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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BYD 임시 취업비자 발급 중단 BYD 측 "문화적 차이·번역 오류" 주장 현지 노동계 일자리 축소 및 착취 민감 반응
브라질 정부가 자국에 공장을 건설 중인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의 강제 노동을 문제 삼고 나섰다. BYD에 대한 임시 취업비자 발급을 중단하고 추가 조사에 돌입한 것이다. 중화권에서는 이번 사태가 문화 차이로 발생한 일이라는 BYD 측의 해명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中 근로자 163명 ‘인신매매 피해자’로 규정
7일 외교계에 따르면 브라질 외교부는 지난달 28일 자국 북동부 바이아주에 위치한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노동자 착취 피해 사건에 대한 처벌 범위를 결정하기 위해 BYD와 협력 업체를 조사하고, 관련 임시 취업비자 발급을 잠정 중단한다고 알렸다. 최소 163명의 노동자가 노동법이 허용하는 법정 근로 시간보다 더 오랜 시간 근무했으며, 매트리스가 없는 침대에서 잠을 자는 등 ‘노예와 같은 열악한 생활’을 했다는 게 브라질 외교부의 주장이다.
브라질 당국은 “163명의 근로자를 ‘노동 착취를 목적으로 전개된 국제 인신매매 피해자’로 간주한다”며 그에 대한 근거로는 “노동자들의 여권과 임금이 압류됐고, 일부 시설에서는 31명에 달하는 사람이 화장실 하나를 공유하며 생활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노동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철저히 조사하고, 업체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BYD 측은 브라질 당국의 주장에 즉각 반박했다. BYD 협력업체 진장그룹은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올린 입장문에서 “(노동착취 논란은) 중국과 브라질의 노동 관련 법규가 다른 데서 발생한 오해”라고 일축하며 “브라질 당국의 조사 과정에서도 번역 문제 및 문화적 차이가 오해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면서 “‘노예’라는 부당한 낙인은 직원들의 존엄성을 훼손했으며, 나아가 중국인들의 자존심에도 큰 상처를 줬다”고 덧붙였다.
강성 노조 영향력 막대
중화권에서도 이번 사태가 문화 차이로 발생한 일이라는 진장그룹의 해명에 어느 정도 동의하는 분위기다. 그도 그럴 것이 과거에도 해외에 진출한 기업이 자국민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수난을 겪은 전례가 있다. 가장 최근의 사례로는 2023년 대만 반도체 업체 TSMC의 사례를 꼽을 수 있다.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첨단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 건설과 관련해 현지 노동계의 반발에 직면하며 해당 공장의 가동 시기를 1년가량 연장한 바 있다.
당시 TSMC는 가동 시기를 조절하는 과정에 “숙련 인력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히며 자국 인력 조달을 위해 미국 정부와 비자 관련 논의에 나섰지만, 현지 노동계는 TSMC의 움직임에 크게 반발했다. 근로자 4,000여 명이 가입한 노조 ‘애리조나 파이프 트레이드 469’는 TSMC의 비자 요청을 거부할 것을 촉구하는 청원을 시작했고, 애리조나 건설무역협회 회장은 지역 매체 기고를 통해 “TSMC가 저렴한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건설 지연을 핑계로 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두고 반도체업계에서는 “미국의 노조는 아시아와는 다른 방식의 강성”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미국에 투자한 한 기업 관계자는 “미국에 투자 부지를 결정하기 전 따져야 할 핵심 요소 중 하나가 강성 노조 여부”라고 짚으며 “전미자동차노조(UAW) 같은 곳은 자금 동원력이나 지역 정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상 이상”이라고 말했다. 비용절감을 위해 생산시설을 옮기는 아시아 기업 대부분이 인력 운용이란 더 큰 과제를 떠안았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노동환경 개선 촉구에 목소리 높아져
값싼 노동력을 토대로 기업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을 ‘악습’으로 규정하는 비판론적 시각도 존재한다. 이들 비판론자는 노동 착취로 대표되는 기업의 비윤리적 행태에 날을 세우며 불매 운동을 전개하는가 하면, 소송까지도 불사한다. 미국 시애틀에 본사를 둔 세계적 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벅스가 ‘기만행위’에 대한 혐의로 피소되며 거센 비판에 직면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지난해 1월 전미소비자연맹(NCL)은 워싱턴DC 법원에 스타벅스의 ‘100% 윤리적 커피 구매’를 강조한 마케팅이 소비자 기만행위에 해당한다며 소를 제기했다. 스타벅스가 겉으로 내세운 마케팅과 달리 아동 노동, 강제 노역 등 심각한 인권 및 노동 착취를 저지른 협동조합과 농장에서 커피 원두와 찻잎을 계속 공급받고 있다는 게 NCL의 지적이다.
당시 샐리 그린버스 NCL 대표는 “스타벅스의 공급망 전반에 상당한 인권 침해와 노동 남용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매우 분명하다”고 주장하며 “과테말라, 케냐, 브라질 등 다수의 농장에서 위반 사항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스타벅스와 같은 대기업에 노동력을 제공하는 이들이 법에 따라 공정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관행을 개혁해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