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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집권으로 미일 양자 간 대화 축소 예상 관세와 주일 미군 분담금 증액 요구, 일본에 부담 중국 견제 수단으로서의 전략적 가치는 인정
[동아시아포럼] 섹션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가운데 미국과 일본의 경제 및 안보 관계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조 바이든(Joe Biden) 대통령 집권 기간 구축된 강력한 경제 안보 협력은 제도적 협력보다 개별 사안에 대한 협상을 선호하는 트럼프의 성향으로 변화가 불가피하다. 물론 미일 동맹은 깨지지 않고 지속되겠지만 트럼프의 무역 정책과 주일 미군에 대한 분담금 증액 요구는 양국 관계를 시험대에 오르게 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화보다 협상 우선시
바이든 대통령 집권기에 미국과 일본은 폭넓은 양자 간 대화와 다자간 협력을 통해 경제 안보 협력을 강화해 왔다. 그러나 제도적 합의보다 직접 협상을 선호하는 트럼프의 성향은 많은 것을 바꿀 것이다. 물론 양자 간 대화를 모두 없애지는 않겠지만 다양한 파트너십 관계를 정리할 것이고 협력 양상과 초점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다자간 협력의 측면에서 보면 트럼프의 재집권은 바이든 행정부가 지역 간 경제 협력 강화를 위해 출범시킨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의 와해를 의미한다. 하지만 트럼프 본인이 1기 행정부 시절 재결성에 역할을 한 4자 간 안보 대화(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 미국, 일본, 인도, 호주로 구성된 안보 협의체)에 대한 지원은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관세 및 주일 미군 분담금 협상이 최대 우려 사항
트럼프 경제 전략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익히 알려진 관세 우선 정책이다. 특히 일본 업체들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멕시코 공장 일본 자동차에 대한 신규 관세는 양국 관계를 악화시킬 공산이 있다. 또한 주일 미군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늘리라는 트럼프의 요구도 2026년까지 예정된 주둔국 지원 협정(host-nation support agreement) 개정을 앞두고 협상이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우려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이전처럼 일본의 무역 흑자와 안보 분담금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지는 않고 있다.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는 일본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행정부 내 대중국 매파와 관세 지지자들 포진
향후 미일 관계는 트럼프 행정부 내 핵심 인물들의 역할에 달려 있기도 하다.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 국무장관과 마이클 왈츠(Michael Waltz) 국가 안보 고문,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재무부 장관은 중국 영향력 견제를 우선시하는 매파 인물들로 알려져 있다. 이는 일본의 전략적 우선순위와 일치해 양국 간 경제 안보 협력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제이미슨 그리어(Jamieson Greer) 무역 대표와 하워드 루트닉(Howard Lutnick) 상무부 장관, 피터 나바로(Peter Navarro) 백악관 무역 및 제조업 고문 등은 관세 골수 지지자로 알려져 이들의 영향력 여하에 따라 일본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정책이 도출될 수 있다. 물론 이들도 제조업 포함 일본 기업의 미국 내 투자를 강력히 지지하고 있기는 하다.
트럼프의 에너지 정책도 일본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크리스 라이트(Chris Wright) 에너지부 장관과 션 더피(Sean Duffy) 교통부 장관 모두 전기차 및 재생 에너지에 부정적이라 친환경 기술 투자 비중이 높은 일본 기업들은 미국과의 협력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대신 액화천연가스, 지열 에너지, 원자력발전 등이 새로운 협력 분야로 떠오를 것이다.
미 정부 반도체 및 전기차 지원 정책도 일본에 영향
칩스법(CHIPS and Science Act, 미국 반도체 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 법안)을 통해 강화된 미일 간 반도체 공급망 협력은 트럼프 집권하에서 불확실성에 처할 수 있다. 마이크로칩 제조 관련 정부 보조금 지원에 대한 트럼프의 부정적 입장 때문에 협력 규모 자체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중국을 의식한 반도체 수출 규제와 공급망 다변화, 연구개발 영역에서의 협력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비슷한 양상으로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하에서 진행되는 양국 간 협력도 전기차 세제 지원에 대한 트럼프의 의사결정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일본 기업들의 세제 지원을 가능하게 한 미-일 핵심 광물 협정(U.S.–Japan Critical Minerals Agreement)이 미국 내 노동 단체들의 반발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역시 양국이 핵심 광물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일에 이해를 같이하고 있어 제3국 광업 프로젝트에 대한 공동 투자 형식으로 협력을 이어갈 공산이 크다.
미국의 ‘중국 디커플링’ 강요도 부담
하지만 트럼프 1기를 특징 지은 개인 외교는 미일 양국 간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파트너십을 유지, 강화하려면 양국이 서로의 관심사를 파악해 실질적인 혜택으로 이어질 수 있는 협력 분야를 개발하는 일에 힘써야 한다.
그중에서도 에너지 생산과 핵심 광물 자급, 반도체 산업 진흥, 공급망 다변화 등이 핵심 영역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이들 분야에서의 협력이야말로 일본의 미국 내 투자와 공동 연구개발 노력을 확대할 수 있다. 양국 정부는 상호 투자를 촉진하고 기술 협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보다 유연한 법적 규제 장치를 도입하는 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가능한 조치 가운데 하나가 해외 직접 투자 관련 일본을 우호 국가 명단에 올려 미국 해외 투자 위원회(Committee on Foreign Investment in the United States, CFIUS)의 규제 부담을 완화해 주는 일이다. 또한 양국은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 축소 노력에 따르는 비용 부담을 인정하고 경제 차질을 최소화하는 가운데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야 할 것이다.
원문의 저자는 장 마크 F. 블랜처드(Jean-Marc F Blanchard) ‘S.H. 웡 다국적 기업 연구 센터’(Mr. & Mrs. S.H. Wong Center for the Study of Multinational Corporations) 전무이사 외 1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Securing and economising the US–Japan partnership under Trump 2.0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