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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유율 역성장인데, 증설이 무슨 소용” 한숨 깊어지는 한국 배터리 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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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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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설 투입 자금 못 미치는 신규 수주
중국산 물량 공세에 시장 점유율 하락
극과 극 ‘비용 절감 vs. 생산력 증대’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미국 합작법인 '얼티엄셀즈'가 미시간주 랜싱에 건설 중인 3공장 전경/사진=얼티엄셀즈

최근 몇 년간 생산시설 확대에 열을 올리던 국내 배터리·소재 기업들이 일제히 속도 조절에 나섰다. 건설 중인 공장의 가동 시점을 조절하는 등 비용 절감으로 무게 추를 옮기면서다. 전방 사업인 전기차 업계가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주춤하자 늘어난 생산 능력을 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짙어진 것으로, ‘무한 경쟁’을 선언하며 최대의 노동력을 투입하고 있는 중국과는 대비된 분위기다.

너도나도 증설, 결과는 공회전?

8일 업계에 따르면 완성 이차전지 제조업체 금양은 지난해 12월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이던 부산 기장 공장 목표 준공 시점을 올해 5월로 연기했다. 2023년 9월 착공된 해당 공장은 연면적 12만4,479㎡(약 3만7,655평)규모로 지어지며, 투입된 금액은 6,100억원에 달한다. 금양은 신설 공장에서 연간 3억 셀(전기차 21만6,000대분)의 원통형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었다.

금양은 지난해 8월 말 해당 공장의 외관 공사를 마무리했으나, 이후 설비 도입 과정에서 일감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미국 나노테크에너지(812억원 규모), 국내 전기버스 기업 피라인모터스(788억원 규모) 등과 배터리 공급 예약을 맺었지만, 두 건의 계약 금액을 합산해도 신공장 건설에 투입된 자금의 26% 수준에 불과하다.

금양 외 다른 배터리 제조사들도 신공장 준공 시점을 늦추거나, 생산량을 조절하는 등 숨 고르기에 한창이다. 에코프로비엠은 2023년 5월 착공한 경북 포항시 양극재 공장의 준공 시점을 기존 지난해 12월에서 2026년 12월로 늦췄으며,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스페인 카탈루냐 공장의 완공 시기를 올해 말에서 2027년 6월로 미뤘다. 또 포스코퓨처엠은 경북 포항 인조흑연 음극재 공장의 증설 규모를 기존 연산 1만8,000톤(t)에서 1만3,000t으로 줄였다.

북미에 진출한 기업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은 자회사 미시간 법인에 대한 일부 유상증자 대금 납부를 기존 2024년에서 2026년으로 2년 연기했다. 이 때문에 기존 5기가와트시(GWh) 규모인 연간 생산능력을 40GWh까지 확대하겠다는 LG엔솔의 당초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포스코퓨처엠 또한 지난해 9월 제너럴모터스(GM)와 캐나다에 짓고 있는 양극재 합작 공장의 완공 일정을 연기했다.

韓 배터리 3사 합산 점유율 23.5%→19.8%

이처럼 전 세계에 뻗어 있는 한국 배터리 업체들의 투자 계획에 비상이 걸린 배경에는 중국산 저가 배터리의 물량 공세가 자리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LG엔솔의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은 91.4GWh로 전년 동기(85.5GWh) 대비 6.9% 증가했지만 이 기간 LG엔솔의 시장 점유율은 전년(13.8%)보다 2.2%p 떨어진 11.6%를 기록했다. 점유율 순위에서는 3위에 머물렀다.

SK온의 전기차용 배터리는 35.3GWh가 사용됐다. 역시 전년 동기(31.6GWh) 대비 11.8% 늘어난 수치지만 시장 점유율에서는 위축을 면치 못했다. SK온은 지난 2023년 1~11월 5.1%의 점유율을 보였으나, 지난해 4.5%로 0.6%p 입지를 좁혔다. 삼성SDI도 전년 동기(28.9GWh)와 비슷한 수준의 사용량을 기록하며 점유율 하락(4.7%→3.7%)을 맞았다. SNE리서치는 “LG엔솔과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배터리 사용량에서 일제히 전년 동기 대비 성장세를 보였다”면서도 “다만 3사 합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3.7%p 줄어든 19.8%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사라진 한국 기업의 점유율은 중국 기업으로 옮겨갔다.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1위 기업인 중국의 CATL은 지난해 1~11월 289.3GWh의 사용량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222.0GWh) 대비 28.6%나 성장했다. 사용량의 폭발적인 증가에 따라 시장 점유율도 1년 사이 36.2%에서 36.8%로 늘었다.

2위를 기록한 비야디(BYD)는 134.4GWh의 사용량을 기록했다. 지난 같은 기간(98.9GWh)과 비교해 무려 35.9%의 성장세다. 가파른 성장세에 시장 점유율도 15.9%에서 17.1%로 뛰었다. CALB는 10위권 내 중국 기업 중 유일하게 점유율이 하락(4.8%→4.6%)했다. 하지만 사용량만 보면 1년 사이 29.7GWh에서 36.3GWh로 6.6GWh 증가해 한국 배터리 3사보다 큰 증가 폭을 그렸다. 이 외에도 고션(Gotion)과 이브(EVE), 신왕다(Sunwoda) 등 중국 기업들이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세 기업 모두 시장 점유율이 각각 2.7%, 2.3%, 2.0%로 모두 전년 대비 상승세를 보이며 한국 기업들을 맹추격하고 있다.

中 배터리 품은 전기차도 ‘훨훨’

자국 배터리의 분전을 뒷받침하는 듯 중국산 전기차들도 세계적인 캐즘 현상을 비껴가고 있다. 특히 배터리를 직접 생산해 수직통합적 공급망을 갖춘 BYD의 강세가 눈에 띈다. 글로벌 전기차 인도량 1위를 차지한 BYD는 지난해 1~11월 전 세계 80개국에서 367만3,000대의 전기차를 판매하며 전년 동기 대비 43.4%의 성장률을 보였다.

이는 오랜 시간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로 군림해 온 테슬라마저 주춤한 것과 대비된 모습이다. 2위를 기록한 테슬라는 전체 판매량의 약 95%를 차지하는 모델3와 모델Y의 판매량이 감소하며 전년 동기 대비 2%의 역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유럽에서는 전년 동기 대비 12.9%, 북미에서는 7% 감소한 판매량을 보였다.

반면 중국 최대 민영 자동차 회사 지리그룹은 전년 동기 대비 59% 증가한 123만 대를 판매하며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순위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중고급형 시장을 공략한 갤럭시(Geely Galaxy), 링크앤코(Lynk & Co) 등 서브 브랜드의 출시가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BYD와 지리그룹 외에도 상하이자동차, 창안, 리오토 등이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리며 전기차 시장 내 갈수록 커지는 중국의 입지를 알렸다.

중국 업체들은 이 같은 시장 입지를 잃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지며 경쟁력 강화 체제에 돌입했다. 일례로 CATL은 ‘896 근무제’까지 불사하며 배터리 생산량 확대에 한창이다. 896 근무제는 오전 8시에 출근해 저녁 9시까지 주 6일 근무하는 형태로, 노동력의 최대 투입을 의미한다. 완성차 판매 업계 역시 토요일 근무가 일상이 됐다. 이와 관련해 리쉐용 체리자동차 부사장은 “2023년 시작된 전기차·배터리 업계의 대결전은 올해까지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며 “3년 동안 시장 재편이 끝나면, 소수의 업체만 살아남아 시장을 독식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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