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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원금 빼면 작년 건보 10조원 적자, 의료개혁·비상진료 유지 시 재정 고갈 속도 빨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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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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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공단 작년 수지 1.7조원 흑자지만
혈세 투입 12조 제외하면 적자 10조 이상
8년 후엔 60조 누적 적자, 재정건정성 모색해야

지난해 건강보험이 현금흐름 기준 1,조7000억원 가량의 당기수지 흑자를 냈지만 정부 지원금을 제외하면 10조가 넘는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경제학계에서는 재정 확충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오고 있다.

건보 지난해 당기 흑자, 정부지원금이 견인

7일 건강보험공단은 현금흐름 기준 지난해 건강보험 재정이 1조7,244억원 당기수지 흑자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건강보험 재정은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수지로 나타낸다. 총수입은 가입자들이 내는 보험료수입과 정부지원금, 기타수입으로 이뤄진다. 총지출은 보험급여비와 기타사업비로 구성된다.

흑자를 견인한 것은 정부 지원금이다. 지난해 건강보험에 지원된 정부지원금은 12조1,658억원으로 전년(10조9,702억원) 대비 11% 늘어났다. 지원금을 제외하면 건강보험 재정은 총 10조4,414억원 가량의 적자를 본 셈이 된다.

반면 보험료수입 증가 속도는 둔화됐고, 보험료급여비 규모는 더 커졌다. 지난해 보험료 수입은 전년 대비 2조4,340억원(3%) 증가한 83조9,520억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 이후 증가율이 계속 둔화됐는데 이는 지난해 명목임금 상승이 둔화됐기 때문이다.

지역보험료 역시 전년 대비 3.1% 줄어들었다. 지난해 2월부터 재산보험료 기본공제 기준 금액이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확대되고, 자동차보험료 부과도 폐지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총 지출은 97조3,626억원으로 전년 대비 6조5,789억원(7.2%)이나 증가했다. 비상진료체계를 지원하고 수련병원에 보험급여를 선지급하면서 전년 대비 급여가 6조4,569억원(7.3%) 늘어난 탓이다.

정부 과도한 의료개혁, 건보 재정 곳간 텅텅 빈다

비상진료체계 지원은 의료개혁에서 비롯됐다. 이에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는 과도한 의료개혁으로 건강보험 곳간이 텅텅 비는 상황이 도래할 것으로 내다봤다. 예정처는 최근 ‘의료개혁과 비상진료 대책을 반영한 건강보험 재정 전망’이란 보고서를 통해 건강보험 재정 위기론을 제시했다. 정부가 의료개혁과 의대증원을 추진하면서 막대한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거나 예고하고 있어 재정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보건복지부는 의료개혁 과제 중 ‘공정한 보상체계’를 위해 오는 2028년까지 건강보험 재정 ‘20조원+α’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세부적으로는 △공급부족 해소(중증응급 등) 5조원 이상 △수요부족 대응(소아, 분만 등) 3조원 이상 △네트워크 협력 지원 2조원 이상 등 최소 10조원이다.

또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을 통해 오는 2027년까지 3년간 47개 상급종합병원에 총 10조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여기에 비상진료체계 운영을 위해 ‘심각’ 단계 해지 시까지 건강보험 재정을 월 2,085억원 지원하고, 수련병원에 대한 급여비 선지급도 시행 중이다. 의정 갈등이 시작된 지난해 2월부터 10월까지 지급된 비상진료 지원액은 총 7,551억원, 이 기간 수련병원에 지급된 건강보험 선지급액은 1조4,844억원에 달한다.

예정처는 이 같은 상황이 유지될 경우 건강보험 재정은 2026년 적자 전환되고, 2030년에는 누적 준비금이 모두 소진될 것으로 전망했다. 가뜩이나 고령화 및 보장성 강화에 따른 지출 증가로 어려움이 큰 상황에서 의료개혁을 위한 막대한 재정 투입이 곳간 상황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의료개혁과 비상진료 대책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 투입으로 인해 향후 10년 간 누적 적자액은 32조2,000억원 늘어날 것이라고 추계했다. 예정처는 “건강보험 재정은 인구 고령화 등에 따라 현행 유지 시에도 누적준비금이 2030년에 소진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투자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사진=국민건강보험공단

적정보험료 책정·국고지원 등 사회적 합의 필요

이처럼 건강보험 재정 고갈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관건은 재정 확충을 위한 재원을 어디서 끌어올 것인지로 향한다. 소득이 많은 청장년 세대들이 건강보험 재정에 기여하는 비율이 높고, 건강보험 이용은 고령층이 대다수인 상황에서 추가 재원을 누구에게 걷을지에 따라 건강보험 재정 확보 논의가 자칫 세대 갈등으로 비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계에선 현재 건강보험료 수급방식인 소득세가 아닌 소비세를 늘려 재정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최근 한국경제학회 학술지에 게재된 ‘건강보험 재정건전화 방안의 세대별 후생효과’ 논문은 추가 재원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의료비 자기부담률 상향 △건강보험료율 인상 △노동소득세 기반 과세 △소비세 기반 과세 등 4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연구는 이 중 소비세에 추가 과세를 통해 건강보험 재정을 늘리는 것은 세대 간 형평성과 후생 측면에서 가장 낫다고 봤다. 우선 현재 건강보험료와 같이 노동소득세에 추가적인 부담을 지우는 것은 현재의 근로 세대에 부담이 크다는 입장이다. 한국 근로시장 여건상 근로소득은 45~50세에 가장 높고 65세에 급감하는 등 생애주기별 등락이 있는데, 건강보험료를 인상하면 혜택을 받는 현재 고령세대는 추가 부담이 없는 반면 다음 세대는 부담이 커 형평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으로 건강보험료율 인상도 혜택과 부담의 형평성 측면에서 후순위로 평가받았다. 의료비 자기부담률 상향은 의료비 지출이 큰 현재 고령세대에 큰 부담이란 게 연구진의 시각이다. 개인이 부담할 의료비가 커지면 소득과 자산이 부족한 고령세대에 타격이 가장 크다는 것이다.

예정처의 경우 건강보험 수입 확충을 위해 건강보험 제도와 법령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 방안으로 국고지원금과 국민건강증진 기금을 각각 법정 수준인 건강보험 수입액의 14%와 6%로 상향해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한 지출 효율화를 강조하며 지불구조 개혁을 위한 구체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강보험을 기금화하는 등 건강보험 재정을 국가 재정에 포함해 건강보험 재정을 통제하고, 재정 전망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며 교차 검증을 거쳐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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