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수정
신용대출 1달 만에 3조원 이상 감소
이자 수익 보전 위한 은행 고심 깊어져
부실 위험 높은 신용대출 ‘빗장 꽁꽁’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난해 3월 이후 10개월 만에 감소세 전환을 앞두고 있다. 일각에선 은행들이 이자 수익 보전을 위해 대출 요건을 일부 완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스트레스 DSR 3단계 도입이 가시화한 만큼 여전히 주요 대출 상품의 문턱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모습이다.
주담대 증가세 둔화, 신용대출 크게 꺾여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기준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32조3,656억 원으로 전월 말(734조1,350억원) 대비 1조7,694억원 감소했다. 지난달 27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남은 영업일이 31일 하루에 불과한 만큼 1월 이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총량 또한 큰 변동이 없을 전망이다. 만약 이 같은 추세가 확정된다면, 지난해 3월 2조2,238억원이 줄어든 이후 10개월 만의 가계대출 감소세를 기록하게 된다.
대출 유형별로 보면 주택담보대출의 잔액이 578조4,635억원에서 580조1,227억원으로 1조6,592억원 늘었다. 다만 부동산 매수 심리가 위축되면서 증가 폭은 일정 수준을 넘지 않고 있다. 주담대 증가액은 지난해 10월 1조923억원, 11월 1조3,250억원, 12월 1조4,698억원으로 4개월 연속 1조원대에 머무는 중이다.
신용대출은 103조6,032억원에서 100조5,978억 원으로 3조54억원 줄어들면서 전체 가계대출 감소세를 주도했다.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이 3조원 이상 감소 폭을 그린 것은 2023년 1월 이후 2년 만이다. 많은 차주가 연말과 연초 받은 상여금 등을 상대적으로 금액이 적고 금리가 더 높은 신용대출 상환에 사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확인되면서 일각에선 은행의 가계대출 문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대출 자산은 은행 이자 수익의 원천인 만큼 일부 요건을 완화하는 식으로 대출 고객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 또한 “금융당국 기조에 발맞춰 가계대출이 폭등하지 않게끔 관리해야 하지만, 계속 감소하는 것을 방관하긴 어렵기에 일부 규제 완화책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 같은 전망에 힘을 보탰다.
스트레스 DSR 3단계 시행 목전
다만 주택 자금 마련을 위한 대출 통로는 넓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이 한층 강화된 스트레스 DSR 3단계 도입을 7월로 예고한 탓이다. 스트레스 DSR은 차주의 대출 한도를 정하는 기준인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한도를 줄이는 제도로, 금융당국은 모든 가계 대출에 가산금리를 더 높게 적용해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다.
1단계 스트레스 DSR은 지난해 2월 주담대에 한해 시행됐다. 당시 스트레스 금리는 과거 5년 중 가장 높은 수준의 월별 가계대출 가중평균 금리(한국은행 발표)와 현시점 금리를 비교해 0.38%p로 결정됐다. 이후 9월에는 스트레스 금리가 0.75%p로 한층 높아진 2단계가 시행됐다. 은행권 주담대에 그쳤던 적용 대상 또한 은행권 신용대출 및 제2금융권 주담대로 확대됐다.
오는 7월 도입되는 3단계는 적용 대상이 기존 주담대 및 신용대출은 물론 다른 대출까지 확대될 전망이며, 시중은행과 2금융권 모두 동일하게 적용된다. 스트레스 금리 또한 100%로 높아진다. 예컨대 연 소득이 5,000만원인 차주는 스트레스 DSR 도입 전 3억3,000만원(30년 만기·변동금리) 수준이던 대출 한도가 3단계 도입 후에는 2억8,000만원으로 줄어든다.
전문가들은 향후 주택 구입 등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차주의 경우, 사전에 대출 계획을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올 7월 스트레스 DSR 3단계가 시행되면 DSR 산정 시 적용되는 금리가 대출에 상당히 제약적인 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라면서 “금리 인하 기조 속 은행의 신규 취급 변동금리 주담대와 총대출 금리가 연 4%에서 3%로 1%p씩 하락한다고 가정해도 스트레스 DSR 3단계에서는 실제 적용되는 금리가 연 5%에 육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용대출 연체율 0.82% 달해, 부실 ‘경고등’
담보대출보다 부실 위험이 높은 신용대출 또한 높은 문턱이 유지되는 추세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2월 31일까지만 적용하기로 한 12개 신용대출 상품의 비대면 신청 차단 조치를 무기한 연장했다. 비슷한 시기 중단한 주담대와 전세대출의 비대면 신청을 예정보다 앞당겨 해제한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하나은행도 지난해 11월 중단한 주담대·전세대출·신용대출의 비대면 신청 가운데 주담대와 전세대출의 비대면 신청만 재개했다.
은행들이 이처럼 신용대출 빗장을 푸는 데 인색한 것은 신용대출의 급격한 증가가 은행의 건전성 유지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의하면 국내은행의 원화 신용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11월 기준 0.82%를 기록하며 주담대 연체율(0.27%)과 전체 가계대출 연체율(0.52%)을 크게 웃돌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담보대출에 비해 부실 위험이 큰 신용대출 비중이 갑자기 높아지면, 배당 등 주주환원 여력도 줄어들 수 있어 은행들로선 꺼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