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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회장 3남 김동선 부사장 광폭 행보 아워홈 지분 40.27% 인수에는 빨간불 계열사 동원·기업가치 고평가 논란 지속
한화그룹이 국내 2위 단체급식 업체인 아워홈 경영권 인수를 추진 중인 가운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미래비전총괄 부사장이 그 선봉에 섰다. 그간 외식산업에 치중했던 신사업 포트폴리오를 푸드테크로 확대하고, 그룹 전반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아워홈의 경영권 다툼과 한화그룹의 재정적 부담은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아워홈 유통망 통해 외식사업 비용 절감 기대
21일 투자은행(IB) 및 유통업계에 따르면 김 부사장은 최근 한화호텔앤드리조트를 앞세워 아워홈 인수합병에 고삐를 당기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에는 전국에 있는 아워홈 사업장 23개를 직접 방문하는 등 현장 실사를 진행했다. 현재 아워홈은 경기 안산과 용인, 경북 구미 등에 총 9개 공장을 두고 있으며, 경기 광주, 경남 양산 등에 14개 물류센터를 운영 중이다.
한화 측은 아워홈 인수합병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김 부사장이 이끄는 외식사업의 비약적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워홈의 탄탄한 유통망을 이용해 식자재를 공급받으면, 비용 측면에서 상당한 이점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화갤러리아는 2018년부터 아이스크림 담당 자회사 EBA아이스크림을 운영하고 있으며, 2023년에는 미국 유명 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Five Guys)를 국내에 들여오는 등 적극적으로 식음료 사업을 전개 중이다.
한화로보틱스와의 협업으로 아워홈의 푸드테크 기술 또한 고도화할 전망이다. 현재 삼성웰스토리, CJ프레시웨이를 필두로 한 단체급식업계는 조리 과정에 로봇을 투입하는 등 첨단기술을 이용해 효율성과 수익성을 강화하는 추세다. 이를 위해 삼성웰스토리는 로봇 설계 및 제조 기업 로보테크와 손을 잡았으며, CJ프레시웨이는 마켓보로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업계는 아워홈의 식품 공장과 물류센터 자동화에 한화로보틱스의 기술력을 반영하면, 단숨에 업계를 선도하는 위치에 설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아워홈 인수가 마무리되면 한화는 5년 만에 다시 급식 사업에 발을 들이게 된다. 앞서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2019년 위탁 급식 및 식자재유통 사업을 맡은 FC 부문을 물적분할해 푸디스트(Foodist)를 설립, 해당 사업체를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VIG파트너스에 매각했다. 당시 약 1,000억원에 푸디스트를 인수한 VIG파트너스는 지난해 6월 사조에 약 2,500억원을 받고 푸디스트 경영권을 넘겼다. 일찌감치 한화의 손을 떠난 푸디스트지만, 급식 사업의 성장 잠재력을 확인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지분 100% 확보 계획에 제동
문제는 재계 안팎에서 한화의 급식 사업 인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구지은 전 아워홈 부회장을 비롯한 일부 주주가 매각 반대 의사를 밝힌 만큼 지분 100% 인수를 목표로 한 한화 측에서는 투입 금액 확대가 불가피한 탓이다. 현재 한화 측은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 구미현 회장과 주당 6만5,000원 아워홈 주식 전량을 매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상태다. 계약이 이행되면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아워홈 지분 약 58%를 확보하게 된다.
변수는 20.67%의 지분을 보유 중인 구지은 전 부회장의 우선매수권 행사다. 아워홈 정관에 의하면 기존 주주가 주식을 양도할 때 주주 명부상 여타 주주에게 우선적으로 주식을 양도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구지은 전 부회장 역시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아워홈 매각을 막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현재 구 전 부회장 측은 어펄마캐피탈을 비롯한 여러 재무적투자자(FI)와 자금 조달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지난 9일 구지은 전 부회장 측에 아워홈 지분 40.27%에 대한 매각 의사를 묻는 내용증명을 전달했다. 여기에는 구 전 부회장과 뜻을 함께하는 구명진 전 이사의 지분 19.6%가 포함됐다. 한화 측은 내용증명을 통해 ‘마지막 매각 기회’라는 강수를 둔 것으로 알려졌으며, 구지은 전 부회장 측은 오는 23일까지 매각에 대한 입장을 통보해야 한다.
인수 자금 마련에 사업 연관성이 크지 않은 계열사가 동원된다는 점도 논란의 대상이다. 한화그룹은 아워홈 지분 전량 매입에 1조5,000억원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했는데,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현금성 자산은 1,294억원에 불과하다. 이에 한화그룹은 계열사 중 한화비전의 자금을 동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업계는 즉각 의문을 표했다. 한화비전의 주력 사업인 영상보안 솔루션과 인수 대상인 아워홈의 급식 사업 간 연관성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한화그룹은 “한화비전 내 솔루션 사업부를 통해 노동 생산성 증대 및 재고·물류의 효율성 제고를 실현하고, 종국에는 마진율을 최대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한화비전 주주들도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주력 사업과 전혀 다른 분야에 진출하면 투자자가 해당 회사의 주식을 보유하는 의미가 퇴색된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총수 일가의 일방적 의사결정으로, 한화비전 일반 주주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어 보인다”고 꼬집으며 “최적의 자본 배치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일갈했다.
시험대 오른 김동선 부사장 경영 능력
아워홈 인수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 또한 거세다. 1조5,000억원을 기준으로 아워홈의 EV/EBITDA를 계산하면 약 11배 값이 나온다. 동종 업계 내 현대그린푸드가 4.4배, CJ프레시웨이가 3.9배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훨씬 높은 수준이다. EV/EBITDA는 기업의 시장가치(EV)를 상각전영업이익(EBITDA)으로 나눈 값으로, 이 비율이 높을수록 실제 기업가치보다 고평가됐다고 볼 수 있다.
급식 사업의 경쟁력에 대한 의문점도 뒤따른다. 급식 사업은 안정적인 매출을 내긴 하지만, 매출액에 비해 영업이익이 적은 사업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특히 아워홈은 범LG가로서 혈연관계에 따른 계열사 급식사업장을 여럿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LG 계열사 5곳에 대한 아워홈 계약 물량은 전체 계약의 약 40%를 차지한다. 그런데 경영권이 한화로 넘어간 이후에도 이들 위탁급식 물량이 유지될지는 확신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한 IB업계 관계자는 “당장 LG그룹 계열사들과 맺은 계약이 해지될 경우 아워홈의 기업가치는 5,000억~6,000억원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면서 “경영권 프리미엄이라고 하더라도 과도한 수준의 비용을 치르는 셈이라 김동선 부사장 책임론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아워홈의 경영권 다툼에 한화 그룹의 재정적 부담까지 극복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인수 후에도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