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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영풍, 집중투표제 의안 상정 금지 가처분 신청 고려아연 "소액주주 보호 위해 집중투표제 필요해" 소액주주 연대, 고려아연 측 집중투표제 도입 지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막바지로 향하는 가운데 MBK파트너스·영풍 연합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집중투표제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고려아연이 내달 23일 예정된 임시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안건을 상정하기로 하자 MBK·영풍 연합은 이를 금지해 달라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것이다. MBK 측은 집중투표제 도입이 상법에 어긋난다고 주장하는 반면 고려아연은 MBK 측이 소액주주를 위한 제도 도입마저 반대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사 추가 선임 시도에 '집중투표제'로 맞서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MBK·영풍 연합은 "고려아연이 집중투표제 도입을 전제로 한 이사 선임 안건을 내년 1월 열리는 임시주주총회 의안으로 상정해서는 안 된다"며 가처분을 신청했다. 현재 MBK·영풍 연합 측은 최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가져오기 위해 임시주총에서 이사 수를 대폭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고려아연 이사회가 총 13명으로 구성된 상황에서 14명을 추가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만약 주총에서 이 안건이 의결될 경우 MBK 측 추천 이사는 총 14명으로 전체 27명의 과반이 된다.
이에 맞서 고려아연 측이 꺼내 든 카드가 집중투표제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 24일 임시주총을 소집하며 집중투표제 도입과 함께 이사 수를 19명으로 상한선을 두는 안건을 상정하기로 했다. 집중투표제 도입은 최 회장 측이 경영진으로 있는 유미개발에 내놓은 주주제안이다.
집중투표제는 주주총회에서 선임되는 이사 수만큼 주주에게 의결권을 부여하는 방식을 말한다. 예를 들어 이사 3명을 뽑을 때 1주를 가진 주주는 총 3표를 행사할 수 있는데 이 경우 3표를 한 후보에게 몰아줘 특정 인사가 이사회에 진출하는 게 가능해진다.
MBK "정관 개정 후에 이사 선임 이뤄져야"
이에 MBK 측은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집중투표제는 소액주주가 집중투표를 청구하는 시점에 이미 정관으로 허용돼 있어야 하는데, 최 회장과 유미개발 측은 정관 변경과 함께 집중투표제 통한 이사 선임을 청구했기 때문에 상법 문언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 10년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집중투표제에 관한 주주총회 공시 자료를 조사한 결과,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는 정관 변경을 목적으로 하는 주총에서 그 정관 변경을 전제로 집중투표 방식으로 이사 선임을 안건으로 상정한 사례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해당 안건이 MBK 측의 이사회 과반 확보를 저지하기 위한 획책이라고 지적했다. MBK 측은 "의결권 지분에서 격차가 많이 나는 최 회장 측이 현 이사진과 추가된 신규 이사진으로 과반을 유지할 경우, 훼손된 고려아연 거버넌스 개혁에 시간이 지체되고 그 기간 주주 간 지배권 분쟁이 계속돼 고려아연은 물론 주주들에게 그 피해가 온전히 전이될 수 있다"며 "1, 2대 주주 간 지배권 분쟁 상황에서 2대 주주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한 의도로 도입되는 집중투표제는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고 했다.
다만 MBK 측은 "소액 주주 보호 방안으로 활용되는 집중투표제 도입 자체에 대해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다음 달 임시주총에 최 회장 일가인 유미개발 측이 안건으로 상정한 집중투표제 도입은 사실상 최 회장 자리보전용으로, 집중투표제 본연의 취지와 목적을 몰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려아연 이사회가 정상화되고 의사결정 시스템이 개선된 이후 집중투표제 본연의 취지와 목적이 존중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고려아연 "이사회 장악 시도, 주주가치 외면"
고려아연도 같은 날 보도자료를 내고 MBK 측의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고려아연은 "MBK와 영풍의 유일한 목적은 이사회 장악과 이익 확보"라며 "MBK와 영풍이 경영권을 행사할 경우, 다른 주주들이 이들을 견제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진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MBK 측이 조 단위가 넘는 차입금에 더해 높은 요구 수익률을 맞춰야 하는 유동성 공급자(LP)의 자금을 쓴 탓에 고려아연의 이사회를 장악한 후 고배당 의결 등이 빠르게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라며 집중투표제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또 "이사회가 정상화되고 지배구조 개선이 이뤄지면 집중투표제를 도입하겠다는 조건부 찬성은 이사회를 장악한 뒤 판단하겠다는 말장난"이라며 "집중투표제는 일반 주주를 대변하는 이사의 선임 기회가 확대된다는 점에서 일반 주주의 권리 신장에 기여하기 때문에 금융당국도 주주 보호 장치로 적극적으로 도입을 권장하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상법에 맞지 않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법조계에서는 정관 변경 가결을 조건으로 변경된 정관에 따른 주주 제안을 사전에 의결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해석이 많다"고 반박했다.
소액주주연대 플랫폼 헤이홀더도 "고려아연이 꺼내든 집중투표제 카드는 매우 훌륭한 선택으로 평가된다"며 공개적으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헤이홀더는 "최 회장 측이 이번 임시주총에서 소액주주의 권익 강화, 지배구조 개선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경영권 분쟁의 프레임을 완전히 바꿨다"고 분석했다. 이어 고려아연 이사회가 집중투표제와 함께 안건으로 확정한 이사회 상한 수 설정과 액면분할, 소수주주 보호 명문화, 사외이사의 의장 선임, 분기 배당 도입 등은 소액주주들이 반복해 상장기업들에 주장한 사안들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소액주주들이 그토록 주장했던 사항들이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한쪽에 유리할 수 있는 사실 자체는 아쉬움이 있으나 목적이 경영권 보호라고 하더라도 내용상으로는 올바른 방향으로 개선된다면 그 의미를 과소평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대가 점점 소액주주들의 권익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그리고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강해지는 시대로 가고 있다"며 “최 회장 측이나 MBK·영풍 모두 이 전투에서 승리하는 길이 소액주주의 권익 강화 그리고 지배구조 개선밖에 없음을 마음속 깊이 깨달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