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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 매각·본사 유동화 모두 무산
마곡 개발사업 시공사 지분 15% 보유
60억원 어음 미상환, 채권단과 협의 불발
시공능력평가 58위의 중견 기업 신동아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간다. 2019년 워크아웃(기업재무개선작업)을 졸업한 지 5년 만의 일이다. 과거 서울의 랜드마크였던 63빌딩의 영광을 그려낸 신동아건설이지만, 건설 경기의 침체와 이로 인한 미분양 앞에선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한 모습이다. 이번 워크아웃의 기폭제가 된 60억원 규모 미상환 어음 가운데 상당 부분은 마곡 개발사업에서 발생한 것으로 전해진다.
부채비율 428.75%, 신동아쇼핑센터 매각도 무산
8일 업계에 따르면 신동아건설은 최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법원은 향후 2주 안에 신동아건설이 제출한 보전처분 신청서와 포괄적 금지명령 신청서 등을 검토해 법정관리 여부를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이에 앞서 포괄적 금지명령으로 기업회생절차 개시 전까지 채권자들의 채무자(신동아건설) 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을 금지하도록 했다.
1977년 설립된 신동아건설은 1980년대 여의도 63빌딩을 건설하며 급부상했다. 이후 LG 광화문 빌딩 등 대규모 수주에 연이어 성공한 후에는 신동아그룹에서 독립해 나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함께 불어닥친 자금난에 2010년 워크아웃을 진행한 바 있지만, 2019년 이를 졸업한 후 경영 정상화에 힘을 쏟아 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이어진 부동산 침체로 다시 자금난이 불거졌다. 지난해 12월 만기가 도래한 60억원 규모의 어음을 막지 못해 기업회생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남아 있는 부채 또한 적지 않다. 금융감독원에 의하면 신동아건설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428.75%를 기록하며 업계가 평가하는 적정 수준(100~200%)을 한참 웃돌았다.
업계에서는 신동아건설의 위기가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개발사업 미수금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 주를 이룬다. 신동아건설은 마곡지구 특별계획구역 개발사업 시공사 중 하나로 참여해 왔다. 롯데건설, 대저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해당 사업에서 신동아건설은 1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신동아건설은 법인 매각, 본사 유동화 등 자금 조달 방안을 검토했으나 모두 불발된 것으로 전해진다. 신동아건설의 본사로 사용되고 있는 신동아쇼핑센터와 인근 지역이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에 포함된 만큼 빠른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채권단이 즉각적인 자금 회수를 고집하며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동아건설이 마곡 사업 미수금 문제로 본사 매각과 법정관리 두 가지 안을 모두 놓고 고심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매각 협상이 틀어지면서 법정관리로 노선을 정한 것 같다”고 전했다.
모호한 입지에 넘치는 물량, 높은 공실률은 예견된 수순
신동아건설의 위기를 불러온 마곡 개발사업은 서울 서부권역을 대표하는 초대형 복합단지의 탄생이라던 애초 포부와 다르게 높은 공실률로 시름하고 있다. ‘임대차 계약 0건’이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 든 복합시설 원그로브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연면적 46만3,098㎡에 달하는 초대형 오피스 원그로브는 지난해 7월까지 단 한 곳의 임차인도 구하지 못한 채 준공을 맞았다. 이후 11월 입주 시점까지 상가건물인 원그로브몰에 이마트트레이더스 입점을 확정하는 데 그쳤다. 국민연금공단을 비롯한 투자자들의 한숨이 깊어지는 지점이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 2021년 이지스자산운용이 조성한 부동산 펀드를 통해 마곡지구 업무·상업 복합시설의 준공 조건부 선매입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국민연금공단이 투자한 국내 부동산 국내 부동산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이후 원그로브의 시공사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며 계약 해지 가능성이 대두됐지만, 국민연금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원그로브 측이 적극적인 임대차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준공 후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태영건설 측에서도 워크아웃을 통한 사업 정상화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다만 부동산 업계의 시각은 달랐다. 마곡지구는 중심업무권역(CBD), 강남업무권역(GBD), 여의도업무권역(YBD)처럼 서울의 전통적인 업무권역을 벗어난 모호한 입지 탓에 흥행을 기대하긴 어렵단 평가다. 아울러 대형 오피스 건물이 속속 들어선 여의도와 가까워 많은 기업이 여의도로 방향을 틀 공산이 크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었다.
비관적 전망은 곧 현실이 됐다. 원그로브의 우량 임차인으로 거론되던 쿠팡의 입주가 불발된 것이다. 쿠팡은 송파구 신천동에 위치한 타워730과의 계약 종료를 앞두고 원그로브 측과 물밑 접촉했다. 하지만 계약 조건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며 결국 광진구 자양동 소재의 이스트폴타워로의 이전을 결정했다. 쿠팡의 이탈을 시작으로 다수의 IT 기업이 원그로브 앞에서 등을 돌렸다.
이에 부동산 업계는 물론 금융계도 원그로브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막대한 자금과 공공기관까지 연관된 만큼 해당 사업의 성패가 향후 부동산 개발 시장과 기관투자 흐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란 판단이다. 한 부동산 운용사 임원은 “국민연금의 투자가 손실로 이어질 경우, 공적 자금의 대체투자 운용 건에 대한 논란도 재점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짚으며 “준공 후 미분양을 ‘악성 미분양’이라고 표현하는데, 이 같은 악성 미분양 현상이 개발 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것이란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자금 조달 시급, 임차인 모시기에 총력
문제는 마곡 일대에 원그로브 외에도 대규모 손실을 목전에 둔 프로젝트가 여럿 존재한다는 점이다. 서울 최초로 생활형 숙박시설에서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에 성공했음에도 분양 참패를 피하지 못한 롯데캐슬르웨스트(이하 르웨스트)가 대표적이다. 2021년 8월 분양한 해당 단지는 입주 지정 기간인 지난해 11월 29일까지 입주를 확정한 수분양자가 10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총 876실에 달하는 규모를 고려하면 뼈아픈 성적이다.
일각에서는 르웨스트의 완공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롯데건설은 1조3,000억원 규모의 리파이낸싱에 성공하며 우려를 종식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건설이 르웨스트 사업장 완공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안정적인 자금 조달이 있었다”고 진단하며 “그룹이 유동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었지만, 금융권과 투자자들은 롯데건설을 믿어줬다”고 설명했다.
리파이낸싱을 비롯한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은 여타 사업장들은 임차인 모시기에 유일한 희망을 거는 실정이다. 케이스퀘어, KG스퀘어(옛 메이플레이스) 등 대규모 시설부터 파인스퀘어, 엠시그니처, 에스비타워, 리더스타워 등 중소 규모 빌딩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마곡역 인근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 중인 관계자는 “가뜩이나 인근 지식산업센터에 공실이 많은 상황에서 중소 오피스까지 쏟아지면서 공급량이 너무 많다는 우려가 나온다”면서 “물량이 소화될 때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