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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中 열연강판 저가 공세에 트럼프 관세 압박까지, K-철강 이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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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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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日·中 열연강판 '반덤핑 조사' 착수
엔저 흐름에 15% 싼 제품으로 밀어내기 공세
트럼프 특별관세 부과까지 韓 철강사 타격

정부가 일본·중국산 열연강판 반(反)덤핑 조사에 들어간다. 일본과 중국 철강업체가 15% 싼값에 열연강판을 국내에 쏟아낸 영향으로 현대제철 등 국내 기업이 피해를 봤을 가능성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핵심 철강재인 열연강판에 덤핑 판정이 내려지면 일·중의 저가 공세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25% 관세 폭탄 등 이중고에 신음해온 국내 철강업체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산업부,日·中 열연강판 반덤핑 조사 착수

19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현대제철이 제기한 '일본·중국산 열연강판 반덤핑' 사안을 검토한 끝에 조사에 나서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정부 공고는 이달 전자 관보에 게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무역위 조사 결과 덤핑 증거가 확인되면 그동안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따라 무관세이던 일본과 중국산 열연강판에 반덤핑 관세가 부과돼 국내산 유통가와 비슷해진다. 통상 조사 착수부터 최종 결론까지 1년 이상 걸리지만, 큰 피해가 예상되는 사안에는 3개월 안에 예비판정 형태로 관세를 바로 물릴 수 있다.

일본과 중국 철강업체가 한국을 무대로 핵심 철강재인 열연강판 ‘밀어내기 수출’에 나선 건 2년 전 이맘때부터였다. 일본과 중국 시장의 건설 및 제조업 수요가 줄어들자 남아도는 열연강판을 가까운 한국에 싸게 쏟아낸 것이다. 안 그래도 국내 수요 감소로 신음하던 한국 철강업체는 값싼 외국산마저 들어오자 “더 이상 못 참겠다”며 작년 12월 정부에 반덤핑 조사를 해달라고 읍소했다. 국내 철강 생태계 붕괴를 우려한 정부는 통상 마찰 가능성에도 중국과 일본 대기업을 대상으로 반덤핑 조사라는 칼을 빼들기로 했다.

열연강판 시장 무너지면 한국 철강 근간 흔들여

철강업계에 따르면 19일 기준 일본산과 중국산 열연강판 가격은 t당 71만4,000원 안팎(오퍼가 기준)으로, 국산(81만5,000원)보다 12.4% 저렴하게 팔리고 있다. 물류비 등을 더하면 5~10% 가량 차이가 난다. 한동안 가격 격차가 20%에 달했지만 일본과 중국 기업이 반덤핑 조사 개시를 앞두고 판매 가격을 소폭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국내에서 소비한 열연강판 약 611만t 가운데 외국산이 차지한 비중은 60.9%(약 372만t)에 달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2조6500억~3조원에 달하는 해외 열연강판이 국내에 풀린 셈이다. 외국산 열연강판의 52.2%는 일본산, 44.1%는 중국산이었다.

일본 기업이 저가 공세를 펼칠 수 있는 배경에는 ‘엔저(低)’가 자리 잡고 있다. 중국 기업은 내수 침체에 따른 공급 과잉 문제를 풀 수 있는 해법으로 한국을 택했다. 운송비가 많이 드는 철강재 특성상 운송거리가 짧은 한국이 최적의 밀어내기 장소였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은 일본·중국산 열연강판이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고 정부에 여러 차례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 제품은 한국과 일본이 해외 무대에서 치열하게 경합하는 품목이다. 특히 열연강판 같은 기초 판재류는 특수강에 쓰이는 경우를 제외하곤 기술 격차가 거의 없어 가격이 판매를 좌우한다. 열연강판은 냉연강판을 비롯해 도금강판, 컬러강판, 강관 등 대다수 판재류에 쓰이는 기초 철강재다. “열연강판 시장이 무너지면 한국 철강의 근간이 흔들린다”는 얘기가 철강업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국내 철강 기업, 특별 관세 부과에 현지 진출 추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모든 수입 철강 제품에 25% 특별 관세를 부과하면서 글로벌 철강업계에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1기 행정부에서도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 수입산 철강에 25% 보편관세를 부과했다. 자동차·무기·선박 등 제조에 필수인 미국 철강 산업이 외국 기업들에 잠식돼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한국은 협상을 통해 2015~2017년 연평균 수출량(약 383만t)의 70%인 263만t까지만 수출하되 무관세를 적용받기로 합의했고, 결과적으로 쿼터제 이후, 연간 대미 철강 수출량은 100만t가량 줄었다.

이에 국내 철강업계는 현지 투자 확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10조원가량을 투자해 미국에 첫 제철소를 지을 예정이다. 현재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주가 유력 후보지로 검토 중이다. 인근 조지아주에 있는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자동차용 철강을 공급할 수 있다. 포스코 역시 미국 현지 생산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합작 법인을 설립하거나 현지 제철소 인수 등 다양한 방안이 거론된다. 세아그룹은 텍사스주에 연간 6000만t 생산 규모의 특수합금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인데, 트럼프의 관세 정책으로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조선·자동차 산업에 원자재를 대는 후방 산업인 철강이 미국에서 다른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가 현지의 선박 건조 및 방산 시장을 키울 경우, 현지에서 생산된 한국 기업들의 철강 제품 수요가 늘어날 수 있고 미국에선 중국산 저가 철강재와 경쟁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다만 문제는 국내 일자리다. 기업들은 달라진 통상 환경에 따라 생산 시설을 옮기며 대응할 수밖에 없는데, 그 영향으로 한국 내 생산량이 줄 경우 공장 가동 중단, 인력 조정 등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진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3곳을, 포스코도 이미 2곳을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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