상승 등 부정적'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57.9%로 집계됐다.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인한 환차익으로 수출액이 증가할 것이라는 응답(42.1%)과 비교하면 15.8%포인트 많은 수치다. 중소기업벤처연구원에 따르면 환율이 1% 상승하면 환차손은 약 0.36% 증가하는데 지난해 환율이 14% 증가하면서 손해가 5%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기업뿐 아니라 소비자의 경제적 부담도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환율은 수입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인으로 환율이 수입 물가 경로를 통해 소비자물가를 예상보다 강하게 밀어 올릴 경우, 소비 심리 위축과 경기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12월 31일 한국은행은 물가상황 점검회의에서 "2025년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고환율 등으로 인해 당초 전망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올해 고환율과 같은 외부 요인이 물가 자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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