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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달러 위기에 국민연금 전략적 환 헤지 임박, 달러 공급 '소방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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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투자 4,828억 달러 중 10% 전략 헤지
10개월간 매일 2억 달러씩 풀려, 환율 하방압력 작용
전술적 물량 포함 시 달러 공급 더 확대될 전망

한국은행의 예고대로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 헤지(hedge·위험회피)’ 물량이 시중에 풀릴 예정인 가운데, 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최대 500억 달러(약 72조7,000억원)로 추정되는 환 헤지 물량이 풀리면 원·달러 환율이 40원가량 내려갈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한편, 국민연금의 공공성과 시장 영향력을 고려하더라도 손실 가능성이 큰 외환 정책에 국민 노후자금을 동원하는 게 맞느냐는 주장도 나온다.

한은 "환 헤지 곧 실시, 환율 안정에 기여할 것"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윤경수 한국은행 국제국장은 지난 2일 “국민연금 내부 결정에 따라 곧 국민연금에서 환 헤지 물량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 부분이 환율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발언 이후 시장에서는 해외자산의 최대 10%에 적용되는 ‘전략적 환 헤지’ 발동이 임박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은 자체적으로 정해 놓은 기준보다 환율 수준이 높을 경우, 보유한 해외 자산의 일부를 선물환을 통해 매도(미래 일정 시점에 사전에 정한 환율로 달러를 팔기로 계약하는 것)하는 방식으로 환 헤지에 나선다. 달러를 매도해 시장에 달러 공급을 늘리기 때문에 환율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국민연금은 해외 투자에 따른 외환 익스포저(위험 노출)는 헤지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보유 해외투자 자산의 5%(250억 달러, 약 36조원)는 재량에 따라 환 헤지를 할 수 있다. 여기에 추가로 조건이 충족되면 최대 10%까지 전략적 환 헤지가 가능하다. 두 가지를 동시에 실시하면 전체 해외자산의 총 15%까지 헤지가 가능한 셈이다.

전략적 환 헤지는 달러당 원화값이 1,450원 이하로 떨어지는 상황이 5거래일 이상 이어질 때 발동할 수 있는데, 지난달 3일 비상계엄 이후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이 조건은 충족된 상태다.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주간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으로 지난달 19일(1451.90원)부터 9거래일째 1,450원을 웃돌고 있다.

전략적 환 헤지, 최대 482억 달러 공급 효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10월 말 기준 국민연금이 보유한 해외투자자산은 4,828억 달러(약 710조9,400억원)다. 전략적 환 헤지가 작동되면 10%인 482억 달러(약 71조원)까지 시장에 공급되는 효과가 있다. 이는 한국은행이 보유한 외환보유고 4,156억 달러(작년 12월 기준)의 11.6%에 달하는 금액이자, 한국 거주자들이 보유한 외화예금(작년 11월 말 기준) 984억3,000만 달러(약 143조원)의 절반에 달하는 규모다.

전문가들도 국민연금의 환 헤지가 수급 부담을 완화해 환율 안정에 일부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지난해에도 국민연금이 진행한 전술적 환 헤지(±5% 이내)에 따라 환율 상승 폭이 제한적으로 움직인 바 있다. 작년 7월 말 기준 전술적 환 헤지 포지션은 141억3,200만 달러로 집계됐는데, 이는 같은 해 4월 말보다 7억2,700만 달러 증가한 수준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5월부터 7월 사이에 이 정도의 달러를 매도하는 포지션으로 환 헤지에 나섰다. 그 결과 원·달러 환율은 작년 4월에 1,400원을 찍은 후 5월부터 7월 사이 1,340~1,390원 정도에 머무르며 제한된 상승폭을 나타냈다.

손실 가능성 큰 외환정책에 국민 노후자금 동원

문제는 국민연금의 환 헤지가 정말로 자체 판단에 따른 게 맞느냐는 점이다. 올해도 고환율 흐름이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의 2025년 1분기 말 원·달러 환율 전망치(2024년 12월 24일 기준) 중간값은 1,435원에 달한다. IB들은 심지어 원·달러 환율이 올해 2분기 말 1,440원, 3분기 말 1445원 등으로 점점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환율이 2분기 중 1,500원까지 치솟고, 3분기 말까지 그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만약 IB들의 전망이 맞을 경우 현시점에서의 환 헤지는 환차익 기회를 스스로 날려버리는 의사결정이 된다.

이렇다 보니 시장에선 정부가 손실 우려가 있는 외환 정책에 국민 노후자금을 투입하는 게 정당하냐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가 환율 방어에 국민연금을 동원하는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섰던 2022년 11월에도 정부는 국민연금에 환 헤지 비율 확대를 요청했다. 당시 국민연금은 전술적 환 헤지 규모를 73억 달러 이상 늘린 데 이어 전략적 환 헤지 비율도 0%에서 10%로 상향 조정했다.

일각에서는 고환율 장기화가 해외 투자 비중을 지속해서 늘려가는 국민연금에 부담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확대가 원화 가치의 추가 하락을 부추겨 환율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지난해 8월 발표한 ‘우리나라의 해외증권 투자 현황과 외환시장에 대한 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원·달러 환율은 해외주식 투자는 물론 해외채권 투자에 대해서도 통계적으로 유의한 양(+)의 영향을 받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해외증권 투자 확대에 따른 외환 수요 증가가 환율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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