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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A, 뉴욕시 맨해튼 진입 차량에 혼잡통행료 부과 英 런던 성공 전례가 제도 도입에 영향 미쳤나 뉴욕서 제도 안착 시 벤치마킹 사례 증가 예상
미국이 뉴욕시 맨해튼 도심부로 진입하는 차량을 대상으로 혼잡통행료 부과 프로그램을 시행한다. 혼잡통행료 징수를 통해 자동차 통행량을 줄이고 시민들의 대중교통 이용을 유도, 교통 체증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구상이다.
뉴욕시, 맨해튼서 혼잡통행료 징수 시작
5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뉴욕 메트로폴리탄교통국(MTA)은 이날 0시를 기해 맨해튼 60번가 이남 도심부에 진입하는 차량을 대상으로 최고 9달러(1만3,000원 상당)의 혼잡통행료를 부과하는 프로그램을 개시했다. 이는 미국에서 혼잡통행료가 부과되는 최초 사례다. 재노 리버 MTA 국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교통 체증을 해소해 대중교통이나 긴급 구조대가 도로에서 옴짝달싹 못 하는 상황을 막는 게 목표”라고 혼잡통행료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통행료 수준은 진입하는 차량 종류와 진입 시간에 따라 다르게 책정됐다. 일반 승용차는 피크 시간대인 평일 오전 5시~오후 9시, 주말 오전 9시~오후 9시에는 9달러(약 1만3,000원)를 내야 하며, 이외의 시간대에는 2.25달러(약 3,250원)의 통행료가 부과된다. 소형 트럭은 각각 14.4달러(피크 시간대, 약 2만830원)와 3.6달러(나머지 시간대, 약 5,200원)의 통행료를 납부해야 하며, 대형 트럭과 관광버스의 통행료는 각각 21.6(약 3만1,250원)달러와 5.4달러(약 7,810원)다. 오토바이에는 시간대에 따라 4.5달러(약 6,510원) 또는 1.05달러(약 1,510원) 수준의 통행료가 부과된다.
이에 미국의 운전자들은 혼잡통행료 납부를 회피하기 위해 틱톡 등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각종 '꼼수'를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차량 번호판에 진흙이나 새똥 등을 묻혀 식별되지 않도록 하거나, 테이프 등을 붙여 번호판을 가리는 식이다. 카메라가 번호판을 식별하지 못하게 하는 반사 스프레이나 운전자가 버튼을 누르면 번호판이 가려지는 장치도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다.
영국의 혼잡통행료 도입 선례
혼잡통행료 제도는 영국에서 선제적으로 시행된 정책이다. 혼잡통행료 제도 실시 이전 영국 런던의 중심부 도로에는 매일 100만 명 이상의 통행자가 오갔다. 도심부 도로의 평균 차량 주행 속도는 15㎞/h에 불과했으며, 2000년 기준 혼잡비용은 1,500만~2,000만 파운드(약 300억~400억원)에 달했다.
이에 2000년 켄 리빙스턴 당시 런던 시장 후보는 혼잡통행료 징수를 선거 공약으로 채택했고, 당선 이후 2003년 런던 도심으로 진입하는 차량에 대해 혼잡통행료를 징수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런던 중심가의 혼잡통행료 구역(congestion charge)에 진입하는 전 차량에는 일괄적으로 일일 15파운드(약 2만6,000원) 수준의 통행료가 부과되고 있다.
런던 혼잡통행료 도입 성과는
일각에서는 이 같은 영국의 혼잡통행료 징수 사례가 미국 혼잡통행료 제도 도입의 발판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선제적으로 혼잡통행료 제도를 도입한 런던에서 유의미한 성과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런던 혼잡통행료 징수가 본격화한 뒤 3년이 지난 시점인 2006년, 제도 도입 주체인 런던시 및 런던교통공사 측은 혼잡통행료 징수 이후 교통 정체가 26%가량 개선됐으며 △대기질 개선 △도로 안전사고 감소 △도심 교통 환경 개선을 위한 재원 조달 등의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같은 해 런던 의회 역시 ‘혼잡통행료 실시 이후 런던 도심의 변화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런던의 교통량이 2005년에 비해 22% 감소해 목표치(20%)를 초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해당 보고서는 혼잡통행료 징수 이후 공해물질 배출량이 13~15% 감소했으며, 특히 이산화탄소가 16%, 니트로젠 옥사이드가 13% 줄었다고 분석했다.
혼잡통행료 제도 도입의 성공적 전례로 남은 런던에 이어 뉴욕에서도 혼잡통행료 징수가 시작된 가운데, 전문가들은 관련 제도 도입 움직임이 여타 국가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는 평을 내놓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통공학 전문가는 "혼잡통행료는 대기 오염과 교통 체증으로 골머리를 앓는 도시에 있어 매력적인 해결 방안"이라며 "뉴욕시에서 혼잡통행료 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시애틀과 로스앤젤레스(LA) 등 미국 내 도시는 물론, 다른 국가에서도 벤치마킹을 시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