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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상호주 의결권 제한' 변수에 MBK 역사적인 대패, 법적 절차로 반전 노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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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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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 호주 자회사 통해 영풍 지분 10% 매입
'상호주 의결권 제한'에 파행 가능성 대두
MBK "고려아연의 탈법적 순환출자, 위법 소지"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를 하루 앞두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영풍 의결권 무력화'를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고려아연의 해외 손자회사가 최씨 일가 및 영풍정밀이 가지고 있던 영풍 지분을 사들이면서 상법상 '상호주 의결권 제한 제도'가 적용될 여지를 만들어낸 것이다. 다만 이번 임시주총이 고려아연 측에 유리하게 일단락된다 하더라도 영풍 지분 인수와 관련된 법적 요건에 대한 해석에 논란에 여지가 있는 만큼, 향후 소송전으로 번지는 등 경영권 분쟁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고려아연 임시 주총 5시간 늦게 시작

23일 고려아연은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임시 주총을 열고 이사 수(19명) 상한 설정, 신규 이사 선임, 집중투표제 도입 등 안건에 대한 심의·표결을 진행했다. 그러나 양측이 주주명부 확인을 두고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면서 오후 2시께가 돼서야 개회했다가, 다시 주주명부가 중간에 변경된다는 지적에 따라 한 차례 휴장 후 3시께에 다시 개회됐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많은 위임장이 중복 위임장"이라며 "주주들에게 일일이 연락드려 확인하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통상적인 주총과 달리 경영권 분쟁 주총은 심사를 위해 입장에만 2~3시간 걸리기도 하지만, 이번 주총은 특히 더 개회가 지연됐다는 것이 금융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임시주총장은 고려아연과 MBK파트너스·영풍 연합 측 관계자들로 붐볐다. 이날 고려아연 노동조합원들이 '소수주주 무시하는 MBK·영풍 규탄', '투기자본 MBK'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등장해 전운까지 감돌았다. 이어 이번 임시주총에서 기타비상무이사 후보로 이름을 올린 김광일 MBK 부회장과 강성두 영풍 사장은 주총 개회 예정 시간인 오전 9시 전에 참석한 반면, 최 회장은 이날 임시주총 현장에 나타나지 않아 정관상 대표이사인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특히 지난 밤 늦게 최 회장 일가가 손자회사를 통해 영풍 주식을 인수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MBK·영풍 측에서는 시간 지연을 통한 주총 일정 연기를 염두에 두고 ‘의장 교체’ 카드도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MBK 김 부회장은 임시주총 시작 전 기자들과 만나 의장의 편파 진행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내비친 바 있다. 또한 오후 3시 들어 주총이 시작되자 영풍 측 대리인은 주총 시작 2시간 전에 기습 발표된 해외 손자회사의 지분 인수 부분에 대해 사실 관계 확인이 필요하다는 요청과 함께 주총 연기를 제안하기도 했다. 이후 연기 표결에 들어갔으나 박 의장은 영풍에 의결권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고, 결국 주총 연기 안건은 표결 중 취소됐다.

영풍 의결권 28.98% 유효성 놓고 대립 전망

당초 이번 임시주총에서는 집중투표제 도입, 이사 수 상한 설정, 이사 선임 등의 대한 표결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이사 선임 안건은 MBK·영풍이 추천한 이사 후보 14명이 모두 이사회에 진입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그러나 유효 의결권 문제를 놓고 MBK·영풍 측의 강한 문제제기가 예상돼 정상적으로 주총이 흘러갈지는 미지수다. 집중투표제 방식으로 이사를 선임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으로 이번 임시주총에서는 일반투표로 이사 선임 절차를 진행하지만, 최 회장이 막판 승부수를 띄우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은 상태기 때문이다.

전날 최 회장은 자신이 지배하는 영풍정밀 및 친인척이 보유한 영풍 지분을 해외 계열사에 매각해 영풍의 고려아연 의결권(28.98%, 고려아연 자사주 제외)을 무력화시키는 카드를 꺼냈다. 고려아연 측은 상법 제369조 3항을 근거로 고려아연의 호주 자회사(지분관계상 손자회사지만 상법 제342조의2 규정으로 자회사 분류)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이 영풍 지분 10.33%를 취득했고, 이로 인해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은 '상호주'에 해당해 의결권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SMC가 영풍 지분 10% 이상을 확보하면서 '고려아연(100%)→선메탈홀딩스(100%)→ SMC(10.33%)→ 영풍(25.42%)→ 고려아연'의 순환출자 고리가 생겨난 만큼 고려아연에 대한 영풍의 의결권도 효력을 잃는다는 설명이다. 이 주장대로라면 MBK·영풍의 고려아연 경영권 장악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현 지분율 구도라면 MBK·영풍의 표 대결 승리 가능성이 높지만, 영풍의 의결권이 묶여버리면 MBK·영풍의 실질적 지분율은 15.55%로 급감해 사실상 주총 주도권이 최 회장에게 넘어가기 때문이다.

이에 MBK는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SMC가 영풍 주식을 취득한 것은 탈법적 순환출자라고 지적했다. MBK는 “SMC의 영풍 주식 취득으로 인해 영풍 그룹 내 신규 순환출자가 형성되는 등 공정거래법을 잠탈하는 탈법적 행위가 이뤄졌다”고 비판하며 "외국환거래법 위반, 업무상 배임 등 각종 위법 행위 소지도 있는 주식 취득"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고려아연 측에서는 SMC가 유한책임회사(Pty Ltd.)며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국내회사로 인정되고 상호주 제한 해당된다는 답변을 받았다는 거짓 해명을 하고 있다”며 “SMC는 주식회사가 아니므로 상법 적용 대상 즉, 상호주 제한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SMC는 외국 기업이고 유한회사임이 명확해 상호주 의결권 제한은 적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영풍도 최 회장 측의 영풍 지분 매각이 불법적이고, 시장 교란 행위라는 점을 강조하며 향후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아울러 최 회장 일가가 SMC의 영풍 주식 매입 직전에 SMC 이사진에서 사임해 이사 충실 의무를 회피하려 했다는 사실도 향후 법적 논란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영풍 지분의 의결권 제한 여부가 또 하나의 갈등 씨앗으로 확전하는 형세다.

상호주 의결권 제한, 'JB금융-얼라인' 경영권 분쟁서도 화두로

이번 고려아연 사태에서의 상호주 의결권 제한과 유사한 실례로 JB금융지주와 2대 주주인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 자산운용의 경영권 분쟁을 들 수 있다. 앞서 JB금융은 지난 2023년 핀다와 전략적 제휴과정에서 상호 지분을 취득하기로 하고 투자 금액의 일부를 100% 자회사인 JB인베스트먼트가 운용하는 신기술사업투자조합(신기사조합)을 통해 투자했다. 당시 자회사인 전북은행도 유상증자에 참여해 핀다 지분 10%(297억원 규모)를 취득했다. 핀다는 2023년 말 기준 JB금융 지분 0.75%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를 두고 얼라인은 상법상 상호주 규제를 회피하며 상호주를 형성했다고 주장했다.

얼라인은 신기사조합이 가진 핀다 지분 5%도 JB금융의 자회사가 소유한 만큼 의결권 제한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신기사조합이 보유한 핀다 지분 5%는 JB금융의 완전자회사인 전북은행과 JB인베스트먼트가 투자조합의 조합원으로서 이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얼라인 측은 “JB금융과 전북은행, JB인베스트먼트가 각각 핀다의 지분 5%씩 총 15%를 가지고 있는 것에 해당하기에, 핀다가 가지고 있는 JB금융 주식은 의결권이 인정될 수 없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JB금융은 전북은행이 핀다의 지분 10% 중 5%만 직접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 5%의 경우 출자자인 전북은행과 위탁운영사인 JB인베스트먼트가 결성한 신기사조합을 통해 보유하고 있어 핀다가 보유한 JB금융 주식은 상호주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상법상 조합은 자회사에 해당하지 않아, 보유한 핀다 주식이 10분의 1을 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얼라인은 JB금융과 핀다를 상대로 상호주 의결권 행사 금지를 구하는 가처분을 제기했고, 법원이 얼라인의 손을 들어주면서 분쟁이 일단락됐다. 당시 법원은 신기사조합을 통한 투자는 전북은행과 JB인베스트먼트가 핀다에 대한 주식을 '합유의 형태'로 소유한 것으로 보고, 모회사 JB금융과 완전자회사가 핀다의 발행주식 총수의 10분의 1을 넘는 주식을 가진 경우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런 만큼 채무자 핀다가 가지고 있는 JB금융의 주식은 '의결권이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해외계열회사의 순환출자는 공정거래법의 규제 대상 아니다?

이런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해외계열회사의 순환출자가 공정거래법의 규제 대상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법적 분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2017년 서울고등법원은 롯데그룹의 일본 계열사를 놓고 공정거래법이 적용되는 계열회사인지 여부(2016누70279 경고처분 취소청구의 소)에 대한 롯데그룹 측의 주장을 기각했다. 롯데그룹은 직전 2015년까지 일본 계열사들이 보유한 국내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주식 세부 사항을 밝히지 않고 '기타'로 분류했다. 공정거래법상 계열사의 지분을 모두 공개해야 하지만, 해외계열사들은 공정거래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당시 롯데그룹은 계열회사의 범위에 해외법인까지 포함시키면 대규모기업집단 규제의 대상 및 범위를 해외법인까지 확장해 역외 적용하는 부당한 결론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구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20조의 '계열회사'의 범위에 해외계열회사를 제외하는 것으로 제한해 해석하는 것은 부당하므로 위 '계열회사'에는 해외 주주사가 포함된다고 판시했다. 롯데그룹의 일본 계열사들의 상세 지분 보유 내역을 '기타'로 묶은 것은 허위신고라는 것이다.

같은 논리는 지난 2004년 스위스계 기업의 해외 행위가 국내 공정거래법의 대상인지 여부에 대한 판결에서도 등장한 바 있다. 당시 서울고법 특별6부(재판장 이동흡 부장판사)는 스위스계 비타민 제조회사인 에프 호프만 라 로슈㈜가 “외국기업이 해외에서 한 행위에 대해 국내의 공정거래법을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등무효확인 소송(2003누9000)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공정거래법은 적용사업자를 내국사업자로 한정하고 있지 않고, 대상시장도 국내로 한정하지 않고 있다"며 "다국적 기업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점을 감안할 때 외국기업이 해외에서 한 부당공동행위가 한국시장에 악영향을 줬다면 영향을 미친 한도 내에서 공정거래법에 의한 규제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당시 에프 호프만 라 로슈사는 비타민 판매량 및 가격 담합을 이유로 미국, EU, 캐나다 등지에서 이미 벌금을 부과받았고, 같은 논리에 따라 국내 비타민제 가격 급등의 책임이 있다는 것이 당시 재판부 판결의 요지다.

법조계에서 해외 손자회사는 공정거래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최 회장 측 주장이 법적으로 논란이 될 여지가 크다고 지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해외 기업의 활동이 국내 기업의 계열사인 경우 △국내 기업 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경우 각각에 대해 이미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이라는 판례가 있는 만큼, 이번 고려아연 사례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MBK·영풍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SMC의 영풍 지분 10.33% 인수는 무효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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