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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검찰 이첩
금감원 “중대한 사항 누락” 지적
최윤범 회장은 법률상 배임으로 피소
금융감독원이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진행된 대규모 유상증자가 부정거래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해당 사건을 검찰에 이첩했다. 해당 유상증자를 주관했던 미래에셋증권 또한 각종 책임을 피하지 못할 전망인 가운데, 시장은 이번 사안이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에 어떤 여파로 이어질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공개매수 기간 중 유상증자 위한 실사 진행
8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고려아연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관련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들어 고려아연 경영진 등을 검찰에 신속 수사전환(패스트트랙) 방식으로 넘겼다.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가 종료되기 전부터 유상증자를 계획했음에도 이를 명확히 공시하지 않았다는 게 금감원의 지적이다. 나아가 ‘공개매수신고서의 허위 기재 및 부정거래’에 해당한다는 판단이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10월 4일부터 23일까지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하며 “공개매수 이후 재무구조 등에 변화를 불러오는 계획은 수립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같은 달 31일 돌연 대규모 유상 증자를 선언하며 시장에 혼란을 가져왔다. 이에 금감원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주관사이자 유상증자 모집 주선인인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을 대상으로 공개매수와 유상증자 과정에서 적절한 검토가 진행됐는지, 불공정거래 행위가 있었는지 집중 조사에 돌입했다.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은 “고려아연 이사회가 자사주 취득 후 소각, 그리고 유상증자를 통한 상환 계획을 알고 해당 절차를 순차적으로 진행했다면 기존 공개매수 신고서에 중대한 사항을 누락한 것이고, 이는 부정거래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이후 조사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이 고려아연의 자자주 공개매구 기간인 지난해 10월 14일부터 유상증자를 위한 실사를 진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고려아연은 금감원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를 받은 뒤 지난해 11월 13일 유상증자 결정을 철회한 바 있다.
고의 또는 과실, 증권사도 제재 대상
금융당국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당사자들을 향해 칼을 빼든 가운데 대규모 유상증자를 주관했던 미래에셋증권도 법적·도의적 책임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 앞서 함 부원장은 “미래에셋증권이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계획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짚으며 “고려아연의 부정거래가 확인될 경우 증권사의 방조 여부도 조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래에셋증권이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주관과 유상증자 모집주선 모두 담당한 만큼 두 가지를 독립적 사안으로 볼 수 없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법조계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의 고의성 유무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계획을 미리 알고 있으면서도 자사주 공개매수 신고서상에 기재하지 않았다면, 방조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형법 제32조는 “타인의 범죄를 방조한 자는 종범으로 처벌하고 종범의 형은 정범(범죄의 실행행위를 하는 것)의 형보다 감경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만약 고의적 누락이 아닌 과실로 드러날 경우에도 행위 위반에 대한 금융당국의 금전적인 제재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한 자본시장 전문 변호사는 “금감원 조사가 끝나면 고의냐, 중과실이냐, 경과실이냐를 따져서 제재 수위를 정한다”며 “과실 정도에 따라 수사기관 통보, 임원 문책 요청, 과징금 부과 및 액수 등이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계속된 논란에 ‘경영권 방어’ 명분 희미해져
시장에서는 이번 사안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가져올 여파를 주목하는 모양새다. 이날 고려아연 소액주주들은 회사의 일반공모 유상증자 발표로 주가가 폭락해 피해를 봤다며 최윤범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을 고소했다. 법무법인 강한은 이날 최 회장 등을 자본시장법 위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 등 혐의로 처벌해달라는 고소장을 서울남부지검에 제출했다. 회사 경영권을 놓고 MBK파트너스 등과 치열한 공방전 중인 최 회장으로선 회복 불가의 악재를 떠안은 셈이다.
해를 넘긴 다툼에서 최 회장 측이 명분으로 밀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유도 여기에 있다. 고려아연은 유상증자 계획 철회 직후 열린 컨퍼런스 콜에서 “투자자를 포함한 이해관계자에게 사과드리고 있다”고 밝혔지만, 사태를 진정시키기엔 역부족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MBK 측에서 하나씩 실탄을 꺼내 놓고 있는데, 투자 실패 같은 건은 지금까지 크게 조명되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번 유상증자 부정거래와 관련해서 이전 사안들까지 재조명되고 있는 만큼 최 회장 측이 그 여파를 피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