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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미국 경제의 이면 실업률 4.2%로 낮지만 IT 일자리 줄어 AI 여파에 IT 채용 20% 감소
미국 실업률이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지만 실업자들의 구직 기간은 길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공지능(AI) 도입으로 인해 정보기술(IT) 등 사무직들이 구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습이다.
美 장기실업자 2년 전보다 50% 증가
7일(현지시간) 미국 노동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미국 실업자는 714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6개월 이상 구직 활동을 하고 있는 장기실업자는 160만 명 이상이다. 이는 2022년 말 이후 50% 이상 늘어난 수치다.
평균 구직 기간은 약 6개월로, 2023년 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고용시장 과열이 나타났을 때보다 한 달 정도 늘어났다.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한 '계속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지난달 8~14일 기준 3년 만에 최대치인 191만 건으로 집계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미국 경제가 다시 살아나면서 대부분 기업이 빠르게 성장했지만 이제는 신규 채용 필요성이 줄어든 IT 분야 등의 고임금 사무직이 고통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AI 붐 '테크직군 고용'에 악영향
실제 미 노동부에 따르면 IT 산업 채용이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팬데믹 이전인 2020년 2월 3.1%에서 지난해 10월 2.3%로 대폭 줄었다. 이 같은 흐름은 AI를 활용해 중간관리자를 감원하는 등 대대적 구조조정에 나선 여파로 풀이된다. 특히 AI 붐이 정점으로 치달은 2023년 6월에서 9월까지 석 달간 사라진 일자리 수만 1만4,300개에 달했다. 같은 해 미국 전체 노동시장에 33만6,000개의 일자리가 추가되는 등 ‘강한 고용’이 뚜렷한 상황에서 IT 분야의 일자리만 역성장한 것이다.
작년 상황도 다르지 않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IT 분야 실업자는 14만 명에 육박했다. 2024년 새해 들어서만 IT 기업 직원 2만 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었는데, 여기엔 구글 직원들도 포함됐다. 지난해 1월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AI에 대한 투자를 계속 늘리면서 올해 더 많은 일자리 감축을 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야심 찬 목적을 가지고 있고, 우선하여 대규모 투자를 하게 될 것"이라며 "현실은 이러한 투자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결정은 챗GPT를 검색엔진 '빙'과 통합하고 경쟁사 마이크로소프트(MS)를 따라잡기 위해 이뤄진 것이다. 현재 구글 역시 검색엔진에 AI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 이와 관련해 테크 전문 매체 빅테크놀로지 설립자 알렉스 칸트로위츠(Alex Kantrowitz)는 "더 이상 제로금리 환경에 살고 있지 않은 만큼 기업들도 비용을 절감하면서 투자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AI를 학습하고 활용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든다. 그것이 오늘날 구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AI 투자 위해 타분야 축소
감원 삭풍은 지난해 하반기에도 이어졌다. 미국 최대 네트워크 장비회사 시스코 시스템스는 지난해 9월 전체 직원의 7%인 6,000명가량의 감원 계획을 발표했고, 반도체 제조업체 인텔은 1만5,000명을 감원하기로 했다. 금융 IT 기업인 인튜이트는 지난해 7월 AI 분야로 중심축을 옮겨가면서 1,800명을 해고할 것이라고 밝혔고, 자동차 제조업체 GM은 지난해 9월 소프트웨어 분야 등에서 1,000명가량을 해고했다.
컴퓨터 제조업체 델도 최근 AI를 통해 운영 방식을 간소화하고 업무와 고객 경험을 재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신들은 델의 이번 인력 감축이 역사상 가장 큰 규모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마존닷컴 역시 스트리밍 및 스튜디오 운영 담당 부서에서 수백명의 직원을 감원했으며, 생방송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와 오디오북 부서에서도 일자리를 줄였다. 이에 반해 클라우드서비스 사업부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오히려 투자를 늘리고 있다. AI 서비스의 핵심 분야인 클라우드 서비스 인프라 확장을 위해 2027년까지 일본에 2조2,600억 엔(약 20조7,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