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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제철·US스틸, 美 법원에 바이든 겨냥 소송 바이든의 결정과 정부패널 검토 과정 무효화 요구 합병 무산 시 일본제철 장기 성장전략 불투명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시도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중지 명령으로 제동이 걸리면서 양국 관계에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일본제철은 ‘정치적 판단이 개입됐다’며 반발했고 일본 정부도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나섰다. 이번 사안이 기업 간 거래를 넘어 미일 동맹 문제로까지 비화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일본제철은 소송을 포함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US스틸 인수 불허 수용 못한다" 투트랙 소송 제기
7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전날 일본제철과 US스틸은 공동 성명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소송을 워싱턴 D.C.의 연방 항소법원에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 소송에서 양사는 바이든의 명령과 미국 정부의 외국인투자검토위원회(CFIUS) 패널의 검토 과정을 무효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양사는 이번 불허 명령이 정치적인 의도에 따라 CFIUS의 심사 절차에 부당하게 간섭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실질적인 조사에 근거하지 않고 결론이 났다는 점 등을 문제 삼았다.
이와 함께 미국의 철강 제조업체인 클리블랜드클리프스(Cleveland-Cliffs)와 CEO(최고경영자)인 로렌코 곤칼베스(Lourenco Goncalves), 전미철강노동조합(USW) 위원장인 데이비드 맥콜(David McCall)을 상대로 펜실베이니아 서부 지구 연방 지방법원에도 소송을 제출했다.
양사는 클리블랜드클리프스가 미국 철강 시장 독점을 목적으로, US스틸을 자사 외에는 인수하지 못하도록 음모를 꾸몄다고 주장했다. 반경쟁적이고 조직적인 불법 행위를 통해 다른 인수 시도를 저지하려 했으며, 이는 독점금지법과 RICO법(조직범죄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곤칼베스 CEO, 그리고 맥콜 회장이 추가적인 반경쟁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법원의 차단 명령을 요청하면서 손해배상금을 요구했다. 맥콜 USW 회장이 허위 사실을 고의적으로 주장했다는 대목이 주요 근거다.
일본제철과 US스틸은 공동 성명에서 "양사는 이번 거래가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강화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모든 당사자와 성실하게 협의해 왔다"며 "이번 법적 조치는 거래를 완료하기 위한 일본제철과 US스틸의 지속적인 노력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안보·공급망 위험 초래", 트럼프도 "매각 반대"
앞서 일본제철은 지난 2023년 12월 141억 달러(약 20조6,931억원) 규모의 US스틸 인수 계획을 발표했다. 현시점 6,500만 톤의 조강 생산능력을 US스틸과의 합병으로 8,500만 톤으로 높여 향후 1억 톤까지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그러나 한때 미국 산업의 상징이었던 US스틸의 피인수 소식이 정치적 이슈로 불거지는가 하면, USW도 일자리 위협 등을 이유로 반발하면서 인수 작업에 제동이 걸렸다. 이에 양사는 주요 정부 부처 수장들이 참여하는 CFIUS에 심의를 요청했지만 CFIUS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최종 결정권은 백악관으로 향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일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승인을 불허하는 결정을 내렸다. 국가 안보와 중요한 공급망에 위험을 초래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면서 30일 이내에 인수 계획을 완전하고 영구적으로 포기하는 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라고 두 회사에 명령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도 US스틸 매각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6일 소셜미디어(SNS)에 “관세가 더 수익성 있고 가치가 있는 회사로 만들어 줄 텐데 왜 지금 그들은 US스틸을 팔기를 원하느냐”고 썼다. 이어 “한때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회사였던 US스틸이 다시 위대해진다면 좋지 않겠냐”며 “모든 게 매우 빠르게 일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모든 수입품에 보편적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자신의 정책으로 US스틸 경쟁력이 제고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시바 日 총리 "미일 간 투자 우려 있어선 안 돼"
일본제철이 공들여 추진해 온 US스틸 인수 시도가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일본 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무토 요지(武藤容治) 경제산업상은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이 알려진 직후 "이해하기 어렵고 유감"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이 CFIUS 심사를 근거로 인수 중지를 명한 것은 총 8건이다. 이 중 7건은 인수 주체가 중국 관련 기업으로 동맹국 기업에 대한 중지 명령은 전례가 없었다. 요미우리는 “동맹국인 일본 기업의 인수 계획을 미국 대통령이 저지한 것은 이례적 사태”라며 “미일 관계에 화근을 남긴 용납하기 어려운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도 6일 오후 신년 기자회견에서 "왜 안보상 우려가 있는지 제대로 설명이 되지 않으면 앞으로 얘기가 되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앞서 이시바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직접 서한을 보내 인수 승인을 요청하는 등 민관 총력전을 벌였음에도 인수가 성사되지 않은 데 따른 불만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언론들 역시 바이든 대통령 결정에 대해 "미일 관계에 화근을 남길 것", "부당한 정치 개입"이라며 강한 논조로 비판했다. 이처럼 일본 정부와 여당 간부, 언론이 한목소리로 미국 정부를 비판하는 것은 이례적 상황으로 평가된다.
일본제철도 쉽게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오는 6월까지 인수를 완료하지 못하면 US스틸에 5억6,500만 달러(약 8,225억원)의 위약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일본제철이 상정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소송을 통한 장기전이다. 일본제철이 이번에 제기한 CFIUS의 의사 결정 과정의 하자를 문제 삼은 소송의 경우 2014년 중국이 같은 방식으로 승소한 전례가 있다. 다만 당시 판결까지 2년가량 소요된 점을 감안하면 승소한다고 해도 일본제철의 해외 전략에는 차질이 불가피하다.
두 번째는 US스틸과 자본 제휴를 하거나 일부 시설만 인수하는 그림으로, 완전 자회사 대신 지분율을 낮춘 형태로 접근하거나 전기로(電氣爐) 부문만 인수하는 것이다. 단, 이 경우 기술 이전 등 시너지 효과를 내기는 어렵다. 마지막은 트럼프 당선인의 입장 번복에 기대를 거는 쪽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때부터 '완전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제조업의 미국 회귀’를 강조하는 정책 기조를 고려할 때 일본제철이 추가 투자를 제안해 설득에 나설 수 있다. 다만 이는 가능성이 낮고 기존에 발표한 27억 달러(약 3조9,3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 외에 추가로 재무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