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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 유연하게" 치솟는 원·달러 환율, 한은 셈법 복잡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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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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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은 총재 "통화정책, 상황 변화에 맞춰 운영"
정치 불안 등으로 인한 고환율 상황이 금리 인하 걸림돌
트럼프 당선인 취임 시 환율 부담 더해질 가능성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 인하 속도를 유연하게 조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2·3 계엄 사태 이후 본격화한 원·달러 환율 상승세 등을 고려해 통화 정책을 결정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어지는 국내 정치 불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 등의 영향으로 환율 상승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고환율에 발목 잡힌 한은

이 총재는 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통해 "전례 없이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통화정책은 상황 변화에 맞춰 유연하고 기민하게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발언했다. 이어 "물가와 성장, 환율, 가계부채 등 정책 변수 간 상충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입수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내외 리스크 요인들의 전개 양상과 그에 따른 경제 흐름 변화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금리 인하 속도를 유연하게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차후 환율이 한은의 통화 정책 결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받고 있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말 발표한 ‘2025년 통화신용정책 운영 방향’ 보고서에서 “물가 상승률 안정세를 이어가고 성장의 하방 압력을 완화하는 동시에 금융 안정 리스크에도 유의하면서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치 불확실성 증대와 주력 업종의 글로벌 경쟁 심화, 통상 환경 변화 등으로 경기의 하방 리스크가 커진 점을 고려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12·3 계엄 사태를 비롯한 국내 정치 불안이 촉발한 고환율 상황으로 인해 이 같은 한은의 계획에는 제동이 걸렸다. 지난해 마지막 외환시장 거래일이었던 12월 30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72.5원에 마감했다. 이는 연말 종가 기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였던 1997년(1,695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트럼프發 '강달러' 온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 이후 환율 상승세가 한층 가팔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트럼프 당선인이 금리 인상을 부추길 수 있는 공약을 다수 제시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미국의 금리가 상승하면 전 세계의 투자 자금이 미국으로 쏠리게 되고, 달러 수요가 급증하면서 강달러 현상이 심화해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게 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미국으로 오는 모든 수입품에 10%의 보편 관세를 매기고, 중국산 수입품에는 60%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당선 이후에는 멕시코와 캐나다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시카고 부스 경영대학이 주요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관세 정책이 미국 물가를 0.5~2.5%가량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향후 연준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금리 인상 압박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트럼프 당선인의 '감세와 일자리법(TCJA)' 관련 공약도 금리를 자극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앞서 2017년 트럼프 1기 행정부와 의회가 통과시킨 TCJA는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소득세 최고세율을 39.6%에서 37%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2025년 만료를 앞둔 해당 법안을 연장하고 법인세율을 15%까지 낮추겠다고 공약한 상태다. 공약에 따라 세금이 감면될 시 세수가 줄고 재정 적자가 커지며 국채 발행이 늘어나게 되는데, 금리 역시 이에 맞춰 상승할 확률이 높다.

주요 IB, 환율 전망치 상향 조정

이런 가운데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줄줄이 상향 조정하고 나섰다. 지난해 12월 3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이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으로부터 제출받은 보고서에 따르면, 12월 24일 기준 주요 IB들의 1분기 말 원·달러 환율 전망치 중간값은 1,435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11월 8일 기준 전망치 중간값(1,305원)보다 무려 130원 높아진 수치다.

주요 IB들은 향후 환율 흐름 전망도 뒤집었다. 원·달러 환율이 내년 1분기 말 1,435원, 2분기 말 1,440원, 3분기 말 1,445원 등으로 꾸준히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앞서 12·3 계엄 사태 이전 IB들은 원·달러 환율이 올해 4분기 말 1,315원, 내년 1분기 말 1,305원, 2분기 말 1,300원 등으로 점차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노무라증권은 환율이 2분기 말 1,500원에 오른 뒤 3분기 말까지 그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이는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일시적으로 급등한 환율이 금세 진정됐던 것과는 달리 고환율 상황이 고착할 수 있다는 일종의 경고로 해석된다.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환율은 국회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2016년 12월 9일 전후로 상승해 1,209원까지 올랐으나, 이듬해 1월 하락세로 전환해 헌법재판소 탄핵 인용이 이뤄진 3월 10일께 1,130원대로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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