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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생산기지 다변화 위해 인도 진출 현재 자동차 허브 타밀나두주 유력 검토 인도 JSW에너지와 합작 공장 등도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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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이 새로운 배터리 공장 설립을 위한 부지 선정에 착수했다. 미국 등 주요국 전기차 시장이 부진한 가운데 인도 등 새로운 생산 거점으로 삼아 글로벌 생산망을 다변화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현재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가 밀집한 인도 남부의 자동차 클러스터가 유력 후보지로 검토되고 있으며, 튀르키예에서도 현지 배터리 연구소와의 협력을 모색하는 생산시설 확대 움직임을 재개했다.
LG엔솔, 인도 공장 설립 위한 부지 선정 착수
20일(현지 시각) 인도 최대 경제매체 이코노믹타임스는 LG엔솔이 인도 내 배터리 생산기지 설립을 위한 부지 선정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이코노믹타임스에 따르면 LG엔솔은 타밀나두, 텔랑가나, 안드라프라데시 등 3개 주를 후보지로 압축하고 이 중 타밀나두주 첸나이 인근 마날루르의 40만4,686㎡ 부지를 유력 후보지로 고려하고 있다. LG엔솔은 조만간 현장 실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코노믹타임스가 인용한 소식통은 "LG엔솔이 초기 단계에는 소규모로 시작해 점진적으로 생산능력과 설비를 확장할 계획"이라며 "현재 검토 중인 타밀나두주는 탄탄한 자동차 산업 생태계가 강점인 지역"이라고 전했다. 타밀나두주는 인도 자동차 수출의 48%를 차지하는 인도 최대의 자동차 수출 지역으로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BMW, ISUZU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진출해 최대 자동차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다.
美 등 주요 전기차 시장 부진에 인도 진출 모색
LG엔솔의 인도 생산기지 설립은 미국을 비롯한 주요 전기차 시장의 부진 속에서 글로벌 생산망을 다변화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LG엔솔은 지난해 12월부터 인도 JSW에너지와 함께 시간당 10GW(기가와트) 용량의 배터리 공장과 재생에너지 저장시설 설립을 논의 중이다. JSW에너지는 인도의 주요 전력회사 중 하나로 총 6,677MW의 발전 용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화력(3,158MW), 수력(1,391MW), 풍력(1,461MW), 태양광(667MW) 등 다양한 에너지원을 통해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초기 계약에는 LG엔솔이 전기차 배터리 생산을 위한 기술과 장비를 제공하고 JSW에너지는 자금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함께 양사가 합작한 인도 공장에서 생산하는 에너지 중 JSW에너지가 용량 70%를 에너지 저장과 전기차에 사용하고, LG엔솔은 나머지 30%를 이용하는 방안도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인도 전기차 시장이 초기 단계인 만큼 시장 진출에 따른 위험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LG엔솔과 전기차 시장 확장에 적극적인 JSW에너지의 상황이 맞물리며 협약이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이번 합의는 구속력이 없으며, 향후 몇 개월간 추가 회의를 통해 이번 협상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양사는 2026년 말 이전에 공장이 가동되기를 원하고 있어 늦어도 올해 1분기 안에는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통신은 "LG엔솔은 인도에서 파트너를 탐색 중이고, JSW에너지는 버스와 트럭에 이어 승용차에도 자체 전기차 브랜드 출시를 추진하고 있어 이번 협력을 통해 상호 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LG엔솔 측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으나 다양한 잠재적 사업 옵션을 모색하며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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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에 이어 튀르키예 등 유럽 시장 공략 재개
최근에는 유럽에서도 생산시설 확장 움직임을 재개했다. 지난해 10월 LG엔솔은 튀르키예 배터리 제조사 비리킴 필레리(Birikim Pilleri)의 연구소를 방문했다. 2005년 설립된 비리킴 필레리는 이스탄불에 본사를 둔 배터리팩 설계·생산 업체로 일본 파나소닉과 유아사, 독일 바르타, 프랑스 샤프트, 미국 듀라셀 등 글로벌 배터리 회사와 거래하고 있다. 당시 회동은 튀르키예의 배터리 기술력과 협력 가능성을 탐색하기 위한 검토하기 위한 자리로 LG엔솔은 연구소 내부를 돌며 배터리팩과 배터리관리시스템 기술 개발 현황을 살핀 것으로 전해졌다.
LG엔솔이 유럽 현지에 첫발을 내디딘 건 2016년으로,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유럽 최대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착공하면서다. 이 공장은 지난 2018년 가동을 시작해 2023년 기준 전기차 약 120만 대에 탑재할 수 있는 연간 86GWh(기가와트시)의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이후 LG엔솔은 유럽 내 생산능력을 115GWh로 늘린다는 목표로 튀르키예에 신규 공장 설립을 추진했다. 2023년 3월에는 튀르키예 대기업 코치, 미국 포드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튀르키예 앙카라 인근 바슈켄트 지역에 약 25GWh 규모로 배터리 합작공장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후 유럽연합(EU)의 규제 강화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등의 여파로 본계약을 맺기도 전에 합의를 철회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번 튀르키예 방문을 두고 주요 배터리 시장인 유럽 공략을 위해 사업 기회를 모색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배터리 합작 공장은 취소됐지만 현지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유럽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7월 유럽 전기차 판매량은 172만1,000대로 유럽 시장에서 점유율 20.2%를 기록했다. 이는 중국(61.5%)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