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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 프리드라이프 지분 100% 인수 추진 보유현금 470억, 추가 담보 제공도 쉽지 않아 전문가들 "'코웨이 사태' 반복 가능성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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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초대형 인수합병(M&A)으로 그룹 해체 위기까지 겪었던 웅진그룹이 빅딜에 재도전한다. 상조회사 1위 업체 프리드라이프 인수를 추진하는 웅진은 1조원에 달하는 인수 자금을 유상증자 없이 회사채·인수 금융만으로 조달하겠다는 포부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회의적이다. 회사채, 인수금융 모두 부채인데, 웅진의 신용등급으로 이 정도의 대규모 자금 조달이 가능하겠느냐는 지적이다.
프리드라이프 품는 웅진그룹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웅진은 프리드라이프 지분 100%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매도자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VIG파트너스가 보유한 지분과 태그얼롱(Tag-along·동반매각청구권) 행사 시 포함될 수 있는 지분을 합친 규모다. 시장에서는 총인수가액이 9,000억원에서 1조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웅진은 지난해 말부터 VIG파트너스와 지분 인수에 관한 협상을 진행해 왔다. 양사는 인수 가격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협상에 난항을 거듭해 왔으나 최근 가격 조건 등 1차 합의에 도달했다. 웅진은 교육, 정보기술(IT), 레저 등 기존 계열사가 보유한 제품과 상조 서비스를 활용한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 특히 웅진씽크빅과 프리드라이프가 각각 보유한 교육과 상조업계의 영업 인력과 판매 네트워크를 합쳐 국내 최대 방문 판매 조직을 갖추겠다는 구상이다.
빚내서 코웨이 인수했다가 뱉어내
웅진은 빠른 딜 마무리를 자신하고 있다. 현재 프리드라이프 실사를 진행 중으로, 오는 5월 중 거래를 종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구속력 있는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시기가 올해 하반기쯤일 것으로 예상한다.이는 웅진의 자금 조달 능력을 두고 시장에서 우려하는 시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1980년대 후반부터 M&A로 몸집을 키워온 웅진은 무분별한 확장으로 재무적 위기를 맞았다. 서울저축은행, 극동건설, 웅진폴리실리콘 등을 샀다가 저축은행 연쇄 부실 사태와 부동산 경기 냉각으로 후폭풍을 겪어 2012년 어쩔 수 없이 주력 계열사였던 코웨이를 매각해야 했다.
M&A에 크게 덴 웅진이지만, M&A 본능은 꺾이지 않았다. 경업금지 기간 종료에 맞춰 렌탈사업 재진출을 준비했고, 코웨이도 다시 탈환하겠다고 했다. 이후 실제로 2019년 3월 MBK파트너스로부터 코웨이를 되사오는 데 성공했다. 인수자금 대부분을 차입성에 의존하는 구조였다. 웅진그룹에 대한 신뢰보다는 코웨이의 현금창출력에만 기대 거래가 성사된 것이었다.
하지만 웅진의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다른 계열사가 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단기차입금을 갚기 어려워졌다. 결국 웅진은 여러 방안을 고심한 끝에 코웨이를 다시 매물로 내놨다. 고작 3개월 명패를 바꿔 달기 위해 계열사들이 또 한 번 유동성 위기를 겪은 셈이다. 당시 인수자로 넷마블이 등장하지 않았다면 후유증이 상당했을 것이란 게 업계 공통 의견이다. 매각 당시 웅진의 재무적 투자자(FI)로 함께 했던 한국투자증권 등도 가슴을 쓸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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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라이프 인수 여력 '태부족'
웅진은 이번엔 다르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웅진의 지난해 3분기 말 연결 기준 유동자산은 4,233억원, 현금·현금성자산은 474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단독으로 1조원대 인수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란 의미다. 이에 웅진은 유상증자에 대한 주주들의 우려를 의식한 듯 “유상증자를 통한 인수 대금 조달을 고려하지 않고, 회사채 발행과 금융기관 차입 등을 통해 인수 대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회사채 발행은 웅진이 지난 코웨이 인수 때는 꺼내지 않았던 카드다. 웅진은 최근 10년간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한 이력이 없다. 지난 2019년 당시 신용등급은 BBB-(부정적)였는데, 지금은 당시보다 재무 상황이 좋아졌을 수는 있지만 얼마나 조달할 수 있을지가 불분명하다. 웅진은 지난 2012년 빠른 채무 조정을 목적으로 지주회사 웅진홀딩스와 웅진건설(극동건설)이 동반으로 법정관리를 신청, 회사채 투자자들을 곤경에 빠뜨려 논란이 된 바 있다.
결국 웅진은 결국 과거 코웨이 때처럼 자금 대부분을 차입으로 조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FI로는 사모펀드 운용사 유진프라이빗에쿼티 한 곳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상조회사라는 업태가 외국인이 보기엔 낯설어 영업할 수 있는 투자자가 국내로 한정적”이라며 “더구나 웅진의 사이즈에 비해 조달해야 하는 자금 규모가 너무 크다. 결국 웅진이 기업가치를 잘 끌어올릴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하는데, 과거 기억이 좋은 것은 아니라 잘 될지 알 수 없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