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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비 밀레이” 일론 머스크의 예산 삭감, 지지·견제 속 흥망 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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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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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 정부 예산 2조 달러 삭감 선언
민주당과 정부 효율 극대화 공감대 형성
“책임·견제·균형 시스템 위협” 비판도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사진=게티이미지뱅크

출범을 목전에 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정부에서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적극적 행보에 속도를 높이는 모습이다. 이번에는 정부 예산 삭감의 대명사로 떠오른 ‘아르헨티나의 트럼프’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을 롤모델로 제시했다. 한편 의회에서는 민주당 일부 의원이 돌연 머스크의 강경책에 지지를 표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아르헨 ‘트럼프 스타일’ 포퓰리즘에 환호

6일(이하 현지 시각)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머스크가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미 연방 정부 지출을 대폭 줄이려 한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머스크도 소셜미디어 엑스(X, 옛 트위터)를 통해 “당신(밀레이 대통령)이 아르헨티나에서 보여준 사례는 세계의 다른 모든 나라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머스크와 함께 DOGE 공동 수장에 임명된 비벡 라마스와미 역시 지난해 일찌감치 “미국 정부를 개혁하는 합리적인 형태는 밀레이 스타일의 예산 삭감”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지난달 10일 취임 1주년을 맞은 밀레이 대통령의 정책 노선은 후보 시절부터 한결같았다. 그는 자국의 만성적 재정적자와 이를 메꾸기 위해 공급된 유동성이 물가를 폭등시키는 악순환을 지적하며 대대적인 정부 지출 삭감을 예고했다. 중앙은행 철폐, 달러화 법정통화 채택 등 극단적 공약에도 불구하고 55%가 넘는 유권자가 밀레이 대통령에게 표를 던졌다.

전임 정권이 나라에 빚더미를 안겼다는 발언과 함께 국정 운영에 나선 밀레이 대통령은 취임 첫날부터 기존 18개였던 정부 부처를 절반으로 줄이는 법안에 서명하며 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과거 진보 정권에서 권한이 비대해진 환경부, 여성인권부, 사회개발부, 공공사업부 등이 통폐합 대상이 됐으며, 감원 명단에 오른 공무원은 7만 명에 달했다.

밀레이 대통령의 과감한 행보를 두고 머스크는 “인상적인 진일보”라며 감탄했다. 미국과 아르헨티나의 정치와 경제 시스템은 다르지만, 밀레이 대통령이 보여준 ‘트럼프 스타일’ 포퓰리즘 정책 추진이 좋은 본보기가 된다는 평가다. 라마스와미도 “우리(미국)도 밀레이 스타일의 지출 삭감이 필요하다”면서 “단, 더 강력하게(on steroids)”라고 거들었다.

미국 내에서는 머스크가 국방 예산을 중심으로 연방 정부 예산을 수조 달러 삭감할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룬다. 미국의 2024 회계연도 국방 예산은 8,410억 달러(약 1,174조 원)로 전체 연방 정부 예산의 12.5%를 차지한다. 머스크는 대선 직전인 지난해 10월 미국 뉴욕 메디슨스퀘어가든에서 열린 트럼프 당선인 지지 연설에서 연방 정부 예산을 최소 2조 달러(약 2,800조 원)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연방 정부 전체 예산의 3분의 1 수준에 달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를 축하하며 올린 사진/사진=일론 머스크 X

필요한 사안에선 협력하겠다는 민주당

국방비 삭감을 주요 목표로 제시한 머스크의 연방 정부 비용 절감안은 초기 공감대를 형성하며 오랜 시간 반대파로 분류돼 온 민주당에서도 지지를 얻고 있다. 로 카나 하원 의원은 지난달 30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방위산업 계약업체들은 너무 오랫동안 국민을 착취해 왔다”며 “펜타곤(미 국방부)의 낭비적 지출을 억제하기 위해서라도 머스크와 협력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지닌 버니 샌더스 상원 의원 또한 “국방비 지출을 표적으로 삼은 것은 옳은 일”이라고 지지를 표명하고 나섰다. 샌더스 의원은 “지난해에만 모두 7차례의 국방부 감사가 이뤄졌지만, 수십억 달러가 어디에 쓰였는지 추적하는 데 내리 실패했다”고 짚으며 “낭비와 사기가 가득한 국방부 예산안이 통과돼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 정계에서 샌더스 의원은 진보 운동의 상징적 인물로 통한다.

국방부 이외 다른 부처에 문제의식을 느낀 의원들도 머스크와 협력하고 싶다는 의견을 속속 내놨다. 자레드 모스코위츠 하원 의원은 “국토안보부가 너무 비대해졌다”고 지적했으며, 발 호일 하원 의원은 “정부를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만들 기회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현실 세계에 살고 있지 않다”며 “정부 효율화는 당파적인 문제가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아울러 존 페터먼 상원의원은 “테슬라의 보스(머스크)가 우리 경제와 국가를 더 나아지게 만들었다”며 “그를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존경을 표하기도 했다.

공화당 일부 견제 노선

반대로 공화당 내부에서는 머스크를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고개를 들고 있다. 머스크의 거침없는 언행에 제동을 걸고 나선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대표적 예다. 지난달 18일 머스크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임시 예산안에 반대한다는 취지의 글을 150개가량 쏟아내자, 존슨 의장은 “해당 법안에 대한 게시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겨우 민주당과 협상을 거쳐 합의안을 도출해 셧다운을 막으려 했던 그로서는 머스크의 ‘딴지’가 야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새 상원 원내대표로 선출된 존 슌 의원 또한 머스크와 대척점에 있는 인물로 꼽힌다. 트럼프 당선인의 오랜 앙숙인 미치 매코널 전 상원 원내대표에 이은 2인자로 6년간 공화당 지도부를 함께 이끈 슌 의원은 트럼프 당선인의 보편관세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등 ‘트럼프주의’와 거리를 두던 인물이다. 차기 대통령과의 친분을 바탕으로 영향력을 과시 중인 머스크로서는 껄끄러운 상대임이 분명하다는 평가다.

DOGE 수장으로서 머스크의 자질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줄을 잇고 있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 의원은 트럼프 인수위원회에 “머스크가 맡은 ‘비공식 공동 대통령’의 역할과 그의 사적 이익이 큰 이해 충돌을 일으킨다”며 “국민들은 그가 비밀리에 하는 조언이 나라를 위한 것인지 알 방법이 없다”고 비판했다. 기업인이자 정치인인 머스크가 언제든 책임과 견제, 균형으로 이뤄진 미국식 민주주의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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