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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내고 더 받는 국민연금 ‘신기루’, 국민 10명 중 6명은 ‘난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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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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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개혁안 논의 평행선
연령대 낮을수록 ‘폐지론’에 무게
중요 이해당사자 기업 입장은 뒷전

정부의 국민연금 개혁안을 둘러싼 정치권의 논의가 뜨거운 가운데, 60%에 가까운 국민은 소득대체율을 40%에서 42%로 상향하는 방안에 반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부채 누적 등 국민연금의 재정 상태가 열악한 만큼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개혁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국민연금의 또 다른 부담 주체 기업의 인건비 확대와 관련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 또한 속속 제기된다.

국민연금 적립금 2055년 소진 가능성

21일 시민단체 연금개혁청년행동(청년행동)에 따르면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8.8%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현 상태로 유지하거나 줄여야 한다고 답했다. 이는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 비율(19.4%)보다 3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줄여야 한다는 응답자는 30.6%를 차지했으며, 현재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자는 28.2%였다.

청년행동은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국민연금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과 같은 연금 구조에서는 1990년 이후 출생자들이 국민연금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지난해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가 집계한 ‘제5차 재정계산’에서도 1990년생이 65세가 되는 2055년에는 적립금이 소진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그러면서 청년행동은 노령층과 청년층 간 연금 수급액에서 ‘세대차별’이 극심하다고 꼬집었다. 가령 올해 65세인 1960년생 국민연금 가입자가 평균 연령인 86세까지 산다고 가정했을 때, 국민연금이 도입된 1988년(보험료율 3%) 한 해 14만원을 낸 해당 가입자는 만 60세가 되는 2020년 275만원을 내게 된다. 이 경우 33년간 납입한 보험료 총액은 4,909만원이다. 이후 연금 개시 첫 해(2022년) 첫 달에 받는 연금은 132만원이다. 같은 금액을 86세까지 24년간 매월 수령한다고 생각하면 총 수령액은 4억1,278만원에 달한다. 심지어 국민연금은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매년 수령액을 올려주기 때문에 실질 수령액은 이보다 커진다는 게 청년행동의 지적이다.

국민연금 기금 고갈에 대한 우려는 그간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가입자가 낸 돈(보험료)보다 받는 돈(연금 수령액)이 많은 구조로 설계된 국민연금의 특성상 소득의 19.7%를 보험료로 내야 수지균형이 맞는데, 현재 보험료율이 9%에 불과한 탓이다. 이는 하루 885억원의 적자가 쌓이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더 내고 덜 받거나, 더 내고 받는 돈은 유지하는 방향으로의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흘러나온 배경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전경/사진=국민연금공단

연금폐지론에 힘 싣는 청년층

연금 부채 해결을 위한 보험료율 인상에 대해 연령대별 시각차가 극명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해 10월 청년행동이 여론조사기관 공정에 의뢰해 진행한 설문에서 1,001명의 응답자는 보험료율 인상안 찬성(44.2%)과 반대(40.4%)에서 비슷한 비율을 보였다. 그러나 조사 대상 중 가장 젊은 세대인 만 18세~29세 응답자의 경우 보험료율 인상 반대 비율이 과반수인 51%에 달했다. 만 70세 이상 응답자의 22%와 대비되는 수치다.

심지어 국민연금의 폐지를 원하는 2·30대 청년층도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연금 부채 1,800조원은 국고로 해결하고, 국민연금을 폐지하자’는 연금폐지론에 대해 54%가 반대했고, 31.3%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20대(18~19세 포함)와 30대는 찬성이 각각 45.7%, 48.3%로 비교적 높았다.

‘현재 국민연금 구조가 다단계 사기 혹은 폰지 사기 같다는 비판에 대한 생각’에 대한 질문에서도 20대와 30대의 동의 비율은 각각 63.2%, 59.2%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청년행동 측은 “국민연금의 재정 상태 및 부채 규모를 충분히 숙지한 응답자들은 대체로 미래세대의 부담을 최소화하자는 재정안정론에 힘을 실었다”면서 “다만 젊은 세대일수록 현재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은 매우 강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더 내고 ‘덜 받는’ 국민, ‘아무것도 못 받는’ 기업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개혁안을 둘러싼 논의에서 최대 이해당사자인 기업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보험료율 인상에 따른 기업의 인건비 부담 확대와 이로 인한 채용 축소 등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민간기업은 피고용인과 국민연금을 절반씩 부담하고 있다. 보험료율이 9%에서 13%로 4%p 인상되면, 기업의 인건비 또한 2%p 오르는 구조다.

한 경제단체의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 시 임금 부담’에 대한 분석에서도 정부의 개혁안이 확정되면 기업이 연간 최대 15조원의 인건비를 추가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지난해 기준 민간기업의 연간 인건비 총급여 760조2,864억원을 바탕으로 산출한 결과다. 해당 경제단체 관계자는 “산술적으로만 계산해도 임금 부담은 큰 폭으로 늘어난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도 국민연금 개혁안이 현실화할 경우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데 전망이 일치했다. 우리나라는 세계 주요 국가 가운데 퇴직급여(8.33%)를 기업이 모두 부담하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미국과 일본, 이탈리아, 스웨덴은 법정 의무 퇴직급여 제도가 없으며, 영국과 뉴질랜드, 프랑스는 고용인과 피고용인이 일정 비율로 나눠 부담한다. 여기에 국민연금 인상까지 더해지면, 기업들로선 임금 인상률을 제한하거나 고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게 현장의 진단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4대 보험료를 인상할 때 인상하더라도 기업을 논의 대상으로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짚으며 “계속된 배제로 인한 기업 이탈은 인재와 기술력, 자본의 동시 이탈로 이어져 산업 공백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인상안이 불가피하다면, 기업 경영 지원 차원에서 낡고 경직된 규제를 개선하는 등 충분히 의미 있는 사회적 거래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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