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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 AI 반도체 협력 가시화 올트먼, 삼성·SK에 투자 요청할 듯 소프트뱅크와는 ‘SB오픈AI 재팬’ 설립
중국 AI(인공지능) 스타트업 딥시크가 불붙힌 반도체 가성비 논란 속, 오픈AI 창업자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을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을 만난다. 일본 소프트뱅크그룹과 AI 동맹을 구축하기로 한 가운데 국내 반도체 기업들과도 손잡을지 업계 이목이 쏠린다.
올트먼, 삼성 이재용·SK 최태원과 회동
4일 IT업계에 따르면 오픈AI는 이날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국내 대기업·스타트업 개발자 100명을 대상으로 비공개 워크숍 ‘빌더 랩’을 연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이 행사에는 올트먼 CEO를 비롯해 회사 고위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다. 올트먼 CEO는 이번 방한 기간 중에도 ‘AI 리더십 확보’를 강조해 온 최태원 회장과의 회동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AI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진다. 올트먼 CEO는 3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의 인터뷰에서 "AI는 컴퓨터와 접하는 방법이 근본적으로 다르므로 새 단말기가 필요하다"며 "AI 전용 단말기와 반도체를 독자적으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올트먼 CEO는 지난해 1월 한국에서 최태원 회장을 만난 데 이어 같은 해 6월 최 회장의 미국 출장 당시 샌프란시스코 오픈AI 본사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며 AI 산업에 대한 의견을 나눴는데 반도체 협업을 위한 포석 아니었냐는 해석이 나온다.
올트먼 CEO는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을 비롯한 삼성전자 경영진과의 회동도 예정돼 있다. 특히 이 자리에는 이재용 회장도 함께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트먼 CEO와의 회동이 이뤄질 경우 이 회장으로서는 항소심 무죄 선고 이후 첫 공식 행보가 된다. 올트먼 CEO는 앞서 지난해 1월 방한 시에는 삼성전자 평택 공장을 찾아 반도체 생산라인을 둘러본 뒤 경계현 당시 DS 부문장(사장)을 비롯한 사업부장들과 만났고 이후 삼성 서초사옥을 방문, 경영진과 만찬을 했다.
방한 목적은 '투자 유치'
올트먼 CEO의 방한은 시기적으로 중국 딥시크의 충격파가 전 세계를 휩쓴 가운데 이뤄져 눈길을 더욱 끈다. 딥시크가 최근 선보인 딥시크-R 시리즈는 오픈AI의 챗GPT에 버금갈 만한 성능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를 개발하기 위해 딥시크가 들인 비용은 558만 달러(약 78억1,200만원)으로, 오픈AI의 챗GPT 개발비인 1억 달러(약 1,400억원) 대비 5.6%에 불과했다. 특히 엔비디아가 2022년에 개발해 상대적으로 구형이며 저사양 반도체인 ‘H800’만으로 이 성과를 냈다고 밝혀 상당한 후폭풍을 몰고 왔다. 이에 오픈AI는 삼성, SK 등 국내 기업들과의 전방위적 협력을 통해 딥시크의 맹추격에 맞선다는 전략이다.
이번 방한의 또 다른 목적은 투자 유치다. 현재 오픈AI는 최대 400억 달러(약 58조원) 규모의 자금 조달에 나선 상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오픈AI는 새로운 투자 유치를 위해 협상 중으로 기업 가치를 3,400억 달러(약 498조원)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는 지난해 평가된 1,750억 달러(약 256조원)의 두 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303조원이니, 국내 1위 기업보다 약 64% 덩치가 더 커지는 셈이다. 지난번 라운드에서도 몇몇 한국 기업이 오픈AI에 투자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日 소프트뱅크, 오픈AI에 최대 36조 투자 협상
방한에 앞서 일본을 찾은 올트먼 CEO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와 손잡고 기업용 생성형 AI를 개발·판매하는 합작사 'SB OpenAI Japan'을 일본에서 만들기도 했다. 또한 손정의(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이번 투자를 주도하면서 150억~250억 달러(약 21조6,900억~36조1,500억원) 규모 투자도 논의 중이다. 나머지 금액은 다른 투자자로부터 유치할 계획으로, 소프트뱅크가 투자자를 모으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이번에 유치한 자금은 오픈AI가 소프트뱅크 등과 공동 투자하는 AI 데이터센터 건설 프로젝트 '스타게이트'에 쓰일 예정이다. 오픈AI는 스타게이트에 약 180억 달러(약 26조280억원)를 지원할 예정이다. 나머지 금액은 적자인 사업 운영에 쓰인다. 오픈AI는 지난해 37억 달러의 매출을 창출했지만, 적자 규모는 5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소트프뱅크는 손 회장이 AI산업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기로 한 후 공격적으로 오픈AI에 투자하고 있다. 앞서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10월 라운드에서도 오픈AI에 5억 달러를 투자했고, 그다음 달 오픈AI 직원들로부터 주식을 매수하기 위해 15억 달러의 인수 제안을 하기도 했다. 이번 투자가 진행될 경우 소트프뱅크의 오픈AI에 대한 총 투자금이 기존 최대 주주인 마이크로소프트(MS·130억 달러)를 넘어설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